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책
보르헤스 지음 / 예문 / 1995년 12월
평점 :
품절



늙은 보르헤스가 젊은 보르헤스에게 말한다.
넌 대단한 글을 써보겠단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또 대단한 글을 썼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할 거라고,한때는...
불운은 계속 되어 질 것이지만,익숙해 질 것이며
인생을  한탄해서는 안 된다는 스토아 철학자의 말을 두려워 외면했으나,
어느날 이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고도 말한다.
눈이 먼다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고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언제가 날 만났다는 것을 기억해내겠지만,그것이 꿈이었다고 생각 할 것이라고.

                                                                                              <1983년 8월 25일 >

 

보르헤스의 책에 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보르헤스 둘이 만나서 서로를 탐색하고 의심하며 정보를 주고 받고 거짓말을 하며,지혜를 전해주지만, 전해주는 보르헤스도,그것을 듣는 보르헤스도 그것이 무용하다는 것을 안다.
본인이 남의 말을 듣기엔 자의식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는것을 너무 잘 알기에...
자신이 깨닫고 겪으며 경험하기전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사람이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같지만 ,어쩜 그렇게 올곧게 진실만을 알려 한 사람이기에 당연했던 것이지도 모르겠다.

 다시 횡설 수설하는 듯한 보르헤스의 단편집이다.(17개의 단편들을 모은 것임)
며칠전 본 책과 중복이 되는 것이 있는데다 , 소재나 주제도 중복이 된다는 생각에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이 여전히 내 맘을 울린다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아름답다.
그가 만들어내는 언어들이.
그 언어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상황들이,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다웠다.
자신이 믿고 상상하는 것에 엄격했던 보르헤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단 느낌.
기돈 크레머의 탱고 선율이 왜 그리 듣고 싶었는지 책을 덮을때가 되서야 깨달았으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을 맴돌던 선율들.
혹시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되시거들랑  한번 같이 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의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 해냈단 면에서 잘 어울렸으니까...
삶은  척박하고, 파타고니아는 너무 광활하고 지루하며 ,무지의 공간은 끝을 알 수 없게 열려 있어,
인간의 상상력이 아니라면 살아 남기 힘든 곳 ! 아르헨티나...
바로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서 통하는게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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