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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틀거리는 소
아이바 히데오 지음, 최고은 옮김 / 엘릭시르 / 2020년 10월
평점 :

비틀거리는 소 I 아이바 히데오 I 최고은 옮김 I 엘릭시르
하지만 아카마씨는 알지 못했다.
오늘밤이 그의 마지막 저녁이 될 것이라는 것을 말이다.
병과를 끝내고 돌아온 다가와 형사는 제3강력계를 떠나 신설된 수사1과 '계속수사반'에서 일하게 된다. 미제사건을 해결하는 계속수사반, 어쩌면 일이 수월하기는 하겠지만 힘은 없는 부서이다. 다가와에게 부여된 새로운 사건은 2년 전 나카노 역 선술집 강도 살인 사건인데 피해자는 수의사와 산업 폐기물 처리업자이다. 둘 간의 접점은 없어 보이고 가해자가 "머니, 머니"라고 얘기하며 칼을 휘둘렀다는 걸로 봐서 외국인의 단순강도사건으로 처리되었었다.
다가와의 수사특기는 탐문조사이다. 철저한 탐문조사로 칼을 휘둘렀던 가해자의 칼을 쥔 모습이 역수, 그러니까 칼 끝이 새끼 손가락 쪽으로 오는 기법이고 가해자가 뛰어나가 기다리던 벤츠에 타는 걸 본 사람이 있었으며 차의 소유자를 알아냈고 소유자가 옥스마트의 후계자 가시와기 노부모토의 애인이었으며 피해자의 유족을 찾아가 들은 얘기로는 '곱창조림을 먹지마라', '근사한 여관에 데려가겠다'라고 남긴 말과 장례식 후 수의사의 집의 노트북 두 대가 없어졌으며 본가를 기웃거리는 남자가 있었고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거였다. 벤츠의 소유주는 고급클럽의 마담이었고 그의 애인이 사줬을 법한데 그 애인이 옥스마트의 후계자인 가시와기 노부토모였다. 두 사람에게 확인한 바로는 벤츠를 처분했다는 것. 그러나 조사 후에 사고경력도 없는 고가의 벤츠를 폐차했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다가와는 경시청 윗선으로부터 옥스마트의 도련님을 건드리지 압박을 받는다. 다가와는 수의사에 대해 조사하던 중 자주 가던 R고원의 농장주가 바로 옥스마트의 가시와기 노부토모의 애인의 외삼촌임을 알게되었고 다가와는 점점 노부토모를 의심한다. 그리고 수의자가 걱정했던 것은 바로 BSE(광우병)임이 밝혀진다.
한 편 <비즈투데이>라는 인터넷 미디어의 쓰루타 기자는 옥스마트의 판매전략에 대해 의구심을 가지고 있으며 미트박스라는 회사의 직원이었던 이와 만나 옥스마트와 술집에 납품하는 미트박스의 고기는 사람이 먹을 수 없는 노폐우와 대체육을 섞어 판매하고 있었으며 옥스마트의 비리를 조사하는 쓰루타, 자신의 여동생의 죽음에도 옥스마트와 연관이 있어 더욱 철저하게 옥스마트를 파헤치려한다.
사회파 미스터리라고 해서 더욱 흥미가 생긴 <비틀거리는 소>는 어느 정도의 줄거리를 알고 시작했다고 생각했는데 읽을수록 생각했던 것하고 달리 이야기가 방대해지는 것에 놀라웠다.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만한 주제이다 보니 흥미로웠고 제목이 주는 의미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 궁금했었다. 비틀거리는 소는 바로 광우병에 걸린 소를 뜻하며 똑바로 서있지를 못하고 비틀거리는 것을 의미한다. 최고급의 소만을 사육하는 농장에서 광우병이 발생되고 그것을 알아챈 수의사의 사회적 책임감을 둘러싸고 사건은 벌어진다. 광우병은 소에서 소로 전염되지 않기 때문에 대처방법이 확립된 가축 질병이라 생각한 수의사는 농장주와 납품처인 옥스마트의 가시와기 노부토모에게도 설명했으니 대처가 신속할 수록 국민의 신뢰도가 높아질 것이라 단순히 생각한다. 그러나 옥스마트의 후계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비틀거리는 소>는 우리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착된 소재였기 때문에 읽으면서 흥분을 하기도 했다. 쇼핑센터의 임차인에게 징수하는 마진 비율에 대한 횡포부터 시작해서 이윤을 추구하기 위한 대기업의 꼼수와 소고기의 분류시 먹을 수없는 부분 즉 폐기물을 처리하는 업자 등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자부심과 책임감 없이 이익만을 위해 노폐우와 대체육 그리고 이름도 생소한 화학적 조미료들을 섞어 먹을 수없는 음식으로 만드는 제조업자의 욕심이 얽히고 설켜 각종 비리의 온상을 보는 듯했다.
작가가 전직 기자 출신이라서인지 이야기의 전개가 이해하기 쉽게 전개된다. 또한 답답하게 보일수도 있을 만큼 이야기 속 다가와라는 형사는 철저한 탐문조사가 특기인 베테랑 형사이다. 그 다가와의 특기를 살려낼 수 있도록 사건을 차분히 조사해가는 과정이 아주 현실감이 있다. 갑작스럽게 마주하는 사건의 열쇠를 만난다기 보다는 그야말로 철저한 탐문조사로 찾아낸 단서들을 가지고 연결고리를 찾아가는 모습이 마치 내가 형사와 수사를 같이 한 듯한 느낌을 준다. 사건현장을 모두 둘러보고 관련된 이들을 만나며 사건에 대해 아주 작은 것이라도 놓치지 않고 수첩에 메모하는 모습과 작은 단서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모습이 디지털시대에 아날로그적 형사의 모습으로 비춰지며 나는 이런 문구가 생각났다. Oldies but goodiess.
우리는 지금 편의점만 가도 당장 딱딱해지지 않는 김밥이나 채소가 마르지 않는 햄버거 등을 만날 수 있다. 맛있다고 좋다고 먹었는데 갑자기 두려워진다. 가공식품 또한 마찬가지이고. 국민의 믿음을 받는 음식관련 제조업자들이 모두 이책을 읽고 조금 더 자부심과 책임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램이다. <비틀거리는 소>는 광우병을 가지고 일본사회의 일을 얘기하고 있지만 과연 우리나라도 이런 이야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의문스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