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테 콜비츠 역사 인물 찾기 2
카테리네 크라머 지음, 이순례.최영진 옮김 / 실천문학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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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결정이 되는 것일까 ?

그건 각자가 세상을 해석하는 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케테 콜비츠의 그림을 보면서 들었다.(1867년~~ 1945년 사망)
20세기초의 유럽의 격변기를  판화로, 포스터로, 조각으로 남긴 콜비츠.
사람들은 그녀에게 사상가나 혁명가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하지만,그녀에 대한 내 인상은 그보단 단지 <어머니>었단 것이다.
이 세상의 아들과 딸들이 행복하고 건강하며 불의가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기만을 바라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이 세상에 대한 책임과 연민으로 확장된 지성적이고 인간적인 예술가.
착하고 예쁘고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 인간의 진실한 모습이 담긴 그림을 그려낸 여자.
특징적인 것은 그녀가 자신 앞에 놓여진 것이 무엇이건 간에 직시한  사람이었다는 것일 것이다.
죽음이건 ,혁명이건, 우울이건, 농민들의 고달픈 삶이건, 전쟁이건 간에 좁은 새장속에서 눈을 가리고 살던 여자가 아니었고,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보다 보면 눈을 돌리고 싶어질 만큼 고통스럽다.
보거나 들을 수 없다면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그녀의 정신이 바로 그녀의 그림이었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는게 장점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낸 콜비츠.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리가 지긋 지긋해하면서 외면하고 싶어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던 그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그림으로 표현을 했던 콜비츠를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작가가  별거 아닌 그녀의 문장에 감탄사를 난발하는 것이 좀 거슬렸다.
콜비츠의  예술과 역사에서 차지하는 가치를 낮춰보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의 예술이나 글들이 "그렇게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애정은 좋다. 그러나 과장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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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책
보르헤스 지음 / 예문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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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보르헤스가 젊은 보르헤스에게 말한다.
넌 대단한 글을 써보겠단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또 대단한 글을 썼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할 거라고,한때는...
불운은 계속 되어 질 것이지만,익숙해 질 것이며
인생을  한탄해서는 안 된다는 스토아 철학자의 말을 두려워 외면했으나,
어느날 이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고도 말한다.
눈이 먼다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고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언제가 날 만났다는 것을 기억해내겠지만,그것이 꿈이었다고 생각 할 것이라고.

                                                                                              <1983년 8월 25일 >

 

보르헤스의 책에 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보르헤스 둘이 만나서 서로를 탐색하고 의심하며 정보를 주고 받고 거짓말을 하며,지혜를 전해주지만, 전해주는 보르헤스도,그것을 듣는 보르헤스도 그것이 무용하다는 것을 안다.
본인이 남의 말을 듣기엔 자의식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는것을 너무 잘 알기에...
자신이 깨닫고 겪으며 경험하기전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사람이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같지만 ,어쩜 그렇게 올곧게 진실만을 알려 한 사람이기에 당연했던 것이지도 모르겠다.

 다시 횡설 수설하는 듯한 보르헤스의 단편집이다.(17개의 단편들을 모은 것임)
며칠전 본 책과 중복이 되는 것이 있는데다 , 소재나 주제도 중복이 된다는 생각에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이 여전히 내 맘을 울린다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아름답다.
그가 만들어내는 언어들이.
그 언어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상황들이,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다웠다.
자신이 믿고 상상하는 것에 엄격했던 보르헤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단 느낌.
기돈 크레머의 탱고 선율이 왜 그리 듣고 싶었는지 책을 덮을때가 되서야 깨달았으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을 맴돌던 선율들.
혹시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되시거들랑  한번 같이 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의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 해냈단 면에서 잘 어울렸으니까...
삶은  척박하고, 파타고니아는 너무 광활하고 지루하며 ,무지의 공간은 끝을 알 수 없게 열려 있어,
인간의 상상력이 아니라면 살아 남기 힘든 곳 ! 아르헨티나...
바로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서 통하는게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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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써루의 유라시아 횡단기행
폴 써루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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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기차가 지날 때면 나는 늘 거기에 타고 있는 내 모습을 꿈꾸었다.>

그래,기행문이라고 하려면 이 정도는 되야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책이다.

 책을 펼치면 그가 다녀온 여정을 따라 지도가 그려져 있다.
런던에서 ~~~~쭈르르 내려와서 이스탄불,카불,폐샤와르,델리,실론,방콕을 거쳐 싱가포르 찍고 사이공에 동경, 삿포르로 갔다가 ,하바로브스크에서 다시 시베리아 열차를 타서는 모스크바,그리고 런던까지, 넉달동안 주로 기차, 마지못해 비행기,택시,버스,열차, 다시 마지못해 배를 타고 항해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기차에서 만난 여행객에게 지금 이 책을 쓰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작가를 미친사람 취급하면서 더 이상 상대를 안 해주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생각으로는 누구나 여행을 하기 때문에 기행문은 불필요한 것이라나?
일면 수긍가는 말이다.
이런 수작 기행문이 가끔 씌여지지 않는다면 전적으로 옳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 여행객의 무례도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여행을 가지만 이런 책을 쓴다는 것은 기적이라 할만큼 드무니,자신이 만났던 "그" 미치광이가 이런 수작을 쓸만한 재목인지  짐작 못했다 한들 어디 그게 그의 탓이겠는가 ?

 쉽게 쓴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보는 것처럼 그의 글쓰기는 자연스러웠다.
작가가 되지 않으려 했다가 나이폴의 (노벨상 수상작가--이 작가의 책도 강추천!) 책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던데, 어떻게 이런 글솜씨를 가지고도 작가가 되지 않을 생각을 했을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풍경을 눈앞에 보여 주듯 묘사하고,스쳐 지나가는 여행지와 여행자들의 특성을 즉시 간파하는 탁월한 통찰력에,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면서도 반발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귀여운 설득력까지.

나서서 고자질도 하고,이간질도 시키는 얍삽함과 고상이나 위선 떨지 않는 솔직함 ,비겁함엔 냉소를 가차없이 날리는 지성,가난한 아이들의 비참함엔 안스러워 하는 연민,그리고  현지인들의 과장과 위선,허풍,불합리와 광기에 네네하면서 넘기지 못하고 꼬박꼬박 토를 다는 삐딱선에다 여행객엔 어울리지 않는 게으름까지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웃고,공감하며,기막혀 하면서 읽었다.

특이한 것은 마치 내가 그와 함께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난을 보곤 나도 가슴이 답답했고,악취에 코를 움켜쥐었으며,아름다움 경치엔 넋을 잃고,여장 남자 창녀를 만났을땐 혼비백산 해 도망가고,지뢰가 터지는 와중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베트남 사람들의 질긴 생명력에 혀를 내둘렀으며, 모든 인간으로 하여금 탈출을 꿈꾸게 만든다는 싱가포르에선 갑갑함이 절로 느껴졌다.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나중에 나쁜 소리를 쓰려면 손이 벌벌 떨릴텐데 하며,부담스러워 하는 그에게 미소도 보내가며  함께 한 여행이었다.
그러니 천천히 지렁이 기는 속도로 읽게 되더라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일른지 모른다.
넉달동안 아시아 대륙을 기차로 횡단한것이 아닌가?
그걸 따라다닌 셈이니 ,좀 지치기까지 하더라 하는 건 단지 내 기분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는 더 이상 아무것에도 감동을 못 받겠다고 투덜대며 열차칸안에서 잠만 잔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질만큼 지친 것이다.
그는 말한다.
그가 속으로 늘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고.
상상과 실제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게 뭐 대수겠느냐고 반문한다.
사기충천해서 아시아 일주를 나섰던 사내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여정을 흐믓하게 회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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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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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904년 6월 16일 단 하루 동안에 일어 났던 일들을 기록한 소설이다. 오쟁이 진 남편 리오폴드 불룸, 그의 바람난 아내 몰리 불룸, 그리고 현재는 교사이나 언젠가는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는 조이스의 소설속 자아인 스티븐 데덜러스, 이렇게 세사람을 중심으로 아침부터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다음날 새벽녘까지의 일상을 의식의 흐름을 따라 추적한 책이다.

 

1. <성경에 비견될 만한 책인데, > 그건 두께 때문만은 아니다. 사전에 버금가는 어휘력 구사, 내국어처럼 사용하는 외국어들--라틴어,불어,이태리어,독어등등--구전되어 내려오는 설화,민요,가요,가곡,오페라,신화,종교,문학,철학,정치.심리학에 다양한 문체 실험까지... 어떻게 한 인간이 이렇게 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뱉어낼 수 있는지, 기인 열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성경은 백여년의 시간을 두고 랍비들이 만든 합작품이다. 조이스가 그 시간과 인력을 뛰어 넘었다는 말인데, 한 천재가 해 낼수 있는 성과물의 유일무이한 집대성이자 걸작품이라고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기가 질리는 방대한 양이 아닐 수 없었다.

 

2. <제목이 율리시스다.> 

<율리시스의 오딧세이>를 차용한 것이라 그렇다. 그런데 왜 하필 율리시스일까...율리시스는 영웅담이다.우린 그 영웅담을 어려서부터 열성적으로 들으면서 우리 인간의 내면에 그런 영웅심이 숨어 있을 거라고 믿고 자란다. 그렇다면 현대판 율리시스의 무대인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으로 가 보자. 그곳은 복잡한 정치 상황속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삶을 영위하는 곳이다. 더불린에도 만일 영웅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영웅이 존재 하기는 할까? 호메로스가 보여주는 율리시스와는 달리 조이스가 보여주는 현대판 영웅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블룸은 아내가 끊임없이 바람을 피는 것을 알면서도 무기력하게 모른척 하는 남편이다. 그의 아내 몰리는 흑인하고 섹스를 해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전형적인 간부로 죄책감은 커녕 남편의 멍청함을 비웃는다. 오딧세이의 주인공들, 집으로 가기 위해 갖가기 모험을 해야 했던 율리시스와 정절의 상징인 그의 아내, 그들이 들려주었던 인간의 고결함과 정결은 현대의 율리시스에 오면 너무도 처참하게 쪼그라들어 형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스티븐의 경우를 보자. 그는 사상의 자유를 펼치기는 커녕 자신의 엄마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해 갈등을 겪는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저항을 해도 부족한 판에 분열과 간통, 이간질과 무능력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는 아일랜드 인들, 본인의 내면의 자아가 어디로 가야할지는 알지만 어디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가, 아내의  불륜에 질투를 하면서 동시에 다른 여자에게 욕정을 느끼는 남편, 자신을 원하는 모든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는 아내... 그들은 한탕을 꿈꾸며 경마 복권을 사고, 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하고, 장례식에도 가고, 출산도 지켜 보며, 음담 패설을 하고, 간통도 저지르며, 외간 여자에게 희롱대는 편지를 부치고, 사창가에 가고,  과거의 추억과 아픔을 되뇌이며, 착한 일도 하고,  다른 삶도 꿈꾸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비참하게도 그런 영락한 삶마저 무진장 허덕대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인 것이다. 더 이상 영웅은 없다. 조이스는 그렇게 부풀려지지 않는 인간의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 주면서 우리가 제대로 보기를 원하고 있었다. 제발, 허상과 환상에서 벗어 나셔, 오딧세이의 영웅은 현실속에선 존재하지 않는 다네,라고... 너무 탁월한 통찰력이라서 낭만주의자들에겐 읽어내려가기 힘들지 모른다. 받아 들이고 싶지 않는 섬뜩한 현실과 마주쳐야 할테니 말이다.
 

3. <의식의 흐름에 주목하라.>

당신의 머리속에서 벌어지는 생각들을 난 알길이 없다. 난 투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조이스다. 그는 인간 내면의 의식들을 조명해나간다. 토막 토막 끊기는 생각들, 암시들. 상징에 따라 다니는 생소한 외국어들, 연상들... 따라서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가,그녀가,그들이 된 듯이 느껴진다. 맞아, 우린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의심을 하고 분석을 하고 판단을 내리고 충동에 굴복하지...인간의 뇌를 절단해 현미경으로 관찰을 한다 해도 조이스처럼  할 수 있을까? 언어적인 천재성외에 그가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 그의 천재성의 다른 면이 아닌가 한다. 성과 속, 그 모두를 조명해서 다 보여 주고자 했던 사람의 통찰력. 그 누구도 속일 수 없을 듯한 꿰뚫어 보는 능력, 그리고 그걸 확신하는 능력. 판단컨대 조이스는 괴물이다. 그는 인간이 아닌 특이하고 새로운 종족의 일원인데 우리가 그걸 밝혀내지 못한 것일 뿐일 것이다. 흠, 그럴 듯한 분석이다.

 

4. 난 언젠가 남자들이 수다를 떠는 곳에 떨어져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곳에 가지 않았음에도 나의 호기심을 해결해준 책이 바로 이 책 되겠다. 결론은 아, 내가 왜 그걸 원했는고 였다.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그건 내가 바빠서도 이해가 안 되서도 어려워서도 아니었다. 단지 남자들의 생각들 속을 걸어 다닌다는 것이 내겐 상당히 질렸었기 때문이었다.

하니, 바쁜 당신들, 그리고 여자들, 영웅이 존재하길 바라는 사람, 바람피는 여자의 심리와 그 남편의 서글픈 합리화는 내 알바 아니다 하는 사람에겐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대단한 책임엔 틀림이 없다. 감동이 없다 한들 어떠리요. 진실이 있다. 그래서 진실엔 이미 충분히 질렸다는 분들에게도 역시 권하지 않는다. 종교의 위선과 그에 맞서는 인간의 무기력,분노,그리고 고상한 척을 하는 인간의 위선과 허영,가증스런 배신과 본능에 대해 알고 싶다는 분들에겐 읽기를 권한다. 그것은 여기 다 있으니까... 실은 차고 넘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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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크라이튼의 여행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신현승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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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갑자기 좋은 책들이(=읽는데 집중을 요하는 책)넘쳐나는 바람에 '막간 여흥용'(=머리를 식히는 용,휘리릭 읽고 버릴 책)으로 가져온 책이다.

첫 페이지를 들여다 본 후----> "Oh ,No.아니,너마저?" 라면서 난 뭉크의 <절규>와 똑같은 포즈로 절규했다. 세상에,이렇게 날 배신하다니! 누가 너보고 잘 쓰라고 하대? 하며 내게 잘 썼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운이 지지리도 없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Travels란 심플한 제목,속지 마시라. 여행했던 곳을 소개하는 기행문 아니다.

그보단 그의 삶의 여정을 담은 것이다. 강렬한 순간들을 모아서...

하버드 의대 시절, 시체를 해부하는 순간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왜 자신이 남들이 우러러 보는 의사직을 버리고 작가로써의 길로 나서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안정되고 미래가 보장된 길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거리며 앞날을 알 수없는 불안정한 길을 선택한 그.70년대 그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 그를 바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생 시절, 시체를 해부하러 나선 그의 뜨악한 시선을 보면, 이 일을 평생 해야 한단 말이지 하는 절망감에 빠진 그를 보면 그의 결정이  당연하게 들린다.

그래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의사직을 미련없이 때려치우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그.

명쾌하며 군더더기 없는 터치에 무엇보다 감상적인 데가 없다는 것이 맘에 팍드는 책이다.

환상을 전파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체험한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신빙성을 더했고.

세계 곳곳을 누빈 전력이건, 줄줄이 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건, 명상이나 아우라등 체험할 수는 있지만 설명하긴 힘든 것들의 이야기건 다 재밌었다.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쉽게 공감하게 하는 설득력을 가진,다른 말로 하면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였다.

이 책을 읽고.

1.의사들을 이해하기로 했다.그들이 사디스트들이건 냉정하건 인간성이 없건 세상물정을 모르건 간에, 젊은 시절을 시체를 해부하면서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보상받을 만하다.

2.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이상하게 여긴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절대 이해하기 힘든 종족이라고 선언을 한다.

하지만 어쩜 둘은 같은 종족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와 내 생각임)

3.원 나잇 스탠드를 당한 그, "왠지 이용당한 것 같은 느낌이야!'하는 것을 보고선 웃었음.

4.부모에 대한 빚.그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그건 누구에게나 평생 풀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5.그의 키는 2미터 4센티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법부터 배워야 했겠다는 생각에 짠했다.

무진장 성공하고 무진장 돈을 많이 번 사람.

밉지가 않다.

왜냐면 자신의 내면을 찾아 가는데 게을리 한 사람이 아니었고,인간적인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을 한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열심히 파고 들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멋진 사람이었다.시간이 나면 이 작가의 책을 더 챙겨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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