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빨강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황의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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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 몽고메리 자신이 쓴 간략한 자서전.
감수성이 강한 아이었던 어린 시절, 그리고 기자 시절의 따분함과 지루함,앤을 창착해 냈을 때의 이야기등이 씌여져 있다.
본격적인 자서전은 아니다.
그저 요즘 월간 잡지에 "난 이렇게 그 책을 썼다"라는 코너가 있다면 그런 코너에 적합할만한 분량과 강도.
그녀 자신의 연애 생활이나 기타 친구에 대한 사생활에 대한 것이 없다는 것도 특히나 자서전이라는 말을 하기 어렵게 한다.
역쉬 그녀의 최고의 작품은 빨강머리앤이라니까...라는 것을 확인하게 해 준 책.
감상에 젖어,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리면서 이 책을 집어 드셨다면 후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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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 앙겔로풀로스 박스세트 - 영원과 하루 + 안개속의 풍경 + 비키퍼
테오 앙겔로풀로스 감독 / 엔터원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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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 가고 있는 시인이 있다.
아내가 죽은 뒤 그의 인생은 빛을 잃었지만 그는 그것을 시인하지 않는다.
아내의 원망을 사면서까지  집착했던 책과 글자에의 열정이 아직 남아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죽은 시인의 미완성 시를 완성시킨다면서  "흩어진 시어"를 모으던 그는 그럼으로써 자신이 인생이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지만, 죽음 앞에서 그런 거짓과 거만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걸어 들어가 듯 죽은 아내가 "내 인생의 최고의 날"이라고 말했던 과거의 그 날로 돌아간 그는 비로서 그날이 자신에게도 최고의 날이었음을 보게 된다.
앎에의 동경, 책에의 집착,정신 세계에 몰두하느라 외면했던 아내의 사랑을 깨달으면서 그는 인생에서 남는 것은 사랑뿐이란 것을 알게 된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시어들이 정신 속에서가 아니라 사랑속에서 얻어진다는 것을 알게된 시인.
환희에 젖은 그에게 평생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아내가 말한다.
당신이 올 줄 알고 있었다고.
그리곤 " 내일이 뭐지?" 라고 묻는 남편의 말에 그녀가 대답한다.
내일은 영원과 하루 라고.
우리가 지나온 과거는 영원이며 내일은 그 하루일뿐이다.
그 시어를 대답으로 가져온 그는 아마도 편안히 죽음을 맞지 않을까.
그가 그렇게도 원하던 깨달음을 얻었으니 말이다.

 우리가 기다린 시간들은 진실을 얻기 위한 것이었다는 시인의 말에 동감한다.
영화는 느리고 ,감독이 하려는 말은 완곡하게 흘러 알아 듣기 힘들며,형이 상학적으로 철학적으로 풀어 나가려 한 흔적이 뚜렷하다.
늙은 시인을 둘러싼 외로움과 젊은 아내가 등장할 때의 따스함을 대비하면서 인생의 가장 좋은 때는 사랑할 때라고, 그것을 놓치지 말라고 말을 하는 듯 보였다.
글쎄. 그의 말에 귀 기울일 인간들이 얼마나 될까 라는 생각이 든다.
우린 언제나 너무도 쉽게 사랑을 놓치고
사랑하며 살라는 말을 흘려 들으면서 줄창 내일만을 기약하니 말이다.
영화속의 시인은 말한다.
"난 그때 사랑하는 법을 몰랐어."라고.
우린 그렇게  뒤늦게 사랑하는 법을 깨닫게 되는 만년 늦깍이 사랑꾼들에 불과하지 않을까.

집에서 누워서 볼 수 있었던 것에 무한히 감사를 하며 본 영화다.
영화관에서 봤다면 평이 험악해졌을 것이 분명한 영화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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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삶 SE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감독, 세바스티안 코치 외 출연 / AltoDVD (알토미디어)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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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물이십니까 ?"
"아뇨, 제가 볼겁니다."

그리곤 늙고 행색이 초라해져 회색 인간처럼 보이는 주인공이 서점 점원을 향해 --정확히는 카메라를 향해--자랑스레 얼굴을 든다.
감동을 억누르고 있는 기색이 역력한 얼굴엔  착한 눈망울들이 영롱하게 빛이 난다.
그렇다.누군가는 그가 인생을 헛되게 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 준 것이다.>

 한창 잘나가고 있는 정보 요원이 반체제 작가 부부의 삶을 도청하다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착한 사람들을 위한 소나타",이 영화속에 등장하는 책의 제목인데,영화의 제목으로도 적격이다.
이 세상엔 착하게 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 줄 안다.
착한 것이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사람들 역시 비슷하게 많고.
하긴 나 역시도 헷갈릴 때가 많으니 남 말을 해서 뭐하랴만은.
그럴 때 내가 참고하게 되는 것은  바로" 타인의 삶"이다.
나보다 나은 사람들을 참고하지 않으면 내 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다른 이들의 삶을 주시하지 않는다면 난 결코 나아지는 일 없이 살다 죽을 것이다.
그것만큼 황량한 삶이 또 있을까?
이 영화는 굳건한 사랑과 양심과 내면의 소리를 쫓아가려 용기를 내는 작가부부를 염탐하다 동화되어 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통해서 황량한 삶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개략적인 모습을 우리에게 제시해 준다.

선의를 위해 기록을 조작하는 정보 요원이라.
영화 중반까지는 과연 이런 일들이 실재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었다.
서로가 서로를 통제하고 감시하는 체제에  쉽게 비판 없이 순응해 버렸던 인간들을 위한 위안 섞인 환타지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안스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마지막 주인공의 눈망울을 보면서 그런 냉소적인 생각을 하기란 불가능했다.
그 누가 알아 주지 않는다 해도, 내가 알고 있다면 충분히 선하게 살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 영화의 주인공처럼 내 눈망울들이 나의 존재를 나타내 보여 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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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떤 영화 보셨어요?
프루프
존 매든 감독, 기네스 펠트로 외 출연 / 브에나비스타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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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병이 발병해 딸의 간병을 받고 있던 천재 수학자 로버트.
어느 추운 겨울날 그는 딸에게 자랑스레 자신의 장치(=그의 수학적 두뇌)가 돌아 왔다면서 그 어느 누구도 해내지 못한 엄청난 것을 증명해 낼거라고 기염을 토한다.
그가 열에 들떠 증명해 낸 것은 바로 ;
(학기가 시작하는 )"9월을 제외하고는 서점은 붐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천재와 광기의 차이는 얼마 안 된다.
천재와 바보의 차이 역시 얼마 안 된다.
하지만 우리가 그 둘을 구분하는데 있어선 얄미울 정도로 냉정하다.
한때 천재 수학자로 명성을 날렸던 교수,정신병으로 바보가 되자 아무도 그를 찾지 않는다. 그들이 존경과 찬탄을 보낸 것은 그의 천재성이었기에,정신이 반쯤 나가서 씻어야 한다는 것도 종종 잊어 버리는 늙은 로버트는 용도 폐기된 쓰레기에 불과한 것이다.
하지만 가족들에게야 어디 그렇겠는가?
그래서 그의 둘째딸 캐서린은 아버지를 요양원에 넣고 각자의 삶을 살아 가자는 언니 클레어의 줄기찬 요구를 무시한채 아버지 돌보는 일에 나선다.
그녀가 사랑한 것은 아버지의 천재성만이 아니었기에...
아버지의 천재성과 함께 그의 불안한 정신까지 물려 받은 그녀.
수학자들이 두려워하는 22살의 고비를 아버지를 돌봐야 하는 짐속에서 날려버린 그녀.
5년간의 힘든 간병끝에 아버지가 돌아 가시자 그녀에게 남은 것은 대학 중퇴의 학력뿐으로 이제 그녀는 인생을 어떻게 다시 시작해야 할 지 막막할 뿐이다.
그때 아버지의 제자 할이 아버지가 죽기 전 끄적인 노트속에서 혁신적인 수학적 증명을 발견하고, 느닷없이 캐서린은 그것이 자신이 쓴 것이라고 주장을 하는데,과연 진실은 ?

 사랑이란 무엇일까.
아니,그보단 사랑이란,가족이란 이름으로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짐의 무게는 어디까지일까.
천재들의 업적에 열광과 존경을 보내는 것이 써커스 단원의 재주넘기에 박수를 보내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천재성의 다른 일면인 광기로 그가 고통을 당할 때 그것을 감당해야 하는 사람들은 가족들밖엔 없다는 것이 씁쓸한 현실로 다가오던 영화.
정신병을 가진 환자 가족들의 고통이 잘 이해되던 영화였다.
기네스 펠트로와 안소니 홉킨스의 연기가 인상적이나, 좀 지루한 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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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 예술가 뒤러 1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 한길아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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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러가 사람들과 인생을 해석하는 방식들과 그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되지 않을까 해서 집어든 책이다.
그런데 그보단 뒤러의 그림의, 그림에 의한, 그림을 위한 책이었다.
뒤러의 그림만 대체로 주구 장창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는데, 미술전문가용은 아니더라도 미술대학생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읽어야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참을성 있게 읽어 내려갔더니 뒤러의 작품의 특징들을 알아 볼 수있었다는 것이다.
난 그림을 잘 모른다.
그저 신이 내게 주신 눈으로 아름다움을 가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 대한 내 조잡한 감상을 쓰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겠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독일에 르네상스를 가져 왔다는 이 성실한 천재의 그림을 한번 들여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젊었을 때 나는 변화와 신기함을 열망했다.나이가 든 지금 자연의 타고난 용모에 이끌린다.
그리고 그러한 단순성이 곧 예술의 최종 목표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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