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평점 :
니클의 소년들 I 콜슨 화이트헤드 I 김승욱 옮김 I 은행나무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니클 캠퍼스에서 비밀 묘지가 발견되었다. 복합상업지구로 개발하기 위한 작업 중이었는데 비밀 묘지에서 금이 가 있거나 구멍이 뚫린 두개골 등이 발견되고 이것이 니클의 소년들의 것이라는 것이 판명되고 그동안 묻혀졌던 진실들이 이곳 출신들에 의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엘우드는 니클을 회상한다, 생각만해도 몸이 아프고 내게 채찍질을 하던 그 사람이 나타날까 두려움을 지닌 채.
엘우드는 할머니와 살아가며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백인고교에서 물려주는 욕으로 점철된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했던 엘우드이지만 꾸준한 독서를 하고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마틴 루터 킹의 음반을 닳도록 들을 만큼 흑인의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흑인 인권 운동 시위에도 참가한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의 주선으로 엘우드는 대학의 무료 강의를 들을 수있는 기회를 얻는다. 대학교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해 엘우드는 흑인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탔다. 하지만 그 차가 도난차량이었고 엘우드는 공범으로 몰려 니클 감화원으로 보내진다. 그의 변명 따위는 무시된 채.
감화원의 아이들은 대부분이 글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감화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와 능력을 터득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니클을 빠져나갈 수 있는 4가지 요건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복역기간을 채우거나 법원이 개입하거나 학생이 죽거나 도망치거나. 엘우드는 선택했다. 성실한 태도로 복역기간을 채워 나가 다시 고등교육을 마무리 짓고 대학에 가기로. 그러나 폭력, 억압, 노동력 착취, 강간, 살인 등 인권이 말살되는 이곳은 감화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백인 교도관들의 비리와 부정을 배우는 곳이었다. 조용히 메모하는 엘우드. 그리고 주 정부 감사를 맞이해 소년원은 대대적인 환경미화에 나선다. 드디어 만난 JFK와 관리자들. 엘우드는 복역기간을 채워 나가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 자신이 기록한 종이, 감화원의 관리자들의 폭력과 비리에 대해 적은 것을 JFK에게 전하려는데 그에게 떨어진 명령 하나. 지금 메모를 전하지않으면 기회는 없는데...
세상은 생각 없는 군중이라도 엘우드는 그들 사이를 뜷고 똑바로
걸어가리라.
그들이 그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고 폭력을 휘둘러도
그는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피로에 지치고 피투성이가 되어도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퓰리처 상을 수상한 콜슨 화이트헤드의 신작 <니클의 소년들>은 다시 한 번 작가에게 퓰리처 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소설 부문에서 두 차례의 수상자는 콜슨 화이트헤드가 네 번째이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기념비적 기록만으로도 관심이 쏠리는 <니클의 소년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이다. 그러나 실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야기는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다. 그 디테일은 차분하며 담담한 문장으로 전해진다.
당시 백인과 흑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 짐 크로우법이 실시되어 흑인들은 백인과 같은 식당, 화장실, 버스 등을 같이 사용하지 못했다. 짐 크로우법 때문에 흑인들은 항상 물러섰고 참아야 했고 당해야 했으며 배제되었고 배척되었다. 이러한 법을 지키지 못해 감화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있었고 엘우드처럼 죄를 짓지 않아도 어이없게 들어가기도 했다. 흑인들이 어떻게 백인들에게 착취당하고 폭력을 당했는지 <니클의 소년들>은 치밀하게 조목조목 나열해준다.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작가의 차분한 이야기의 전개에 놀랍다.
줄거리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이 아프고 당하고 받아들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이었을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살면서 억울했던 적이 있었을까? 내가 하지 않았는데 마치 내가 한 일이 되어 버렸을 때, 더 나아가서 나의 존재 자체가 차별과 배척을 감당해야 하는 삶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이겨내야 할까? <니클의 소년들>의 엘우드는 자신이 만난 불운에 꺾이지 않고 개척해 나가려 한다. 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엘우드의 모습은 바로 흑인들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2009년이다. 21세기에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그는 재선에 성공해 8년간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2009년에는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오바마 이전 80년대에는 마이클 잭슨이 있었다. 그의 등장은 음악계를 흔들어 놨고 그의 노래와 문워크를 따라하지 않은 청소년이 없었다. 그는 우리의 우상이었고 흑백인종이 하나가 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노래로 우상으로 하나가 되었다. 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이었고 우리의 우상이 흑인인데 아직도 흑인들은 소설을 통해 끊임없이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왜? 그것은 잊지 말아야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통스럽고 씻기지 않는 용서할 수 없는 역사이며 동시에 다시는 맞이해서는 안되는 역사인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말처럼 역사를 잊고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없기에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아직도 저변에 차별의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인종의 하나됨은 노래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선입견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엘우드는 메모장을 JFK에게 전달했을까? 너무나 놀란 반전이 있는 <니클의 소년들>. 읽으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심정이 반전으로 인해 더한 슬픔을 만나게 되는 <니클의 소년들>. 아름다운 소년 엘우드의 꿋꿋하고 강인한 감화원 생존기, <니클의 소년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 마틴 루터 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