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 저녁에는 한숨도 못잤다.
친구가 소개한 이묵돌 작가의 책 초월이 도착했는데 자정에 폈다가 눈을 떼어보니 7시간이 지나 아침이었다.
앉은 자리에서 끝까지 읽게 만든 소설이 몇 개 있는데 1998년 즈음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2007년 베르베르의 파피용, 2010년 황석영의 강남몽, 2011년 강남교보문고에서 읽다가 근처 보라색 커피프랜차이즈(커피빈이었나?) 2층으로 옮겨 마저 다 읽은 세계문학상 수상작 임성순의 컨설턴트, 2014년 천명관의 고래가 생각난다. 2025년은 이묵돌의 초월이다.
1부의 김민진(=이도연)은 너무 아프고 처참한 서사에 안쓰러워하며 읽었다. 분노와 공포.
당하는 장면은 소마이신지의 영화 태풍클럽에서 사춘기 소년이 소녀를 쫓아가는 장면
가학적 삶의 양태는 소설 제리가 생각난다.
그러다가 2부에서 갑자기 여러 장르가 능청스럽게 섞이기 시작한다.
사이먼 웰스 감독의 <타임머신>의 루프물, 유통대기업 무용담, 하이델베르크 철학과 <캐스트어웨이>, 복수물 느와르 <테이큰>와 <아저씨>, 시베리아판 <마이웨이>와 <인셉션>의 세 번째 꿈 단계 스노우 포트리스,
그리고 59금 가학적 핵괴작 사드 후작의 방탕주의 학교(소돔120일) 그리고 핵전쟁 웹소설과 <로키>의 TBA 같은 텐더와 스칼라 그리고 넷플 다큐 <나는 신이다> 같은 사이비 종교, <마녀> 같은 안전가옥 목가적 장면과 늑대와의 사투는 <레버넌트> 등등의 레퍼런스가 모두 생각난다.
그러니까 왜 못 잤는가? 1부가 끝났는데 아직 1/3 지났다고?
2부를 보는 내내 이런 진행에 이런 루프인데 아직도 할 말이 더 있다고?
아니 도대체 이렇게 탄탄한 서사를 어디까지 설득하려는거지?
이게 끝이 아니고 더 나아간다고? 아직도 할 말이 더 있다고?
이 이상으로 빌드업이 가능하다고? 도연이 만날 수 있는거야?
1부 2장 p21-25의 루블린 공항에서 "어떻게 지냈어?"에서 2부 13장 p704의 "별일 없었어"까지 이르기까지 중간의 엄청난 빌드업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평화로운 하루를 위해, 포옹 한 번을 위해 이렇게까지 먼 여정을 거치다니
얼마나 숭고한가 사람이 사랑에게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무 말 없이 안아주고
무탈한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중간에 산이 납작한 말로 도연의 삶을 멋대로 평가하는 취조 장면에서 각본으로 전환하는 부분도 인상적이고,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여러 이야기를 블랜딩하는 솜씨가 놀랍다.
1부 15장 p113-114이 마지막 공항신이다. 이 시간은 해도가 폭발음 사이로 사라진 이후, 도연이가 삶을 복기하는 시간은인데, 해도가 706페이지 이후 산과 마지막 대결을 벌이는 시간일 것이다.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