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종의 조건 - 관심을 무기로 시장을 장악한 사람들의 법칙
임홍택 지음 / 웨일북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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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종의 조건 I 임홍택 I 웨일북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어떤 인플루언서는 '팔로워들이 환호하는 온라인상의 

왜곡된 이미지'

실제 자신이라고 철저하게 믿고 일상을 살아간다.





관종, 그것은 내게 부정적인 의미의 단어였다. 주로 매스미디어를 통해 알고 있는 공인들 중 관종이라는 별칭을 받으며 활동하는 이들이 좋은 이미지가 아니였기 때문이다. 뜻도 일부러 튀는 행동을 해서 관심을 끌려고 하는 이들을 가리키는 의미였으니 말이다. 그러나 저자는 '관종'이 시간을 거치면서 좋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는 말로 시작해서 '관종'으로부터 파생되는 이야기들을 400페이지가 넘게 이야기 하고 있다. 관종 하나로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할수 있나? 하는 놀라움을 주는 <관종의 조건>. , 서론은 이쯤에서 접고 본론으로 들어가보자. 저자는 관종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나.



앞서 말했던 것처럼 관종은 우리에게 부정적인 이미지의 단어였다. 그러나 점차 시간이 흐르면서 관종은 좋은 이미지의 단어로 쓰이기 시작한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테러리즘의 본질은 궁극적으로 관심의 환기에 있다'고 한 말을 뒤로 하고 관종은 그야말로 관심종자에서 관심 추종자로 의미가 변하고 있다. '관심을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지만 문제를 일으키는 행동을 일삼지는 않는다고 보고 단계를 관종 -> 인싸 관종 -> 인싸로 나누었다. 이런 관심을 받으려는 행동이 현대사회에서 기업들은 '관람가치'를 통해 유튜브, 넷플릭스 등을 생산해냈다.

점점 노동의 시간이 줄어들면서 사람들은 TV를 통해 소통했고 이제는 일반인이 관심의 대상이 되어 자신의 사연소개를 구성하여 성공한 [슈퍼스타K]같은 프로그램이 성공하고 아프리카 TV 등이 유행을 했다. 사람들은 관심을 끌기 위해 어떻게 하면 성공적인 관심 추종자로 남을 것인가에 골몰했고 그것은 바로 관종의 조건이 된다.



개인은 SNS나 유튜브를 통해 기업은 광고나 바이럴 마케팅을 통해 관심을 받으려 애를 쓴다. 그러나 모두 관심을 받을 수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유한한 시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그 유한된 시간 속에 누가 얼마만큼의 관심을 끄는지가 바로 관건이 된다. 그 관건이 되는 조건을 저자는 꺼지지 않는 가시성, 고집스러운 협력성, 절대적인 진실성, 감당할 수 있는 적정선을 말하고 있다.



위의 4가지 조건을 충족하면서 개인은 불특정 대중의 관심을 받고 그들에게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들은 1인 미디어 산업에 속한 유튜버나 SNS상에서 영향을 미치는 인플루언서가 되며 6가지의 매력을 발산하며 관심추종자가 된다. 물론 유명인들은 명함이 뚜렷한 삶의 두려움을 가지기도 한다. 이효리는 제주행에서 이렇게 밝혔다. "유명하지만 조용히 살고 싶고 조용히 살지만 잊히긴 싫죠. 소박하지만 붕유하고 부유하지만 다를 것도 없네요. 모순덩어리 제 삶을 고백합니다." 그들은 유명한건 좋지만 사생활이 너무 노출되는 것도 싫은 것이다.



하지만 사실상의 관종의 수혜자는 개인보다는 기업이다. 기업이야말로 대중들의 관심을 받고 그것으로 순환되는 시스템을 갖춘 단체이니까. 관종이 개인을 가르키는 단어였지만 사실상 관심을 받기 위한 존재라는 점에서는 개인보다는 기업에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 관종은 결국 경제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하지만 진정성을 가진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고 조직에서의 핵심능력을 갖춘 관종이 되는 개인이 모여 바로 기업에서 대중의, 시대의 관심을 저격하는 것이다.



우리는 모두 관심을 받고 싶어한다. 개인과 기업이 모두. 이 모든 관심을 총망라해서 경제와 연관지어 설명한 <관종의 조건>은 빨간색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 '전국빨간차연합회'를 결성해 회장직을 맡고 있는 특이한 이력의 저자가 남들과 다른 자동차 색깔이 관종 취급받는 현실때문에 보다 바르게 관심받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다가 이 책을 쓰게되었다. 책을 읽다가 느낀 것은 사실 이 세상의 모든 것은 '관심'에서 출발한다는 생각에 저자의 이야기에 깊게 공감했고 그 관심이 매출이 되고 돈이 되고 무명인을 유명인으로 만드는 최고의 마케팅의 요건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은 관심을 받는 것에서부터 시작되어 이 관심을 굉장히 세밀하게 파고든다. 개인이 관심을 받기 위해 갖춰야할 것들,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한 조건들을 알아보다 19~20세기의 노동자와 시스템, 조직문화,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까지 연결되는 이야기들은 최종 목표인 관심을 끌기 위한 모든 것을 총 망라한 관심의 집대성했다고 볼 수 있겠다.



오랜만에 읽었던 마케팅 도서가 <90년생이 온다>였는데 그의 탄탄한 준비과정과 무엇보다 90년생이라는 새로운 세대의 탄생을 알리는 도서여서 관심있게 봤었다. 그리고 이번 그의 <관종의 조건>은 두 번째 만남인데, 이제 그의 다른 도서가 나오면 무조건 읽고 보자는 마음이 생긴다. 현재 유튜버를 준비하거나 인플루언서가 되고자 하는 이들과 취업을 준비중인 취준생들이나 사회에 막 발을 들인 사회초년생들은 어려운 마케팅도서를 찾기 위해 이리저리 헤매지 말고 <관종의 조건>부터 시작하라 권하고 싶다. 초현대적 용어들과 연예가, 방송, 이슈들이 대거 출동해서 그야말로 '요즘'을 읽어주는 마케팅 도서, 관종이라는 아이콘 하나로 재미와 정보를 동시에 알아가는 <관종의 조건>, 재미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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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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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I 콜슨 화이트헤드 I 김승욱 옮김 I 은행나무




그 녀석들은 죽어서도 골칫덩이였다.




니클 캠퍼스에서 비밀 묘지가 발견되었다. 복합상업지구로 개발하기 위한 작업 중이었는데 비밀 묘지에서 금이 가 있거나 구멍이 뚫린 두개골 등이 발견되고 이것이 니클의 소년들의 것이라는 것이 판명되고 그동안 묻혀졌던 진실들이 이곳 출신들에 의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엘우드는 니클을 회상한다, 생각만해도 몸이 아프고 내게 채찍질을 하던 그 사람이 나타날까 두려움을 지닌 채.


엘우드는 할머니와 살아가며 대학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비록 백인고교에서 물려주는 욕으로 점철된 교과서를 가지고 공부했던 엘우드이지만 꾸준한 독서를 하고 과학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마틴 루터 킹의 음반을 닳도록 들을 만큼 흑인의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을 뿐만 아니라 흑인 인권 운동 시위에도 참가한다. 그러던 중 한 선생님의 주선으로 엘우드는 대학의 무료 강의를 들을 수있는 기회를 얻는다. 대학교 강의를 들으러 가기 위해 엘우드는 흑인이 운전하는 차를 얻어탔다. 하지만 그 차가 도난차량이었고 엘우드는 공범으로 몰려 니클 감화원으로 보내진다. 그의 변명 따위는 무시된 채.


감화원의 아이들은 대부분이 글을 읽지 못한다. 하지만 감화원에서 살아남기 위해 눈치와 능력을 터득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니클을 빠져나갈 수 있는 4가지 요건 중 하나를 택해야 했다. 복역기간을 채우거나 법원이 개입하거나 학생이 죽거나 도망치거나. 엘우드는 선택했다성실한 태도로 복역기간을 채워 나가 다시 고등교육을 마무리 짓고 대학에 가기로. 그러나 폭력, 억압, 노동력 착취, 강간, 살인 등 인권이 말살되는 이곳은 감화원이 아니었다. 오히려 백인 교도관들의 비리와 부정을 배우는 곳이었다. 조용히 메모하는 엘우드. 그리고 주 정부 감사를 맞이해 소년원은 대대적인 환경미화에 나선다. 드디어 만난 JFK와 관리자들. 엘우드는 복역기간을 채워 나가는 방법 말고 다른 방법을 생각한다. 자신이 기록한 종이, 감화원의 관리자들의 폭력과 비리에 대해 적은 것을 JFK에게 전하려는데 그에게 떨어진 명령 하나. 지금 메모를 전하지않으면 기회는 없는데...





세상은 생각 없는 군중이라도 엘우드는 그들 사이를 뜷고 똑바로 

걸어가리라.

그들이 그에게 욕을 하고 침을 뱉고 폭력을 휘둘러도 

그는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피로에 지치고 피투성이가 되어도 끝까지 나아갈 것이다.





퓰리처 상을 수상한 콜슨 화이트헤드의 신작 <니클의 소년들>은 다시 한 번 작가에게 퓰리처 상을 안겨준 작품이다. 소설 부문에서 두 차례의 수상자는 콜슨 화이트헤드가 네 번째이고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기념비적 기록만으로도 관심이 쏠리는 <니클의 소년들>은 사실을 기반으로 한 픽션이다. 그러나 실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이야기는 사실적이고 디테일하다. 그 디테일은 차분하며 담담한 문장으로 전해진다.

당시 백인과 흑인의 분리와 차별을 규정한 법, 짐 크로우법이 실시되어 흑인들은 백인과 같은 식당, 화장실, 버스 등을 같이 사용하지 못했다. 짐 크로우법 때문에 흑인들은 항상 물러섰고 참아야 했고 당해야 했으며 배제되었고 배척되었다. 이러한 법을 지키지 못해 감화원에 들어가는 아이들이 있었고 엘우드처럼 죄를 짓지 않아도 어이없게 들어가기도 했다. 흑인들이 어떻게 백인들에게 착취당하고 폭력을 당했는지 <니클의 소년들>은 치밀하게 조목조목 나열해준다. 이야기에 집중할수록 작가의 차분한 이야기의 전개에 놀랍다.


줄거리 내용만으로도 충분히 그들이 아프고 당하고 받아들여야만 살아갈 수 있는 삶이었을거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살면서 억울했던 적이 있었을까? 내가 하지 않았는데 마치 내가 한 일이 되어 버렸을 때, 더 나아가서 나의 존재 자체가 차별과 배척을 감당해야 하는 삶이라면 어떻게 그것을 이겨내야 할까? <니클의 소년들>의 엘우드는 자신이 만난 불운에 꺾이지 않고 개척해 나가려 한다어떤 어려움에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엘우드의 모습은 바로 흑인들을 대변하는 캐릭터이다.


버락 오바마가 미국의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 2009년이다. 21세기에 미국에서 흑인 대통령이 당선되었고 그는 재선에 성공해 8년간 미국의 대통령이었다. 2009년에는 노벨평화상까지 수상했다. 오바마 이전 80년대에는 마이클 잭슨이 있었다. 그의 등장은 음악계를 흔들어 놨고 그의 노래와 문워크를 따라하지 않은 청소년이 없었다. 그는 우리의 우상이었고 흑백인종이 하나가 되는 장면을 목격했다. 노래로 우상으로 하나가 되었다미국의 대통령이 흑인이었고 우리의 우상이 흑인인데 아직도 흑인들은 소설을 통해 끊임없이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것은 잊지 말아야할 역사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고통스럽고 씻기지 않는 용서할 수 없는 역사이며 동시에 다시는 맞이해서는 안되는 역사인 것이다'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라는 말처럼 역사를 잊고서는 내일을 기약할 수없기에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덧붙이자면 아직도 저변에 차별의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다. 인종의 하나됨은 노래와 영화 속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이제는 선입견을 버리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엘우드는 메모장을 JFK에게 전달했을까? 너무나 놀란 반전이 있는 <니클의 소년들>. 읽으면서 답답하고 안타까웠던 심정이 반전으로 인해 더한 슬픔을 만나게 되는 <니클의 소년들>. 아름다운 소년 엘우드의 꿋꿋하고 강인한 감화원 생존기, <니클의 소년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 마틴 루터 킹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협찬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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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 - 운명에 맞선 그리스 영웅 아르볼 N클래식
빔바 란트만 지음, 이현경 옮김, 호메로스 원작 / 아르볼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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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우스 I 호메로스 원작 I 빔바 란트만 글 그림

이현경 옮김 I 지학사아르볼





포세이돈은 당장 실행에 옮기지는 않았어요.

천천히 절망을 안겨 주는 게 더 나으니까요.

수천수만 번 뱃길을 벗어나게 만들 거랍니다.





10년 간의 트로이 전쟁을 끝낸 오디세우스는 트로이의 보물들을 훔쳐서 배에 싣고 아들과 아내가 기다리는 이타카 섬으로 뱃길을 나서지만 제우스의 이유 모를 분노로 파도에 떠미려 어느 육지에 도착한다. 풍요로운 땅이었던 그곳은 달콤한 로토스 열매를 먹는 부족이 살았는데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이 그 열매를 먹고 기억을 잊어 집으로 돌아가질 않는다. 오디세우스는 부하들을 배에 묶어서 섬을 달아나 또 다른 섬에 도착한다. 바로 이마 한가운데 눈이 하나 있는 폴리페모스가 있는 곳인데 폴리페모스의 염소젖과 치즈냄새에 홀려 그만 동굴에 갇힌다. 몇몇 부하들이 폴리페모스에게 잡아 먹히고 오디세우스는 나무기둥을 뾰족하게 만들어 불에 달구고 예리하게 만들어 폴리페모스에게 포도주를 마시게 한 뒤 폴리페모스의 양들의 배밑에 묶어 도망쳤습니다. 폴리페모스는 아버지인 포세이돈에게 이 사실을 알렸고 포세이돈은 오디세우스를 절망에 빠뜨리기로 한다.




오디세우스와 부하들은 마침내 행복한 도시 아이올로스에 도착한다. 그러나 오디세우스는 이곳에서도 편하지 못하다. 아이올로스는 오디세우스에게 하루에도 매일 수천가지의 질문을 해대고 오디세우스는 지친 끝에 다시 떠나게 해달라고 부탁한다. 아이올로스는 오디세우스에게 뱃길을 잃게 만드는 바람을 잘에 넣어 주면서 절대 열지말라 당부한다. 9일동안 자지않고 뱃길을 지키는 오디세우스는 그만 열흘 째에 잠에 들고 자루가 궁금했던 부하들은 자루를 풀자 배는 다시 뱃길을 잃는다. 라이스트리고니아에 도착한 그들은 또다시 안티파테스에게 부하를 잃고 키르케가 있는 아이아이에섬에 도착한다.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돼지로 만들고 오디세우스는 헤르메스가 준 약을 먹고 마법을 부리는 키르케를 죽이려 한다하지만 미리 신탁을 들었던 키르케는 오디세우스의 부하들을 다시 사람으로 만들고 오디세우스를 보살핀다. 하지만 돌아가야 하는 오디세우스. 1년간 그를 붙잡아 뒀던 키르케는 아직 그이 여정이 남아있음을 알고 그에게 오디세우스가 어떻게 이타카 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를 아는 사람은 예언자인 테이레시아스라고 일러준다. 그리고 또 다시 험난한 뱃길을 떠나는 오디세우스, 앞으로 그에게는 얼만큼의 가시밭길이 남아있는 걸까?





용감한 오디세우스! 자신의 미래를 알 수 있다 해도

용기를 내서 그 미래를 알고자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오디세우스는 전쟁의 사나이라고 해야할까부다. 트로이 전쟁만 해도 십 년간의 세월을 전쟁으로 보내고 가족이 기다리는 자신의 고향 이타카 섬으로 향하는 오디세우스는 좀처럼 쉽게 고향에 닿지 못한다. 운명의 장난일까? 온갖 신들이 놓은 훼방과 그들의 지뢰밭에서 헤매이는 인간의 모습은 이것이 인생인가? 라는 질문을 낳게 한다. 여기에 더해 그리스 로마 신화 속 신들은 얼마나 짓궂은가? 그들은 완전 신의 존재라기 보다는 신과 인간의 적절한 중간자적 존재로 인간에게 고난과 고통을 던져주고는 즐기기까지 한다. 때로는 일부러, 때로는 벌의 형식으로 말이다. 하지만 모든 신이 그런 것은 아니여서 인간에게 지혜와 해결의 열쇠를 던져주기도 하는데 어쨌든 오디세우스는 운명과 신들의 훼방으로 쉽사리 고향에 닿지 못한다.



그 옛날 시인 호메로스는 우리에게 그 옛날 너희들의 선배는 이런 고난을 이겨내고도 끝까지 살아남아 행복과 지혜를 얻었다는 걸 알려주려는 것일까? 삶이 온통 전쟁처럼 치열했던 오디세우스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지금의 삶에 빗대어 끝까지 굴하지 않는 인간의 모범적 모습을 보게 된다. 힘들어도 결코 주저않지 않고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모습을 통해 우리는 오디세우스의 용기와 강인함을 얻게 된다. 그런 오디세우스의 모습이 조금 힘들고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이럴 때 좀 더 쉽게 좀 더 가까이 좀 더 편하게 다가오는 오디세우스를 만날 수 있는 책이 있다.



시인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오디세우스의 이야기를 그림과 함께 엮은 지학사아르볼의 N클래식 시리즈 <오디세우스>는 거듭되는 오디세우스의 험난한 여정이 화려하고 형상화된 일러스트에 더욱 흥미점과 이해도가 상승된다. 텍스트로만 접하는 신화는 상상력을 높여주기도 하지만 막상 눈앞에 형상화된 모습들은 상황을 좀 더 이해시켜주기에 훌륭하다. 텍스트의 오디세우스가 재미없게 느껴지거나 무게감 때문에 접근하기 어려움을 느끼는 성인들은 부담없는 일러스트 버전의 <오디세우스>를 권한다. 일러스트와 텍스트의 비율이 치우침이 없어 그리스 로마 신화에 쉽게 접근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일러스트의 결정판이라면 지학사아르볼의 N클래식이 아닐까 싶다. <프랑켄슈타인><오만과 편견>에 이은 지학사의 N클래식과의 만남은 화려한 일러스트에서 입덕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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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SG컬렉션 1
정명섭 지음 / Storehouse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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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도시 I 정명섭 I 스토어하우스





"여긴 대한민국이나 북한이 아닌 제3의 공간, 아니제3의 도시라고."

"개성공단은 남북한 사이에 놓인 외줄입니다.

재미있게 구경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떨어지기를 바라는 쪽도 많죠."





헌병조사관으로 있다가 전역한 강민규는 민간조사관, 탐정으로 일을 하던 중 외삼촌인 원종대의 의뢰를 받게 된다. 원종대 사장은 개성공단에서 공장을 열었는데 5%의 손실율을 잡아도 원자재와 재고가 계속 맞지 않아 조사를 조카에게 의뢰하게 되고 강민규는 북한으로 떠나게 된다. 그러나 실상 서울에서 1시간 정도의 거리밖에 되지 않고 조금 귀찮은 검색대를 몇 번 거치기는 하지만 개성입성은 너무 쉬웠다. 과장으로 입사하여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지만 남측 직원인 법인장 유순태만은 괜한 문제 일으키지 말라며 강민규를 견제한다.



입사해 보니 강민규가 어찌해보기에는 상황이 너무 심각해서 원종대 사장에게 사태의 심각성을 알린다. 원실업 뿐만아니라 개성공단의 공장들이 서로 짜고 치며 불량율을 맞추고 재고를 이쪽에서 빼돌려 저쪽으로 돌려막기하면서 빼돌린 원자재와 상품들을 뒷거래하여 수익을 올리고 있었던 것. 이런 거대한 집단의 비리를 강민규 혼자 해결하기엔 무리가 있어 발을 빼기로 했는데 때마침 강민규가 국정원 직원이란 소문이 돌았고 이 소문의 진원지가 바로 유순태 법인장이란 것. 강민규는 유순태와 멱살잡이를 했다. 그리고 강민규는 다음 날 서울로 돌아가려 일찍 잠이 들었는데 다음 날 유순태 법인장이 시체로 발견된다. 그리고 강민규는 유순태를 죽인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북한의 제복을 입은 남자들에게 체포되었다!





"유순태 법인장도 개성 증후군을 앓았습니까?"

"개성 증후군의 원인은 바로 개성 공단입니다. 낯설고 불안한 환경에서 지내면서 심리적인 불안감에 시달리고 그걸 풀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반복해서 나타납니다. 오래 지냈다고 잘 견딜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정명섭 작가의 글을 섭렵하는 이가 주위에 있었다. 그래서 정명섭 작가에 대한 호기심이 살짝 생겼는데 좋은 기회가 되어 재출간된 <제3도시>를 만나게 되었다. 얼마 전 출간한 <추락>도 꽤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일단 그의 <제3도시>부터 만나보자.



개성공단, 북한의 개성은 원래 남측 지역이었다가 추후 38선 분리에 의해 북측에 편입된 지역으로 북한에서는 약간의 차별대우를 받았던 곳인가보다. 신해방지구라고 불리는 이곳에 공단이 들어오면서 취약점이 역전하는 전세를 보이는 지역이다. 그곳은 북한인과 남한인이 어우러져서 새로운 제3도시의 그림을 그리는 곳이다. 어쩌면 이곳은 통일로 가기 위한 첫걸음일 수도 있다. 남북한이 생산적인 일을 같이 하며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곳. 그래서 청사진이 그려질 수도 있는 곳일터다. 하지만 작가는 이 신비하고도 긴장감이 조성되는 개성공단을 비리의 지역으로 설정한다. 남한과 북한이 어찌해 볼 수 없는 체제의 빈틈을 이용해 자신의 욕심을 부풀리는 이들의 천국으로 만들었다.



강민규의 탐정수사는 유쾌하다. 강민규가 북한의 조사원들에게 체포되는 순간 긴장감이 고조되었다가 그에게 주어지는 3일간의 탐정수사는 갑자기 유머러스한 분위기로 전환된다. 이것은 소좌의 지위를 가진 오재민이라는 북한 군인과의 티키타카 대화에서 그 맛이 더해진다.  너무 무겁지만은 않게 흘러가는 조사과정은 짧지만 강민규의 뛰어난 조사과정에서 감탄으로 이어지게 된다. <제3도시>는 북한이라는 장소를 배경으로 진행되는 소설이라 긴장감에 싸여 읽기 시작했다. 강민규가 개성공단에 입성하는 순간부터 긴장감으로 마음을 졸이며 읽었는데 사건이 터지자 긴장감은 증가했다. 졸인 마음으로 읽다가 왠걸 갑자기 한 순간에 코미디성 유머로 긴장감을 풀어주니 작가는 독자를 쥐락펴락한다. 긴장감이 풀어지자 그때부터 좀 더 내용에 집중하며 읽자 개성공단이라는 곳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주어졌다.



북한 노동자들은 개성공단의 출입시 소지품검사를 받고 개성공단에서 일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개성공단의 직원의 집에는 늘 사람이 있어야 했다, 도둑이 들어 가져갈 게 많기 때문이다. 물론 개성공단에서 일하려면 엄청난 달러를 지불해야 입성할 수가 있다. 어렵게 주어진 자리이기 때문에 이곳에서 챙길 수 있는 모든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이 서로 도와가며 치밀하게 거미줄을 형성하는 곳, 블랙박스와 각종 인터넷, 핸드폰, CCTV를 갖출 수 없는 비밀과 자유가 이상스레 공존하는 지역이다.



보이지 않는, 그러나 치미한 거미줄 같은 개성공단을 미스터리 탐정 속에 끌어들였다. 탐정이야기 속 무대로는 너무나 딱 들어맞는 배경지라 생각된다. 이것만으로도 <제3도시>는 매력적인 동시에 꼭 읽어봐야할 소설이 아닐까 싶다. 아무래도 개성공단에 대한 얘기는 정치적인 얘기가 우선이 되겠지만 개인적으로 서평을 쓸 때 정치적 소견을 내비치는 않는 것이 나의 소신이라 담백한 서평으로 대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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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주의보
정진영 지음 / 문학수첩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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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주의보 I 정진영 I 문학수첩




대한민국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실패는

오직 성공한 자들이 말하는 실패다.

실패자들이 말하는 실패에 귀 기울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실패는 세상에 수많은 사소한 실패 중 하나로

남게 될 것이다.




<매일한국> 디지털뉴스부의 박대혁 기자는 인턴기자들의 교육을 맡았다. 그중 김수연은 나이가 스물아홉에 부장인턴이라는 별명을 지녔다. 지방대 출신응로 여러 연론사의 인턴을 거쳤기에 <매일한국>이 마지막 기회라는 조바심을 갖고 있었다. 며칠 후 박기자는 국장과 둘이 점심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뒤에 인턴들이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 체로 국장은 "실력은 김수연이 뛰어난데 학벌이 모자라 채용하기에 어려움이 있다"는 얘기를 하게 되고 이를 들은 김수연은 다음 날 매일한국 사옥 5층에서 떨어져 자살한다. 사건은 대서특필되고 이 사건으로 인해 그녀의 유서에 남긴 No Gain, No Pain이란 글귀로 페이스북에서는 그녀의 죽음을 추모하기 위한 계정이 만들어진다. 한국의 비정규직에 대한 기업의 처우부터 부당해고 등에 대한 글들이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면서 기업들은 우왕좌왕한다. 김수연의 동생은 <매일한국>을 상대로 고소하기에 이르고 <매일한국>은 이번 정규직 전환형의 인턴기자들을 전부 채용할 계획이었으며 인턴 과정 중에 차별은 없었다고 입장을 밝힌다.



박대혁 기자는 정규직 전환형의 인턴이었던 김원용이 김수연이 죽자 인턴직을 그만두었고 LED 반도체 업체인 여산전자의 막내아들이며 그가 사귀는 여자가 매일한국 오너의 조카딸이이라는 사실을 알게된다. 국장에게 확인하니 국장은 당장 오너와의 식사자리를 마련하며 다음 날 기조실로 발령이 난다. 뜻밖의 인사로 박기자는 당황한다. 한편 오너는 김수연 사건에 대해 도의적 책임을 지고 어떠한 변명없이 대표직을 사임한다. 오너의 이러한 행보는 만년 적자 언론사를 취임 첫 해부터 흑자로 돌려놓고 차세대 리더라는 이미지를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것은 오너가 정치계에 입문하려는 수순이었을 뿐이다.



여산전자의 아들을 <매일한국>에 무리없이 입사시키려했던 모종의 비리가 있었고 그것을 알게 된 박기자를 적에서 아군으로 만들어버린 것이었는데 온라인에선 No Gain, No Pain 계정을 악용하며 여기에 더해 김수연의 죽음이 책임소재가 명확하지 않은데다 오너의 행보로 김수연 잘못도 있었을거란 분위기로 변질된다. 박기자는 고민한다. 자신이 이사건의 앞에 나설 것인가 상황에 순응할 것인가?





무조건 침묵하라는 말이 아니다.

이 조직, 아니 대한민국에서 힘없는 놈의 용기만큼 

공허한 것도 없더라.

네가 문제를 지적하고 쿨하게 조직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동요는 잠깐 뿐이야.

곧 누군가가 네 자리를 대체하게 될 테고,

조직은 다시 아무 일 없던 것처럼 굴러가게 될거야.




<침묵주의보>를 읽으며 나의 젊은 시절을 떠올렸다. 한참 커리어를 쌓아갈 무렵은 IMF로 나라가 힘들 때였다. 물론 회사들도 부도를 맞았고 당장 내일이 어떻게 될지 모를 두려움에 휩싸여 있을 때였다. 내 밥그릇을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직장을 다니며 밤에는 영어학원 새벽에는 일어를 공부하던 그 때, 여직원들의 승진이 너무나 어려워 반드시 승진하고자 했고 나의 이 투쟁의 길을 후배들에게는 물려주고 싶지 않아서 여전사처럼 뛰어다녔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청년들을 생각하니 그때나 지금이나 처우가 제자리 걸음을 하다못해 역성장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답답하고 화가 났다.



수연의 죽음과 관련해서 박기자는 자신의 선배가 더 흥분할 줄 알았는데 너무나 차분히 선입견을 가지지 말라고 조언한다. 사회는 선과 악의 대립구도가 아니고 이익의 충돌이라고. 박기자는 혼란스럽다. 어디서 용기를 내야하고 어디서 물러서야할지. 입을 다물기에는 불의를 참아야 하고 입을 열자니 자신의 밥그릇을 뺏길 것이고.



열정적으로 일하던 기자들의 매뉴얼이 되었던 국장은 지금은 기생충이 되었고 자신이 존경하고 따르고 싶던 선배는 기자직을 그만두고 이 나라를 떠난다고 하고 실력은 있으나 학벌로 인해 부장인턴이라는 별명을 가졌던 수연, 이러한 캐릭터들이 너무나 생생해 책 속에서 튀어나올 것만 같다. 현재 비정규직과 인턴제도에 대한 비꼬임, 조직의 악의 축들에 대한 선의의 입장을 너무나 명확한 필체로 보여주는 정진영의 <침묵주의보>. 기자인 본인의 경험을 그대로 녹여 놓은 현장감이라든가 사회의 부조리를 밝히는 일에 앞장서는 언론사의 뒤떨어진 시대상은 현재 우리나라가 어디쯤 서있는지 좌표를 알려준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와 사건을 튼튼한 필력으로 무장한 현실지적은 비단 기자 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근로자가 모두 공감할 이 시대의 자회상을 그리고 있다. 오늘 밤에 JTBC에서 '허쉬'라는 제목으로 드라마화 되어 방영된다고 하니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어떻게 그려갈지 궁금하다.





내가 생각하는 용기는 두려워하지 않는 자세가 아니다. 

두려운 데도 불구하고 행동하는 자세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태도는 만용이다.

나는 대책 없이 포화 속으로 뛰어드는 군인이 용감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세상에서 가장 큰용기 중 하나는 

직장인이 사표를 제출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

사표 제출은 앞으로 먹게 될 밥의 질을 가늠할 수 없게 만드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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