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용 감독의 영화 가족의 탄생은 비슷한 2006년께에 나온 최동훈 감독의 범죄의 재구성처럼 등장인물의 관계성이 마지막에 이르러 퍼즐맞추듯 조합되는 구성을 띈다.

채현이와 경석의 열차 신으로 시작했다가 열차 신으로 끝맺는 수미쌍관식 구성에 각각 가정의 복잡한 스토리를 더한다.

사람 좋은 듯하지만 무책임하고 급발진하는 형철(엄태웅), 책임감 떠앉으며 속으로 삭이는 미라(문소리)의 충돌에, 미라보다 나이 많은 여친 무신(고두심)을 함께 엮어서 한국사회의 맥락에서 어질어질하고 특이한 관계를 낳았다. 나이가 많으니 존대를 해야할지 동생 여친이니 하대를 해야할지 모르는 상황이 이후 언니로 정리 된 것 같다.

20대 초반 정유미 배우만 할 수 있는 표정이 있다. 어이없어하거나 화내는 일부 연기는 얼굴이 깊어진 지금도 비슷한 얼굴이나, 영화 <도둑들>과 <베를린>에서 전지현이 잘 지은 무해한 토끼표정은 이 나이대라서 가능한 표정처럼 보인다.

리얼리스트 선경(공효진)의 짜증연기와

연출의 리듬이 좋다. 이 맘때 영화는 핸드핼드로 현장성을 많이 주었는데 너무 과하면 화면이 계속 흔들려 어지럽고 난삽해 보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적절한 만큼 사용해 공효진 배우의 엄마에 대한 원망, 가족에 대한 앙금, 미래에 대한 불안 등을 잘 뒷받침했다.

경석 역의 봉태규는 05학번 즈음에 유행했던 뒷머리와 옆머리를 기르는 일본식 샤기컷인데 지금 보니 참 오래 전 느낌이다. 선경(공효진)의 남자친구 단역으로 나온 류승범도 눈에 듼다.

각자 서로 복잡한 사정과 가족사를 가진 사람들의 인연이 얽혀 대가족이 함께 모여산다는 6시 내고향식 결말은 천진난만하다. 지금 영화는 그런 결말을 내기 쉽지 않다.

헤프고 사랑ㅇ ㅣ고픈 채현은 무신의 딸이라 형철의 DNA로부터 비롯된 게 아니다. 애정결핍의 경석은 매자(김혜옥)이 유부남(주진모)와 이어지지 못해서 생긴 게 아니다. 각자 다른 상황 속에 만들어진 태도이고 윗세대와 관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데 스토리상으로 그렇게 읽히는 한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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