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V에서 연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초기작 특별전은 다 봤다. 그중 2003년 중편 <아무렇지 않은 얼굴 (何食わぬ顔)>은 8mm 카메라로 찍어 화질이 고르지 못하고 2009년 단편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永遠に君を愛す)>는 각본작업이 덜 된 듯한 소동극이다.


1. 배우에 대해. 감독이 좋아하는 공통적인 얼굴상

누드 크로키 그리다가 모델에게 반해 그의 전여친 결혼식에까지 따라오는, 카타카나로 쓰는 エリナ에리나 역할을 맡은 칸노 리오(菅野莉央, 1993년생)은 2003년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잠깐 조연으로 등장했었는데 이런 느낌의 눈이 부리부리하고 얼굴이 플랫한 배우를 종용하는 것 같다.



왜냐하면 우연과 상상(2021) 1부 마법에서도 후루카와 코토네(古川琴音, 1996년생)의 마스크가 비슷했다. 그리고 하마구치 감독 작품은 아니나, 소설가 아사이 료 <정욕: 바른 욕망>을 원작으로 한 키시 요시유키의 2024년 영화에서도 물 페티시 댄스부 선배를 흠모하는 역할의 히가시노 아야카(東野絢香, 1997년생)도 얼굴이 비슷해보인다.


드라이브마이카(2021)의 주연 미우라 토코(三浦透子, 1996년생)까지 모두 약간 비슷한 느낌이다. 심지어 가장 최근작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2024)의 주연을 맡은, 우연과 상상 스태프 출신 남배우 오미카 히토시(大美賀 均, 1988년생)까지. 감독에 의하면 승냥이 상이었다고.. 확실히 감독이 좋아하는 얼굴상이 있다.


2. 공통점1 편지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의 각본은 후기작에 비해 만듦새가 아쉽지만 미완의 초안으로서 이후에 빛날 여러 잠재적 가능성을 안고 있다.


예를 들어 에이코가 전남친과 바람을 피우고 임신했을지 모른다는 것을 결혼식장에서 고백할 때 말하지 못하는 마음을 편지로 쓴다. <친밀함>에서도 신노스케 좋아하는 동생이 그렇게 하고, <

저 멀리는 나쓰메 소세키 <마음>으로부터의 전통이다. 얼마나 전해지지 못한 마음을 길게 썼는지 기차안에서 편지를 읽기 시작했는데 내면 고백 편지가 단행본 한 권이다.


하마구치 류스케는 이 마음을 이어받아 말하지 못한 것을 각본으로 쓰고자 무진장 애를 쓴다.


<드라이브 마이 카>(2021)에서 아내가 남긴 이야기가 카세트에 녹음된 대사로 남아 편지 역할을 하며, 보다 더 중요한 건 마지막 극 중 연극의 텍스트(안톤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 대본)이 편지처럼 기능한다.


<해피 아워>(2015)에선 남편에게 전하는 메시지도 나오고 후반부에 읽히지 않은 편지와 읽혀버린 메시지가 인물 관계를 잇거나 끊는 매게가 된다.


다른 영화에서도 공통적으로 있다. 심지어 의도적인 침묵 장면을 등장시켜 캐릭터가 자기 입으로 직접 내면을 표현하지 않고 글이든 메시지든 편지나 대본이든 활자를 매개로 독백 형태로 마음을 전달하는 구조가 보인다.


3. 공통점2 연극무대, 연극적 상황

<영원히 그대를 사랑해>에서 대사나 인물 동선이 무대 위 리허설처럼 제한된 공간 안에서 이뤄진다. 특히 히사시는 에리나와 처음 만날 때 휴게실을 한 바퀴 돌며, UNO라고 쓰여진 연회장에서는 둥근 테이블을 무대처럼 거닌다. 세이이치와 에리코가 신부 앞에서 리허설하고 회당 밖에서 부모님을 보고 결혼식 못 하겠다고 하고 다시 회당 안에 들어와 세이이치가 설득하는 장면도 연극 장막 구조를 떠올리게 한다.


<우연과 상상>, <해피 아워>, <드라이브 마이 카>, <친밀함>에 나아가서는 아예 연극 안의 연극 구조,  즉 배우의 대사 리딩 장면까지 나오면서 연극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초대한다.


4. 공통점3 카메라워킹. 

초반부는 일상적인 대화와 장면이지만 중반부를 지나며 감정이 서서히 고조되고 그와 함께 카메라가 한정된 시선을 유지한다. 관객을 특정 인물의 감정 곁에 붙여두는 시선 연출처럼 보이는데 익스트림 클로즈샷까진 아닌 어떤 경계에 있다. 이 부분은 다른 영화 다시 보고 생각해봐야겠지만 일단 느낌적으로 그렇다.


최소하 공통점1 편지 같은 활자로 감정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 장치와 연극적 무대동선(혹은 연극을 영화에 번역하는 방식)을 이 초기작에서 실험하고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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