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비틀거리는 소 I 아이바 히데오 I 최고은 옮김 I 엘릭시르




하지만 아카마씨는 알지 못했다.

오늘밤이 그의 마지막 저녁이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병과를 끝내고 돌아온 다가와 형사는 제3강력계를 떠나 신설된 수사1과 '계속수사반'에서 일하게 된다.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계속수사반, 어쩌면 일이 수월하기는 하겠지만 힘은 없는 부서이다. 다가와에게 부여된 새로운 사건은 2년 전 나카노 역 선술집 강도 살인 사건인데 피해자는 수의사와 산업 폐기물 처리업자이다. 둘 간의 접점은 없어 보이고 가해자가 "머니, 머니"라고 얘기하며 칼을 휘둘렀다는 걸로 봐서 외국인의 단순강도사건으로 처리되었었다.



다가와의 수사특기는 탐문조사이다. 철저한 탐문조사로 칼을 휘둘렀던 가해자의 칼을 쥔 모습이 역수, 그러니까 칼 끝이 새끼 손가락 쪽으로 오는 기법이고 가해자가 뛰어나가 기다리던 벤츠에 타는 걸 본 사람이 있었으며 차의 소유자를 알아냈고 소유자가 옥스마트의 후계자 가시와기 노부모토의 애인이었으며 피해자의 유족을 찾아가 들은 얘기로는 '곱창조림을 먹지마라', '근사한 여관에 데려가겠다'라고 남긴 말과 장례식 후 수의사의 집의 노트북 두 대가 없어졌으며 본가를 기웃거리는 남자가 있었고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거였다. 벤츠의 소유주는 고급클럽의 마담이었고 그의 애인이 사줬을 법한데 그 애인이 옥스마트의 후계자인 가시와기 노부토모였다. 두 사람에게 확인한 바로는 벤츠를 처분했다는 것. 그러나 조사 후에 사고경력도 없는 고가의 벤츠를 폐차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가와는 경시청 윗선으로부터 옥스마트의 도련님을 건드리지 압박을 받는다. 다가와는 수의사에 대해 조사하던 중 자주 가던 R고원의 농장주가 바로 옥스마트의 가시와기 노부토모의 애인의 외삼촌임을 알게되었고 다가와는 점점 노부토모를 의심한다. 그리고 수의자가 걱정했던 것은 바로 BSE(광우병)임이 밝혀진다.



한 편 <비즈투데이>라는 인터넷 미디어의 쓰루타 기자는 옥스마트의 판매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미트박스라는 회사의 직원이었던 이와 만나 옥스마트와 술집에 납품하는 미트박스의 고기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노폐우와 대체육을 섞어 판매하고 있었으며 옥스마트의 비리를 조사하는 쓰루타, 자신의 여동생의 죽음에도 옥스마트와 연관이 있어 더욱 철저하게 옥스마트를 파헤치려한다.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해서 더욱 흥미가 생긴 <비틀거리는 소>는 어느 정도의 줄거리를 알고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생각했던 것하고 달리 이야기가 방대해지는 것에 놀라웠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주제이다 보니 흥미로웠고 제목이 주는 의미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궁금했었다. 비틀거리는 소는 바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뜻하며 똑바로 서있지를 못하고 비틀거리는 것을 의미한다. 최고급의 소만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광우병이 발생되고 그것을 알아챈 수의사의 사회적 책임감을 둘러싸고 사건은 벌어진다. 광우병은 소에서 소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대처방법이 확립된 가축 질병이라 생각한 수의사는 농장주와 납품처인 옥스마트의 가시와기 노부토모에게도 설명했으니 대처가 신속할 수록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 단순히 생각한다. 그러나 옥스마트의 후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비틀거리는 소>는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착된 소재였기 때문에 읽으면서 흥분을 하기도 했다. 쇼핑센터의 임차인에게 징수하는 마진 비율에 대한 횡포부터 시작해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대기업의 꼼수와 소고기의 분류시 먹을 수없는 부분 즉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자 등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 없이 이익만을 위해 노폐우와 대체육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화학적 조미료들을 섞어 먹을 수없는 음식으로 만드는 제조업자의 욕심이 얽히고 설켜 각종 비리의 온상을 보는 듯했다.



작가가 전직 기자 출신이라서인지 이야기의 전개가 이해하기 쉽게 전개된다. 또한 답답하게 보일수도 있을 만큼 이야기 속 다가와라는 형사는 철저한 탐문조사가 특기인 베테랑 형사이다. 그 다가와의 특기를 살려낼 수 있도록 사건을 차분히 조사해가는 과정이 아주 현실감이 있다. 갑작스럽게 마주하는 사건의 열쇠를 만난다기 보다는 그야말로 철저한 탐문조사로 찾아낸 단서들을 가지고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마치 내가 형사와 수사를 같이 한 듯한 느낌을 준다. 사건현장을 모두 둘러보고 관련된 이들을 만나며 사건에 대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수첩에 메모하는 모습과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 형사의 모습으로 비춰지며 나는 이런 문구가 생각났다. Oldies but goodiess.



우리는 지금 편의점만 가도 당장 딱딱해지지 않는 김밥이나 채소가 마르지 않는 햄버거 등을 만날 수 있다. 맛있다고 좋다고 먹었는데 갑자기 두려워진다. 가공식품 또한 마찬가지이고. 국민의 믿음을 받는 음식관련 제조업자들이 모두 이책을 읽고 조금 더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다. <비틀거리는 소>는 광우병을 가지고 일본사회의 일을 얘기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나라도 이런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스완 I 오승호 I 이연승 옮김 I 블루홀6





골라. 다음으로 죽일 사람을, 나쁜 사람을 네가 고르는 거야.

뒤통수에 갖다 댄 총구에 힘이 더 실린다. 포니테일이 조금 흔들린다. "자, 얼른 골라 봐. 나와 함께 악을 폭로하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끝나지 않아. 다들 죽게 돼."





스완 백화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고 많은 부상자와 2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범인들은 총기와 일본도를 사용하여 살인을 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범인 중 유즈키는 이즈미를 잡고 다음에 죽을 사람을 지목하라고 한다. 지목하지 않으면 자신을 죽일 것 같은 상황에서 범인인 유즈키는 어린아이와 이즈미를 스완백화점으로 불러낸 이즈미의 친구 고즈에에게 총을 쏘고 자신에게 총을 쏴 자살한다. 범인들이 죽은 상황에서 사건은 정리되었지만 매스컴에서는 고즈에가 기자들에게 이즈미가 범인에 따라 다음 죽을 상대를 골랐음을 폭로하고 이즈미와 엄마는 주위로부터 전학과 이사를 요청받는다. 발레를 하던 이즈미는 발레도 쉬고 학교도 휴학하며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초대장을 받는 이즈미. 그날의 피해자들끼리의 모임. 그날 기쿠노씨는 스카이라운지에 있다가 오히려 총기가 난사하는 상황으로 자신을 내몰려 결국 죽게 되는데 이 죽음에 대해 아들이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자 변호사를 대동해 모임을 만들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는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피해자들끼리의 관계가 틀어지며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는데...





백화점의 한가로운 시간에 총과 일본도로 무장해 들어가 무차별적 살인을 한 범인들로 인하여 상처를 받은 이들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스완>은 범인에 대한 단죄보다는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데 자세하게는 그들이 어떻게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상처를 되갚은 복수,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했던 상황을 유리하게 뒤집는 이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순간에도 자신을 위하여 타인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위하여 타인을 철저하게 이용하고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이들이 사건 후 어떻게 달라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내면을 처절하게 파헤쳐 놓는다. <스완>을 읽으며 적나라한 인간의 내면 속 자신의 방어욕을 과연 누가 욕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우리는 도덕적인 잣대를 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라는 대답을 미리 알고 한 것이었다.



주인공은 끝까지 친구의 잘못을 밝히지 않는다. 급박했던 상황, 인간으로서의 최대의 두려움을 느꼈던 그들에게는 어쩌면 전우애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을까? 작가도 누구도 자유롭지 못함에 단죄를 내리지 않고 이야기를 끝맺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스완>속 여고생의 한 마디는 아픔 속에서도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는 이의 마음의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넘어서고 싶어요.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오롯이 마주해야 한다. 조금 전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냥 겁먹은 게 아니야. 사건에 대한 기억이 개를 그렇게 만든 것 같지도 않았어. 걔는 범인보다도 너를 더 두려워하고 있어."

"도망쳤을 뿐인데. 그저 오타케로부터, 총격으로부터 도망쳤을 뿐인데."




모임을 통해 만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나간 아픔을 다시 끄집어내어 되새김질 하게 하는 행위는 이중고의 아픔이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모임을 통해 사건을 재조명하게 하는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남긴 <스완>. 도입부부터 범인들을 등장시켜 사건을 터트리는 전개는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속 오데트와 오딜을 <스완> 속 주인공에게 매칭시킨 것 또한 흥미롭다. 오데트가 아닌 흑조 오딜을 멋지게 연기하고픈 고즈에, 그리고 흑조를 연기하고 싶지만 결국 오데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즈미.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살인사건의 단순한 미스터리와 추리를 따라가는 기존의 법칙을 깨버리고 인간의 내면을 짚어보게 되는 <스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추리 미스터리의 수준을 만났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2 - 현실 편 : 철학 / 과학 / 예술 / 종교 / 신비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개정판) 2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2 I 채사장 I 웨일북




철학이 어떻게 삶을 바꾸는지 알고 싶다면,

과학 공부의 필요성을 알면서도 시작하지 못했다면,

예술을 이해하고 더 다가서고 싶다면,

종교나 신비가 왜 중요한지 이해할 수 없다면 자신 있게 권한다.




자세히는 아니어도 대충의 개념들을 알고 있었지만 <지대넓얕1>을 읽으며 저자가 정말 똑똑하고 어쩜 이리 글을 잘쓰는가에 대해 감탄했다. 알고 있는 지식을 누군가에게 설명하려면 잘 하지 못하기도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한 지식의 자신감이 점점 옅어지고 있어 작가의 현학적인 모습에 부러움을 금치 못하겠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1>에서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를 알아보았다. 5개의 파트를 통해 사회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있고 하나의 기준아래 적용되는 것을 알게되어 놀라웠다. 인류가 점점 발전해가는 역사를 통해 경제적 개념이 발전되고 그것이 정치라는 개념이 생기고 사회가 구성되며 윤리적 개념이 도입이 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고 만들수 있는 질서라는 생각이 든다. 그의 이야기를 더욱 듣고 싶은 마음에 만나게 된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2>는 1편보다는 어렵다는 느낌으로 읽었다. 2편에서는 진리를 통한 철학, 과학, 예술, 종교, 신비의 5개 파트를 만나는데 제목이 넓고 얕은 지식이라고 해서 절대 얕지 않다는 걸 아마 책을 읽어본 분들은 아실 것이다. 절대 단순히 개념만 훑고 넘어가지 않기 때문에 단순하고 가볍지 않다. 더구나 내게는 철학과 과학, 종교는 너무 어렵게 다가왔다. 1, 2편은 이원론의 시대로 고대, 중세, 근대, 현대를 다루고 있는데 특히 2편에서는 주관적 개념이 더욱 큰 의미들이 있어 명확한 선긋기가 어려운 이야기들이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2편은 현실 너머 편이다. 저자는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펼치는데 진리를 탐구하는 철학, 과학, 예술, 종교로 세 가지 견해가 절대주의, 상대주의, 회의주의를 중심으로 일관되게 구조화됨을 설명한다.

철학에서는 플라톤, 교부철학, 합리론이 절대주의, 아리스토텔레스, 스콜라철학, 경험론이 상대주의로 보편적 진리나 그에 도달하는 방법 자체를 거부하는 회의주의가 있고 과학에서는 경험적 관찰과 이성적 측면에선 절대주의, 양자역학을 상대주의적 세계관으로 더 나아가 마찬가지로 회의주의적 측면이 추가 된다. 에술에서는 고대 그리스 미술양식과 르네상스, 고전주의가 절대주의로 바로크, 로코코, 낭만주의는 상대주의로 대변된다. 이러한 것은 세상이 아무리 다양한 개념들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결국에는 절대주의와 상대주의 범주에 속한다는 개념이 흥미롭다. 특히 종교 파트의 힌두교에서는 브라흐마, 비슈누, 시바라는 신이 있는데 브라흐마라는 신은 별로 인기가 없다는 것이다. 브라흐마는 세계를 창조하기만했고 비슈누는 일반적으로 높은 계급과 부유한 신들이 믿고 시바는 낮은 계급과 가난한 사람들이 신봉하기 때문인데 재미있는 것은 1편 정치 파트에서 살펴보았듯이 보수와 진보의 세계관을 차이로 설명할 수있다. 보수가 세계를 안정적으로 파악하고 이에 따라 사회를 유지하려는 성향을 띠게 된다. 반대로 진보는 세계를 불안정하다고 이해하고 사회가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세계를 유지하는 비슈누는 높은 계급이 세계를 파괴하는 시바를 낮은 계급이 신봉한다는 것은 정치, 경제, 종교가 연결됨을 알 수있다.



1편을 보면서 느낀 것은 거의 모든 파트에서 근대와 현대는 서양의 역사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 생각은 2편 현실너머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과학과 철학, 예술 분야 등에서는 그것이 더욱 두드러진다는 느낌이었는데 종교 편에서 만나는 동양은 반가웠다. 철학 파트에서는 동양철학이 있음에도 서양철학에 대해서만 거론한 것은 어떤 의도였을까?



저자는 <지대넓얕>을 심오한 대화놀이의 세계로 초대하는 티켓이라고 설명한다. 이 놀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최소한 운전면허가 있어야 하고 기타를 치더라도 최소한 몇 개의 코드를 잡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하며 놀이 또한 기본 자격증, 최소한의 지식이 필요함을 주장하는데 <지대넓얕>은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진리란 무엇이고 어떠한 질서로 체계를 잡아가는지에 대한 해설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소금 비늘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소금비늘  I 조선희  I 자음과모음





너한테는 하나밖에 줄 수 없어.

그러니까 나머지 내 소금에는 손대지 않겠다고 맹세해.





조업 중인 마을 사람이 어머니의 무덤 위에 뭔가 사람의 형태가 앉아있는 것을 보았다는 이야기로부터 시작되어 아버지에게 살해당한 어머니의 묘가 있는 백어도에서 마을로 이장하기로 결정하고 순하와 친구들, 마을어른들이 남정심의 묘를 파헤친다. 백어가 되어 소금비늘로 둘러싸인 어머니의 시체를 보고 모두 이장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부르는 게 값인 소금비늘을 순하의 친구인 중산과 동일은 하나씩 훔쳐내고 둘은 참혹한 모습의 시체로 발견된다.



화가인 한마리는 준희의 소개로 용보를 만나 결혼을 하며 결혼 맹세로 소금 비늘을 욕심내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낸다. 그깟 소금이 뭐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용보와 살며 '섬'을 낳는다. 용보는 마리의 그림에 관심을 갖게 되고 그림에 소금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또한 마리가 사용하는 소금이 백어에게서만 나온다는 바로 그 백어석임을 알아채고 소금비늘을 친구인 준희에게 팔고 그 돈으로 유흥을 즐기며 직장까지 그만둔다. 주식으로 날린 돈을 휴지가 되고 마리는 생계를 위해 섬을 데리고 지방으로 그림을 그리러 떠난다. 그녀의 고래 피아노를 떠나 보낸 뒤.





추리 미스터리 도서를 읽으며 소름이 끼치는 경험은 너무 잔혹할 때였는데 이번 <소금비늘>을 읽으면서 느끼는 소름은 다음을 알 수 없는 두려움에서 오는 소름이다. 가늠할 수 없는 형체와 곧 다가올 '벌'에 대해 한 치의 정보도 없기 때문에. <소금비늘>은 전설이 있기도 하며 인어를 보았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전해지고 신비스러움과 인간의 욕심의 끝을 볼 수 있는 이야기여서 좀 더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두려움, 드디어 오랜 세월동안의 비밀이 실체를 드러내는 느낌을 만날 수 있는 도서이다.



조선희 작가의 한국형 인어 이야기, 이것만으로도 읽고 싶은 생각이 절로 나는데 인어의 소금 비늘에 얽힌 인간의 욕심을 파헤치는 이야기, 너무나 신비롭고 한 편 두렵기도 하다. 특히 <소금비늘> 속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돋보인다. 그저 너무나 평범하고 욕심 앞에 쉽게 무너지는 캐릭터와 치밀하게 계산하고 더 큰 욕심을 위해 한 걸음 물러설 수도 있는캐릭터가 상반성을 보여주며 진행되는 이야기가 똑같은 욕심임에도 이렇게 낱낱이 파헤쳐지는 대담성이 흥미롭다. 심리적 묘사도 뛰어나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여지고 놀라움이 계속되는 부분들이 많아 재미있게 읽었다. 마리라는 캐릭터가 보여주는 신비감이 꽤나 영화적 요소로 어울린다는 생각도 든다.



우리가 전설을 통해 얻는 것은 무엇일까? 전설은 교훈을 준다, 대체적으로. 그것도 욕심을 부리지 말라고. 이야기 속 용보는 전형적인 평범한 사람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작아 보이고 한심해 보이는지. 용보라는 인물을 통해서 어쩌면 우리 모두가 용보라는 캐릭터 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생각이다. 그 상황을 맞이하면 우리는 더욱 용보라는 캐릭터에 일치할지도 모른다. '잘못했다, 그러나 떠나지 마라, 용서해라' 욕심을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그에게서 나는 백어의 욕심도 보았다. 인간에게 희망을 걸고 인간으로 살고 싶다는 욕심을 가지고 인간세계로 왔지만 결국 인간에게 실망하고 떠나는 것은 인간보다는 현명해보일지 모르지만 그도 결국 욕심을 가졌던 것. 욕심은 어디서 올까? 마음에서 온다. 마음, 내껀데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손에 잡히지 않는 내 것이다. 추리 미스터리 소설을 통해 뜻밖의 수확을 건졌다. 내 마음의 욕심을 다스려야 함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인간 섬 - 장 지글러가 말하는 유럽의 난민 이야기
장 지글러 지음, 양영란 옮김 / 갈라파고스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인간 섬 I 장 지글러 I 양영란 옮김 I 갈라파고스





오늘날 핫 스폿들은 대단히 명확한 전략을 수행하고 있는데,

그 전략이란 다름 아니라 억제와 공포 유발이다.

공포심을 야기해서 박해받고 있는 자들로 하여금 자기 나라 탈출을 포기하게 한다는 뜻이다.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리비아, 남수단,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등지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발생한 난민들은 핫 스폿(레스보스, 코스, 레로스, 사모스, 키오스)의 한 곳인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으로 물밀듯 밀려온다. 58개국의 난민들은 모리아라고 불리는 난민수용소에 배치되는데 자리가 없어 텐트촌에 배치되기도 한다. 그러나 레스보스섬으로 온 난민들이 모두 수용되는 것은 아니다.



푸시백push-back 터키와 그리스의 해양 경비함, 프론텍스 파견 정찰함 등이 실시하는 대단히 폭력적인 난민 저지 작전으로 난민들은 목숨을 잃거나 다시 바다를 떠돌아야 한다. 이것을 푸시백 작전이라고 한다, 난민들을 태운 나룻배, 뗏목 등을 터키 영해 쪽으로 밀어냄으로써 이들이 유럽 영토에 들어와 망명 신청서를 접수하지 못하도록 사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칼을 동원해 고무배를 찢기도 하고 포격을 가한 후 공포감을 조성한 후 메가폰을 잡고 지시를 내린다. 프론텍스 사령부는 "우리의 임무는 난민들을 구조하는 것이 아니라 국경을 안전하게 방어하는 것입니다."라고 당당히 말한다. 형식상 자국 정부의 지시를 따른 프론텍스는 유럽연합으로부터 금전적으로 지원을 받았음에도 그들의 행위는 끊이지 않고 있다.



수용소의 상황 손이 피투성이가 되도록 철조망을 끊으며 어린아이, 여자 가릴 것없이 경찰들로부터 곤봉을 맞으며 부상을 당하면서도 유럽으로 입성하려는 그들이 목표달성을 하지만 신분증을 들고 2~4시간 줄을 서 받는 음식은 구역질 나는 먹을 수 없는 것이며, 극도로 비위생적이고 악취가 나는 문을 잠글 수 없는 화장실, 온수가 나오지 않는 샤워장은 샤워 꼭지 하나로 150명 정도가 함께 쓴다. 그나마 컨테이너에서 생활할 수 있는 사람은 다행이다, 텐트생할이 부지기수이다. '올리브나무 숲'에 형성된 판자촌의 난민들은 오물이 쌓여가고 들쥐와 뱀들이 쓰레기 산을 제집인 양 드나드는 곳에서 옴에 걸려 생활한다. 특히 밤에 화장실에 가던 중 성폭행을 당하는 여성들도 있다.



쏠쏠한 장사 이 와중에 돈을 벌어들이는 사람들이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국경관리와 이주 문제는 다가올 미래에 유럽연합이 당면하게 될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라고 발표했다. 국경치안으로 무기 거래상들은 천문학적인 이익을 얻는다, 밤낮으로 초고성능 드론이 육지와 바다 양쪽에서 난민들의 움직이을 감시하고 시리아의 북서부와 터키를 갈라놓는 장벽을 따라가며 기관총이 자동발사되는 장치를 설치해 두었다. 또한 소형트럭들이 해안도로를 누비다가 난민들이 레스보스 섬에 도착하며서 벗어놓은 구명조끼들과 못 쓰게 된 보트에서 모터를 제거해 불법거래상들에게 넘긴다.



시민단체들은 프로텍스와 난민들을 중재하지만 프로텍스 측은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을 인신매매범으로 몰아가며 난민들을 대변해줄 이들을 차단하며 섬의 올리브나무 농장주들과 난민들 사이의 갈등도 확대된다, 비공식 난민촌이 끊임없이 확장되어 나가기 때문이다.





언젠가 난민들이 섬에 안착하지 못하고 바다를 떠도는 영상을 본 적이 있었다. 그들은 어떻게 될까? 라고 생각했지만 잠시 후 영상은 다른 뉴스를 전했고 나는 금새 난민에 대해 잊어버렸다. <#인간섬>이란 책을 받아들고 난민들의 상황을 잠시 추측했으며 단순히 그들의 상황, 상태만을 떠올렸던 나는 그들의 상황이 굉장히 열악했음과 난민들을 둘러싼 많은 이야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또한 내가 얼마나 순진했는지를 생각하며 부끄러워졌다. 한 쪽에서는 전쟁으로 난민이 발생하고 한 쪽에서는 쫓겨오는 난민을 받지 않으려 다시 무력을 쓴다. 난민은 자국을 떠나 어렵게 수용소에 도착했지만 너무나 비참한 삶을 이어가는 이런 악순환을 어디서부터 해결해야하는 것일지 안타까움이 밀려온다. 



전쟁이 나면 어린아이와 여자가 제일 불쌍하다고 했던가? 사실 누군들 불쌍하지 않겠는가만은 온 가족이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하고 간신히 살아남은 어린아이들은 천애고아가 되고 오늘 당장 먹을 음식이 없는 상황에서도 성폭행에 노출되는 이중고의 삶을 사는 여자 난민들을 생각하며 내가 당장 어떻게 해야하나? 그냥 이렇게 가만있어도 되는지를 생각하느라 떨리는 가슴을 주체하지 못했다. 혹자들은 유래없이 전쟁없는 평화로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재의 우리는 행복한거라고 했는데 현재 지구 반대편에서는 아직도 총소리와 폭격이 그치지 않고 있다. 전쟁은 정치와 돈, 권력때문에 시작되고 같은 인간으로서 안타깝고 또 안타까웠다. 장 지글러는 <#인간섬>에서 "인간성이 상실된 현장의 직접적인 책임자는 아니지만, 유럽인의 한 사람으로서, 아니 이제까지 침묵한 한 인간으로서, 나 역시 이처럼 참혹한 광경을 가능하게 만드는 데 가담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라고 했다.

난민들의 상황이 그저 단순한 비참한 상황 이외에도 너무나 많은 일들이 연결되어 있고 또 다른 일들이 파생될 수있다는 것, 그들의 생생하고 비참한 상황을 들려주는 장 지글러의 <인간섬>. 갈라파고스의 <인간섬>을 통해 지협적인 나의 시선이 좀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남녀모두 꼭 읽어봐야 할 책 <인간섬>, 추천서가 아닌 필독서이다.




장 자크 루소는 1755년 발표한 그의 저서 <인간 불평등 기원론>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서 어느 한쪽에 일어날 수 있는 가장 고약한 경우는 자신의 운명이 상대의 재량에 달려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