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시스
제임스 조이스 지음, 김종건 옮김 / 생각의나무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1904년 6월 16일 단 하루 동안에 일어 났던 일들을 기록한 소설이다. 오쟁이 진 남편 리오폴드 불룸, 그의 바람난 아내 몰리 불룸, 그리고 현재는 교사이나 언젠가는 예술가가 되기를 꿈꾸는 조이스의 소설속 자아인 스티븐 데덜러스, 이렇게 세사람을 중심으로 아침부터 고단한 하루를 마감하는 다음날 새벽녘까지의 일상을 의식의 흐름을 따라 추적한 책이다.

 

1. <성경에 비견될 만한 책인데, > 그건 두께 때문만은 아니다. 사전에 버금가는 어휘력 구사, 내국어처럼 사용하는 외국어들--라틴어,불어,이태리어,독어등등--구전되어 내려오는 설화,민요,가요,가곡,오페라,신화,종교,문학,철학,정치.심리학에 다양한 문체 실험까지... 어떻게 한 인간이 이렇게 많은 정보를 소화하고 뱉어낼 수 있는지, 기인 열전을 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성경은 백여년의 시간을 두고 랍비들이 만든 합작품이다. 조이스가 그 시간과 인력을 뛰어 넘었다는 말인데, 한 천재가 해 낼수 있는 성과물의 유일무이한 집대성이자 걸작품이라고 인정한다손 치더라도 기가 질리는 방대한 양이 아닐 수 없었다.

 

2. <제목이 율리시스다.> 

<율리시스의 오딧세이>를 차용한 것이라 그렇다. 그런데 왜 하필 율리시스일까...율리시스는 영웅담이다.우린 그 영웅담을 어려서부터 열성적으로 들으면서 우리 인간의 내면에 그런 영웅심이 숨어 있을 거라고 믿고 자란다. 그렇다면 현대판 율리시스의 무대인 아일랜드의 수도 더블린으로 가 보자. 그곳은 복잡한 정치 상황속에도 사람들이 여전히 삶을 영위하는 곳이다. 더불린에도 만일 영웅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영웅이 존재 하기는 할까? 호메로스가 보여주는 율리시스와는 달리 조이스가 보여주는 현대판 영웅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블룸은 아내가 끊임없이 바람을 피는 것을 알면서도 무기력하게 모른척 하는 남편이다. 그의 아내 몰리는 흑인하고 섹스를 해보는 것이 유일한 소원인 전형적인 간부로 죄책감은 커녕 남편의 멍청함을 비웃는다. 오딧세이의 주인공들, 집으로 가기 위해 갖가기 모험을 해야 했던 율리시스와 정절의 상징인 그의 아내, 그들이 들려주었던 인간의 고결함과 정결은 현대의 율리시스에 오면 너무도 처참하게 쪼그라들어 형체를 찾아보기 힘들다. 예술가가 되고 싶은 스티븐의 경우를 보자. 그는 사상의 자유를 펼치기는 커녕 자신의 엄마에게서조차 이해받지 못해 갈등을 겪는다. 자유와 독립을 위해 저항을 해도 부족한 판에 분열과 간통, 이간질과 무능력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갈피를 못잡는 아일랜드 인들, 본인의 내면의 자아가 어디로 가야할지는 알지만 어디에서도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예술가, 아내의  불륜에 질투를 하면서 동시에 다른 여자에게 욕정을 느끼는 남편, 자신을 원하는 모든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는 아내... 그들은 한탕을 꿈꾸며 경마 복권을 사고, 술을 마시고, 패싸움을 하고, 장례식에도 가고, 출산도 지켜 보며, 음담 패설을 하고, 간통도 저지르며, 외간 여자에게 희롱대는 편지를 부치고, 사창가에 가고,  과거의 추억과 아픔을 되뇌이며, 착한 일도 하고,  다른 삶도 꿈꾸면서, 그렇게 하루를 보낸다.

바로 그것이 우리의 모습이다. 비참하게도 그런 영락한 삶마저 무진장 허덕대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인들인 것이다. 더 이상 영웅은 없다. 조이스는 그렇게 부풀려지지 않는 인간의 그대로의 모습을 투영해 보여 주면서 우리가 제대로 보기를 원하고 있었다. 제발, 허상과 환상에서 벗어 나셔, 오딧세이의 영웅은 현실속에선 존재하지 않는 다네,라고... 너무 탁월한 통찰력이라서 낭만주의자들에겐 읽어내려가기 힘들지 모른다. 받아 들이고 싶지 않는 섬뜩한 현실과 마주쳐야 할테니 말이다.
 

3. <의식의 흐름에 주목하라.>

당신의 머리속에서 벌어지는 생각들을 난 알길이 없다. 난 투시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그게 가능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바로 조이스다. 그는 인간 내면의 의식들을 조명해나간다. 토막 토막 끊기는 생각들, 암시들. 상징에 따라 다니는 생소한 외국어들, 연상들... 따라서 읽다 보면 마치 내가 그가,그녀가,그들이 된 듯이 느껴진다. 맞아, 우린 그렇게 생각을 하고 의심을 하고 분석을 하고 판단을 내리고 충동에 굴복하지...인간의 뇌를 절단해 현미경으로 관찰을 한다 해도 조이스처럼  할 수 있을까? 언어적인 천재성외에 그가 예술가가 될 수 있을 거라 확신한 그의 천재성의 다른 면이 아닌가 한다. 성과 속, 그 모두를 조명해서 다 보여 주고자 했던 사람의 통찰력. 그 누구도 속일 수 없을 듯한 꿰뚫어 보는 능력, 그리고 그걸 확신하는 능력. 판단컨대 조이스는 괴물이다. 그는 인간이 아닌 특이하고 새로운 종족의 일원인데 우리가 그걸 밝혀내지 못한 것일 뿐일 것이다. 흠, 그럴 듯한 분석이다.

 

4. 난 언젠가 남자들이 수다를 떠는 곳에 떨어져 그들이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들어 보고 싶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 곳에 가지 않았음에도 나의 호기심을 해결해준 책이 바로 이 책 되겠다. 결론은 아, 내가 왜 그걸 원했는고 였다. 이 책은 읽는데 시간이 무척 오래 걸렸다. 그건 내가 바빠서도 이해가 안 되서도 어려워서도 아니었다. 단지 남자들의 생각들 속을 걸어 다닌다는 것이 내겐 상당히 질렸었기 때문이었다.

하니, 바쁜 당신들, 그리고 여자들, 영웅이 존재하길 바라는 사람, 바람피는 여자의 심리와 그 남편의 서글픈 합리화는 내 알바 아니다 하는 사람에겐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대단한 책임엔 틀림이 없다. 감동이 없다 한들 어떠리요. 진실이 있다. 그래서 진실엔 이미 충분히 질렸다는 분들에게도 역시 권하지 않는다. 종교의 위선과 그에 맞서는 인간의 무기력,분노,그리고 고상한 척을 하는 인간의 위선과 허영,가증스런 배신과 본능에 대해 알고 싶다는 분들에겐 읽기를 권한다. 그것은 여기 다 있으니까... 실은 차고 넘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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