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
오승호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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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완 I 오승호 I 이연승 옮김 I 블루홀6





골라. 다음으로 죽일 사람을, 나쁜 사람을 네가 고르는 거야.

뒤통수에 갖다 댄 총구에 힘이 더 실린다. 포니테일이 조금 흔들린다. "자, 얼른 골라 봐. 나와 함께 악을 폭로하는 거야.

그러지 않으면 끝나지 않아. 다들 죽게 돼."





스완 백화점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터지고 많은 부상자와 21명의 사망자를 발생시켰다. 범인들은 총기와 일본도를 사용하여 살인을 하고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범인 중 유즈키는 이즈미를 잡고 다음에 죽을 사람을 지목하라고 한다. 지목하지 않으면 자신을 죽일 것 같은 상황에서 범인인 유즈키는 어린아이와 이즈미를 스완백화점으로 불러낸 이즈미의 친구 고즈에에게 총을 쏘고 자신에게 총을 쏴 자살한다. 범인들이 죽은 상황에서 사건은 정리되었지만 매스컴에서는 고즈에가 기자들에게 이즈미가 범인에 따라 다음 죽을 상대를 골랐음을 폭로하고 이즈미와 엄마는 주위로부터 전학과 이사를 요청받는다. 발레를 하던 이즈미는 발레도 쉬고 학교도 휴학하며 상담을 받으러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초대장을 받는 이즈미. 그날의 피해자들끼리의 모임. 그날 기쿠노씨는 스카이라운지에 있다가 오히려 총기가 난사하는 상황으로 자신을 내몰려 결국 죽게 되는데 이 죽음에 대해 아들이 정확한 사인을 밝히고자 변호사를 대동해 모임을 만들고 피해자들의 증언을 듣는다. 모임을 거듭할수록 피해자들끼리의 관계가 틀어지며 새로운 사실들이 밝혀지는데...





백화점의 한가로운 시간에 총과 일본도로 무장해 들어가 무차별적 살인을 한 범인들로 인하여 상처를 받은 이들과 가족을 잃은 이들의 이야기이다. <스완>은 범인에 대한 단죄보다는 상처받은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끌어가는데 자세하게는 그들이 어떻게 상처를 딛고 일어서는지에 대한 이야기와 상처를 되갚은 복수,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했던 상황을 유리하게 뒤집는 이들의 이야기다. 작가는 목숨이 경각에 달려있는 순간에도 자신을 위하여 타인을 이용하지 않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자신을 위하여 타인을 철저하게 이용하고도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 이들이 사건 후 어떻게 달라지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줌으로써 인간의 내면을 처절하게 파헤쳐 놓는다. <스완>을 읽으며 적나라한 인간의 내면 속 자신의 방어욕을 과연 누가 욕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은 잘못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는 상황이라면 과연 우리는 도덕적인 잣대를 버리지 않을 자신이 있을까 라는 대답을 미리 알고 한 것이었다.



주인공은 끝까지 친구의 잘못을 밝히지 않는다. 급박했던 상황, 인간으로서의 최대의 두려움을 느꼈던 그들에게는 어쩌면 전우애라는 것이 생기지 않았을까? 작가도 누구도 자유롭지 못함에 단죄를 내리지 않고 이야기를 끝맺는 것을 선택한 것 같다. <스완>속 여고생의 한 마디는 아픔 속에서도 벗어나고자 애쓰고 있는 이의 마음의 잘 표현한 대사라고 생각한다.




"넘어서고 싶어요. 그러려면 자기 자신을 오롯이 마주해야 한다. 조금 전 선생님도 그렇게 말씀하셨잖아요."

"그냥 겁먹은 게 아니야. 사건에 대한 기억이 개를 그렇게 만든 것 같지도 않았어. 걔는 범인보다도 너를 더 두려워하고 있어."

"도망쳤을 뿐인데. 그저 오타케로부터, 총격으로부터 도망쳤을 뿐인데."




모임을 통해 만난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지나간 아픔을 다시 끄집어내어 되새김질 하게 하는 행위는 이중고의 아픔이었다. 그럼에도 작가는 모임을 통해 사건을 재조명하게 하는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하는 의심을 남긴 <스완>. 도입부부터 범인들을 등장시켜 사건을 터트리는 전개는 몰입감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차이코프스키의 백조의 호수 속 오데트와 오딜을 <스완> 속 주인공에게 매칭시킨 것 또한 흥미롭다. 오데트가 아닌 흑조 오딜을 멋지게 연기하고픈 고즈에, 그리고 흑조를 연기하고 싶지만 결국 오데트가 될 수 밖에 없는 이즈미. 작가의 치밀한 계산이었다. 살인사건의 단순한 미스터리와 추리를 따라가는 기존의 법칙을 깨버리고 인간의 내면을 짚어보게 되는 <스완>, 한층 업그레이드 된 추리 미스터리의 수준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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