몇 달 전 따끈따끈하게 출판된 시카고 미술관 2025년 하이라이트 도록이 도착했다. 출판은 시카고, 인쇄는 이탈리아, 배포는 코넥티컷 예일.


책이 태평양을 건너기 내게 오기 전에 대서양을 한 번 건넜다. 원래 갓 인쇄된 도록은 특유의 향기가 있는데 오느라 고생 많이해서 향기가 약간 덜하다. 그래도 새삥이다.


차와 함께 한적한 저녁에 금방 읽을 수 있다. 잘 다듬어진 영어로 공부가 많이 된다.


이 작품이 시카고 미술연구소에 있었어? 하는 작품들은


엘그레코의 성모승천(1577-79), 콘스타블의 Stoke-by-Nayland(1836), 르누아르의 두 자매(1881), 쇠라의 그랑자트섬의 일요일(1884), 세잔의 사과바구니(1893), 고갱 베드룸(1889)-스위스 코미디언겸 화가 우르줄라가 정리해줘서 패러디한 그 작품, 그랜트 우드의 아메리칸 고딕(1930), 호크니의 나이트 호크(1942)다.


한국작품으로는 책거리, 그리고 정상화의 무제가 색면추상주의와 함께 있다.


네덜란드 정물화, 스페인 종교화, 미국 초상화, 프랑스 인상주의, 북유럽, 색면추상, 팝아트, 판화 등 핵심적으로 있을 것은 다 있다. 고야나 들라쿠르아, 터너, 모네와 모네의 수련, 마네, 툴루즈 로트렉, 사전트, 드가, 리베라, 피카소, 칸딘스키, 마티스, 몬드리안, 달리, 샤갈, 쿠닝, 폴록도 각 작가의 세계관을 대표할만한 전형적인 스타일이다.


대단하다. 교과서에 등장할법한 작가들의 그림이 실제 소장되어 있다니


개중 에두아르드 마네의 종교화는 본 적 없어 (병사들에게 조롱당하는 예수, 1865)는 특이하다. 설명에서도 마네는 주제에 대해 비정통적 접근으로 사람들을 놀래켰는데, 이런 그림(종교화)를 그렸다는 자체가 이 그림의 가장 놀라운 점이라고 써있다.(p61)


사진 복제 유포는 공식 금지라 책 안 찍고 인터넷 사진으로 대체


특이하게 눈에 들어오는 작품은 이집트(기원전 1956-1877년경)과 멕시코(기원전 500년경) 같은 고대문명과 이란, 티벳, 에티오피아 작품이다. 


19세기 이후 작품이 사실 삼분지 이는 차지하는데도 이 앞선 작품과 15-16세기 콜렉션으로 인해 균형이 잡혀보인다.


또한 다음 작품도 정말 재밌다.


영국화가 헌트의 죽음의 그림자(1873-1874)의 세밀한 묘사가 놀랍다.(p66) - 사진1


폴 고갱의 1888년작 아를의 여인들(미스트랄)의 특징은 무성한 잡목에 얼굴이 있는 것처럼 표현했다(p85) - 사진2


피카소의 전형적 원근법 무시 큐비즘이 아니라 그리스로마스타일 그림이 눈에 띈다. 엄마와 아이(1921) - 사진3


추천해준 큐레이터의 노고와 전문성에 경의를 표한다. 한 시대를 현미경으로 보는 전문가들 덕분에 그림이 제 위치에서 자기 색깔을 온전히 빛낼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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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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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GV에서 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초기작 특별전은 다 봤다. 그중 2003년 중편 <아무렇지 않은 얼굴 (何食わぬ顔)>은 8mm 카메라로 찍어 화질이 고르지 못하고 2009년 단편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永遠に君を愛す)>는 각본작업이 덜 된 듯한 소동극이다.


1. 배우에 대해. 감독이 좋아하는 공통적인 얼굴상

누드 크로키 그리다가 모델에게 반해 그의 전여친 결혼식에까지 따라오는, 카타카나로 쓰는 エリナ에리나 역할을 맡은 칸노 리오(菅野莉央, 1993년생)은 2003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잠깐 조연으로 등장했었는데 이런 느낌의 눈이 부리부리하고 얼굴이 플랫한 배우를 종용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연과 상상(2021) 1부 마법에서도 후루카와 코토네(古川琴音, 1996년생)의 마스크가 비슷했다. 그리고 하마구치 감독 작품은 아니나, 소설가 아사이 료 <정욕: 바른 욕망>을 원작으로 한 키시 요시유키의 2024년 영화에서도 물 페티시 댄스부 선배를 흠모하는 역할의 히가시노 아야카(東野絢香, 1997년생)도 얼굴이 비슷해보인다.


드라이브마이카(2021)의 주연 미우라 토코(三浦透子, 1996년생)까지 모두 약간 비슷한 느낌이다. 심지어 가장 최근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의 주연을 맡은, 우연과 상상 스태프 출신 남배우 오미카 히토시(大美賀 均, 1988년생)까지. 감독에 의하면 승냥이 상이었다고.. 확실히 감독이 좋아하는 얼굴상이 있다.


2. 공통점1 편지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의 각본은 후기작에 비해 만듦새가 아쉽지만 미완의 초안으로서 이후에 빛날 여러 잠재적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에이코가 전남친과 바람을 피우고 임신했을지 모른다는 것을 결혼식장에서 고백할 때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편지로 쓴다. <친밀함>에서도 신노스케 좋아하는 동생이 그렇게 하고, <

저 멀리는 나쓰메 소세키 <마음>으로부터의 전통이다. 얼마나 전해지지 못한 마음을 길게 썼는지 기차안에서 편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내면 고백 편지가 단행본 한 권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 마음을 이어받아 말하지 못한 것을 각본으로 쓰고자 무진장 애를 쓴다.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서 아내가 남긴 이야기가 카세트에 녹음된 대사로 남아 편지 역할을 하며, 보다 더 중요한 건 마지막 극 중 연극의 텍스트(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대본)이 편지처럼 기능한다.


<해피 아워>(2015)에선 남편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나오고 후반부에 읽히지 않은 편지와 읽혀버린 메시지가 인물 관계를 잇거나 끊는 매게가 된다.


다른 영화에서도 공통적으로 있다. 심지어 의도적인 침묵 장면을 등장시켜 캐릭터가 자기 입으로 직접 내면을 표현하지 않고 글이든 메시지든 편지나 대본이든 활자를 매개로 독백 형태로 마음을 전달하는 구조가 보인다.


3. 공통점2 연극무대, 연극적 상황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에서 대사나 인물 동선이 무대 위 리허설처럼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 특히 히사시는 에리나와 처음 만날 때 휴게실을 한 바퀴 돌며, UNO라고 쓰여진 연회장에서는 둥근 테이블을 무대처럼 거닌다. 세이이치와 에리코가 신부 앞에서 리허설하고 회당 밖에서 부모님을 보고 결혼식 못 하겠다고 하고 다시 회당 안에 들어와 세이이치가 설득하는 장면도 연극 장막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우연과 상상>, <해피 아워>, <드라이브 마이 카>, <친밀함>에 나아가서는 아예 연극 안의 연극 구조,  즉 배우의 대사 리딩 장면까지 나오면서 연극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초대한다.


4. 공통점3 카메라워킹. 

초반부는 일상적인 대화와 장면이지만 중반부를 지나며 감정이 서서히 고조되고 그와 함께 카메라가 한정된 시선을 유지한다. 관객을 특정 인물의 감정 곁에 붙여두는 시선 연출처럼 보이는데 익스트림 클로즈샷까진 아닌 어떤 경계에 있다. 이 부분은 다른 영화 다시 보고 생각해봐야겠지만 일단 느낌적으로 그렇다.


최소하 공통점1 편지 같은 활자로 감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와 연극적 무대동선(혹은 연극을 영화에 번역하는 방식)을 이 초기작에서 실험하고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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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는 한숨도 못잤다.


친구가 소개한 이묵돌 작가의 책 초월이 도착했는데 자정에 폈다가 눈을 떼어보니 7시간이 지나 아침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만든 소설이 몇 개 있는데 1998년 즈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7년 베르베르의 파피용, 2010년 황석영의 강남몽, 2011년 강남교보문고에서 읽다가 근처 보라색 커피프랜차이즈(커피빈이었나?) 2층으로 옮겨 마저 다 읽은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성순의 컨설턴트, 2014년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난다. 2025년은 이묵돌의 초월이다.


1부의 김민진(=이도연)은 너무 아프고 처참한 서사에 안쓰러워하며 읽었다. 분노와 공포.

당하는 장면은 소마이신지의 영화 태풍클럽에서 사춘기 소년이 소녀를 쫓아가는 장면

가학적 삶의 양태는 소설 제리가 생각난다.


그러다가 2부에서 갑자기 여러 장르가 능청스럽게 섞이기 시작한다.

사이먼 웰스 감독의 <타임머신>의 루프물, 유통대기업 무용담, 하이델베르크 철학과 <캐스트어웨이>, 복수물 느와르 <테이큰>와 <아저씨>, 시베리아판 <마이웨이>와 <인셉션>의 세 번째 꿈 단계 스노우 포트리스,


그리고 59금 가학적 핵괴작 사드 후작의 방탕주의 학교(소돔120일) 그리고 핵전쟁 웹소설과 <로키>의 TBA 같은 텐더와 스칼라 그리고 넷플 다큐 <나는 신이다> 같은 사이비 종교, <마녀> 같은 안전가옥 목가적 장면과 늑대와의 사투는 <레버넌트> 등등의 레퍼런스가 모두 생각난다.


그러니까 왜 못 잤는가? 1부가 끝났는데 아직 1/3 지났다고?

2부를 보는 내내 이런 진행에 이런 루프인데 아직도 할 말이 더 있다고?

아니 도대체 이렇게 탄탄한 서사를 어디까지 설득하려는거지?

이게 끝이 아니고 더 나아간다고? 아직도 할 말이 더 있다고?

이 이상으로 빌드업이 가능하다고? 도연이 만날 수 있는거야?


1부 2장 p21-25의 루블린 공항에서 "어떻게 지냈어?"에서 2부 13장 p704의 "별일 없었어"까지 이르기까지 중간의 엄청난 빌드업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평화로운 하루를 위해, 포옹 한 번을 위해 이렇게까지 먼 여정을 거치다니


얼마나 숭고한가 사람이 사랑에게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무탈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중간에 산이 납작한 말로 도연의 삶을 멋대로 평가하는 취조 장면에서 각본으로 전환하는 부분도 인상적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블랜딩하는 솜씨가 놀랍다.


1부 15장 p113-114이 마지막 공항신이다. 이 시간은 해도가 폭발음 사이로 사라진 이후, 도연이가 삶을 복기하는 시간은인데, 해도가 706페이지 이후 산과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시간일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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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용 감독의 영화 가족의 탄생은 비슷한 2006년께에 나온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처럼 등장인물의 관계성이 마지막에 이르러 퍼즐맞추듯 조합되는 구성을 띈다.

채현이와 경석의 열차 신으로 시작했다가 열차 신으로 끝맺는 수미쌍관식 구성에 각각 가정의 복잡한 스토리를 더한다.

사람 좋은 듯하지만 무책임하고 급발진하는 형철(엄태웅), 책임감 떠앉으며 속으로 삭이는 미라(문소리)의 충돌에, 미라보다 나이 많은 여친 무신(고두심)을 함께 엮어서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어질어질하고 특이한 관계를 낳았다. 나이가 많으니 존대를 해야할지 동생 여친이니 하대를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이후 언니로 정리 된 것 같다.

20대 초반 정유미 배우만 할 수 있는 표정이 있다. 어이없어하거나 화내는 일부 연기는 얼굴이 깊어진 지금도 비슷한 얼굴이나, 영화 <도둑들>과 <베를린>에서 전지현이 잘 지은 무해한 토끼표정은 이 나이대라서 가능한 표정처럼 보인다.

리얼리스트 선경(공효진)의 짜증연기와

연출의 리듬이 좋다. 이 맘때 영화는 핸드핼드로 현장성을 많이 주었는데 너무 과하면 화면이 계속 흔들려 어지럽고 난삽해 보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적절한 만큼 사용해 공효진 배우의 엄마에 대한 원망, 가족에 대한 앙금,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잘 뒷받침했다.

경석 역의 봉태규는 05학번 즈음에 유행했던 뒷머리와 옆머리를 기르는 일본식 샤기컷인데 지금 보니 참 오래 전 느낌이다. 선경(공효진)의 남자친구 단역으로 나온 류승범도 눈에 듼다.

각자 서로 복잡한 사정과 가족사를 가진 사람들의 인연이 얽혀 대가족이 함께 모여산다는 6시 내고향식 결말은 천진난만하다. 지금 영화는 그런 결말을 내기 쉽지 않다.

헤프고 사랑ㅇ ㅣ고픈 채현은 무신의 딸이라 형철의 DNA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다. 애정결핍의 경석은 매자(김혜옥)이 유부남(주진모)와 이어지지 못해서 생긴 게 아니다. 각자 다른 상황 속에 만들어진 태도이고 윗세대와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데 스토리상으로 그렇게 읽히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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