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크라이튼의 여행
마이클 크라이튼 지음, 신현승 옮김 / 터치아트 / 2007년 3월
평점 :
품절


요즘 갑자기 좋은 책들이(=읽는데 집중을 요하는 책)넘쳐나는 바람에 '막간 여흥용'(=머리를 식히는 용,휘리릭 읽고 버릴 책)으로 가져온 책이다.

첫 페이지를 들여다 본 후----> "Oh ,No.아니,너마저?" 라면서 난 뭉크의 <절규>와 똑같은 포즈로 절규했다. 세상에,이렇게 날 배신하다니! 누가 너보고 잘 쓰라고 하대? 하며 내게 잘 썼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은, 운이 지지리도 없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Travels란 심플한 제목,속지 마시라. 여행했던 곳을 소개하는 기행문 아니다.

그보단 그의 삶의 여정을 담은 것이다. 강렬한 순간들을 모아서...

하버드 의대 시절, 시체를 해부하는 순간에서 시작하는 이 책은 왜 자신이 남들이 우러러 보는 의사직을 버리고 작가로써의 길로 나서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안정되고 미래가 보장된 길이 아니라 끊임없이 흔들거리며 앞날을 알 수없는 불안정한 길을 선택한 그.70년대 그가 그런 선택을 했을 때 그를 바보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의대생 시절, 시체를 해부하러 나선 그의 뜨악한 시선을 보면, 이 일을 평생 해야 한단 말이지 하는 절망감에 빠진 그를 보면 그의 결정이  당연하게 들린다.

그래서 적성에 맞지 않는 의사직을 미련없이 때려치우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자신의 길을 찾아 가는 그.

명쾌하며 군더더기 없는 터치에 무엇보다 감상적인 데가 없다는 것이 맘에 팍드는 책이다.

환상을 전파하는 것이 아닌 자신이 체험한 그대로 솔직하게 보여주는 것도 신빙성을 더했고.

세계 곳곳을 누빈 전력이건, 줄줄이 등장하는 여자들의 이야기건, 명상이나 아우라등 체험할 수는 있지만 설명하긴 힘든 것들의 이야기건 다 재밌었다.

무엇보다 독자로 하여금 쉽게 공감하게 하는 설득력을 가진,다른 말로 하면 글을 아주 잘 쓰는 작가였다.

이 책을 읽고.

1.의사들을 이해하기로 했다.그들이 사디스트들이건 냉정하건 인간성이 없건 세상물정을 모르건 간에, 젊은 시절을 시체를 해부하면서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은 보상받을 만하다.

2.여자는 남자를 ,남자는 여자를 이상하게 여긴다.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면서 절대 이해하기 힘든 종족이라고 선언을 한다.

하지만 어쩜 둘은 같은 종족일지도 모른다(?)(=는 것이 그와 내 생각임)

3.원 나잇 스탠드를 당한 그, "왠지 이용당한 것 같은 느낌이야!'하는 것을 보고선 웃었음.

4.부모에 대한 빚.그가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오랫동안 버리지 못하는 것을 보면서,그건 누구에게나 평생 풀어야 하는 숙제 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5.그의 키는 2미터 4센티라고 한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신을 차단하는 법부터 배워야 했겠다는 생각에 짠했다.

무진장 성공하고 무진장 돈을 많이 번 사람.

밉지가 않다.

왜냐면 자신의 내면을 찾아 가는데 게을리 한 사람이 아니었고,인간적인 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을 한 사람이었으며, 자신이 누구인지 열심히 파고 들은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건 돈이 있다고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

멋진 사람이었다.시간이 나면 이 작가의 책을 더 챙겨 읽어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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