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을 말할 때
메리 페이 지음, 김경주 옮김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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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이미지는 슬픔...이 가장 큰 자리를 차지하는 것 같습니다. 
좋아하던 사람과, 좋아하던 물건들과, 좋아하던 그 모든 것들로부터 떨어지는 것을 의미하니까요.
그렇게 되면... 슬프고... 슬퍼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한동안 그 사람을... 그 물건을... 그것들을 추억하며 지내게 되지요. 
그런 다음, 우린 어떤 형식으로든 조금씩은 자라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별"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시간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안녕을 말할 때>>는 동화입니다.
그리고 "이별"에 대한 이야기이지요.
어린 물푸레나무 미요가 자신의 이파리들과 헤어져야 할 때가 다가옴에 따라 주위 나무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점차 이별을 이해해가는 과정을 담고 있습니다. 
자신의 몸에서 조금씩 연두색 새순이 돋아날 때마다 지혜가 가득한 느티나무 세이렌이 칭찬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맑은 삶이 무척이나 사랑스럽습니다. 
몸에 달린 이파리들이 초록에서 짙은 황금빛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바라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하지만, 어느 늦은 여름날... 바닥을 뒹구는 갈색 이파리들을 바라보며 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이파리들과 이별을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아직은 어린 미요는 그 사실을 이해할 수가 없지요.
평화롭고 만족스런 삶을 살고 있던 미요에게 자신의 자랑스러운 무언가를 떨어내야 한다는 사실은 너무나 충격적입니다.
놓고 싶지가 않습니다. 

"뭔가를 떠나보낸다는 건 두려운 일이야. 게다가 미지의 세계를 받아들이는 건 시간이 더 필요하고, 누구에게나 그만큼의 두려움을 필요로 하는 일이지. "

그렇습니다. 
이별은 누구에게나... 언제나...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나는 삶의 변화에 맞서 고집을 세우는 것보다, 자신을 그 흐름에 맡기는 편이 더 낫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어떻게 삶이 변해 버릴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없겠지만, 그 변화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우리가 결정할 수 있어요."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우리는 더욱 성장할 수도, 뒤로 퇴보할 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니 변화를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겠지요.

  

아름다운 그림과 별처럼 반짝이는 글들로 마음이 차분~ 해집니다.
어린 물푸레나무가 이별을 이해하고 남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배려해주는 마음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 또한 큰 즐거움입니다.
외로울 때, 마음이 아플 때, 무언가와 이별했을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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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니 라이온하트 1 : 세이렌의 비밀 - 환경 신화 판타지
줄리아 골딩 지음, 이옥용 옮김 / 문학수첩 리틀북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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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환경 신화 판타지"라는 거창한 부제목이 따라다니면... 왠지 읽기 싫어지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처음에 했었다. 아이들은 이상하게 공부 이미지나 조금이라도 생각해야 할 듯한 이미지가 풍기면 흥미가 확! 줄어드니 말이다.^^ 하지만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은... 이 거창한 듯한 부제목보다 더 잘 어울리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코니 라이온하트>>는 시리즈 도서이다. 그 첫번째 <세이렌의 비밀>에서는 모든 생물과 대화가 가능한(교감이 가능한) 코니 라이온하트가 '만물의 벗'이라는 것이 밝혀지고 악당 쿨레르보와 대결 구조가 된다. 그럼... 정작 세이렌은 어디에?ㅋㅋㅋ 악덕 정유회사 엑스오일이 세이렌의 마지막 거처인 스택스를 훼손하려 하자 그 기회를 놓칠리 없는 쿨레르보는 세이렌을 이용해 인간을 죽이고 코니에게 접근하려 한다. 그 과정에서 그동안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코니가 "협회"에 관심을 갖게 되고 사실은 그 누구보다 강력한 힘을 지닌 '만물의 벗'이라는 사실이 밝혀지게 되는 것이다.

선과 악이 극명한 판타지를 읽는 즐거움은 스피드 있는 전개와 신화 속에서만 존재하던 생물들과의 만남이 어우러져 한층 더 빛이 난다. 이 신화 속 생물들은 유니콘이나 페가수스를 제외하고 대게가 잘 모르는 것들(적어도 내게는...)이지만 그렇게 잘 모르던 신비로운 존재를 알아가는 기쁨도 크다. 

<<코니 라이온하트>>에서의 첫번째 전제는 신화 속 생물들이 실제로는 존재하고 있다...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들의 무차별한 공격으로 인해 그 수가 줄어들자 인간들 중 몇몇이 모여 이 생물들을 지켜주기 위한 협회를 만들게 된다. 

"신화의 생물들이 신화 속에 존재하는 이유는 오로지 사람들이 그 생물들을 쫒아서 숨게 만들었기 때문이다."...100p

어디 신화 속 생물들 뿐이겠는가. 지구상에는 큰 무리를 이루며 살아가던 온갖 생물들이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인간들의 무차별한 사냥에 의해... 점점 그 수가 줄어 멸종위기에 처한 것들도 많으니 말이다. 인간들이 살아갈 터전을 만들겠다고 숲과 들을 파괴하고 인공적인 건물들을 세우고, 편리함 속에 살겠다고 석유를 하수를 그냥 내버리고, 바다에서 기름이 유출되고... 인간들의 잘못은 끝이 없다.  인간들 사이에서 공생해 왔던 신화 속 생물들이 참다 참다 더이상 참지 못하고 너무나 화가 나서 인간을 버리고 악당의 손아귀에 들어가도 할 말이 없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언제나 동물들의 입장에서, 자연의 입장에서, 신화 속 생물들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고 그들을 지켜주려 하는 인간들이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리고 그들 몇몇의 힘으로는 용서를 받거나 지구를 되살려낼 수는 없다. 

"변화를 가져오려면 한 사람만의 힘만으로는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304p

일대일의 벗인 협회 사람들 그 누구보다 만물의 벗인 코니가 가장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코니는 이제 막 첫걸음을 내디딘 초보였으므로 모든 협회 사람들과 그녀의 친구들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 그녀가 악당 쿨레르보를 잠시나마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코니는 아직 세상의 진실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다. 그리고 어느 것이 옳은 것인지를 잘 판단할 줄 아는 어른이 아닌, 초등학생이다.(물론 잘 판단하지 못하고 악당의 편에 서는 어른이 항상 있지만...) 그녀가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조금씩 성장해 가는 모습이 무척이나 뿌듯하다. 

그렇게 우리도 조금씩 우리의 지구와 생물들에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완전 몰입할 수 있는 신화 속 생물 이야기를 담은 판타지에 "환경 문제"를 집어넣은 이 책은 생각할 거리와 즐거움을 동시에 안겨준다. 코니가 좀 더 성장했을 후속편들도 무척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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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한국사>를 리뷰해주세요
키워드 한국사 1 - 선사.고조선.고구려.백제 키워드 한국사 1
김성환 지음, 김진화 외 그림 / 사계절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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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내게, 우리가 이 세상에 존재하게 된 이유와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 알아야만 하는 정보와 지식이 아닌... 언제나 지명과 인물, 연도를 외워야만 하는 것들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역사라는 과목이 항상 힘들었다. 남들처럼 기억력이 좋은 것도 아니어서 한국사나 세계사를 공부하는 것은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정말 제대로 된 역사 공부는 어떤 일이 왜 그렇게 일어났는지를 재구성하는 것이라는 것을 진즉 알았다면 그렇게 힘들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역사에서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항상 얼마 안 되는 기록과 흔적뿐이야. 게다가 기록을 남긴 사람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기록한 경우도 많지. 그 기록을 세심하게 뜯어 살펴서 언제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정확하게 재구성하는 것이 역사란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할 때는 암기력이 아니라 세심한 관찰력과 논리적인 추리력이 필요한 거야." (...이 책을 펴내면서...)

<<키워드 한국사>>를 쓴 저자가 이렇게 확고한 개념을 갖고 있기 때문인지 이 책에서는 한 사건이 일어난 배경과 사실들의 관계, 역사적인 맥락을 잘 짚어놓고 있다. 그런만큼 읽는 사람은 어떤 한 사건들이 머릿속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죽~ 역사가 파노라마처럼 흐르듯이 그려지게 되는 것이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고조선과 고구려, 백제까지 한국사를 이야기하고 있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총 30개의 키워드를 정해 우리 역사를 이해하는 데 필요한 단서들을 정해 놓았다. 그 단서들로 인해 역사는 이어지고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들을 계기로 발전해 나아가는 우리 역사를 되짚어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정말 단일 민족일까"라는 첫번째 키워드 <단일 민족>을 통해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 우리 민족을 구성하는 몽골 인종의 뿌리에 대한 설명부터 시작한다. 그리고 이어 '문자로 기록된 시대'인 역사 시대와 그 이전의 선사 시대를 설명하며 우리 민족의 역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을지를 알아 본다. 

  

각 챕터 중간 중간에는 <키워드 +>라는 페이지를 두어 보충 설명을 하고 있고, 유물들의 실물 사진을 곁들여 아이들의 이해를 돕고 호기심을 일으킨다. 

  

<<키워드 한국사>>에는 역사 이해를 돕는 그림들과 지도가 무척 많다. 이 첨부 자료들은 크기가 무척이나 커서 설명 만큼이나 큰 역할을 한다. 제 3부 고구려 중 "키워드 20 고구려 고분 벽화"의 경우, 벽화가 나타내는 그당시 생활상을 설명해줌으로써 벽화 그림에 따라 역사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여실히 알 수 있다. 이 그림들은 그 당시의 생활 양식과 관념들까지 잘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크고 많은 사진과 그림들로 역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고 역사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니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생긴다. 이것이 진짜 역사 공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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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양의 아이디어 편법요리
R양 이려진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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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결혼하고서, 엄마는 무척이나 걱정하셨다. 결혼하는 그날까지 밥 한 번, 반찬 한 번, 국 한 번 짓고, 만들고, 끓여본 적 없는 아이가 시집가서 제대로 밥이나 해 먹고 다닐란가...싶으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제일 먼저 장만해 주셨던 것이 엄마가 직접 서점에서 고르신 요리책이었다. 하지만, 뭐... 닥치면 뭐든 하게 된다고 나름 잘 해먹고 살았다. 엄마의 요리책이 무척이나 큰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결혼 9년째인 지금도 요리하는 것을 그리 즐기지 않는다. 끼니마다 메뉴 정하는 것도 귀찮고, 재료 사다가 복닥복닥 열기를 내뿜으며 1시간이나 넘게(난 요리를 뚝딱! 해내시는 분들이 가장 존경스럽다.) 주방에 서서 왔다갔다 하는 것도 힘들고, 먹을 때 만큼은 너무나 행복한 그 시간이 후딱 지나가버리면.... 싱크대에 가득 쌓인 설거지거리를 보는 것도 끔찍하다.

그러니... 이 책 <<R양의 아이디어 편법요리>>라는 제목이 얼마나 내 눈에 쏙! 들어왔겠는가!!! 자고로 "편법"이란 시간도 단축시킬 정도로 쉽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내가 예상했던 편법과는 조금 다르게 이 책에서의 편법은... "어려운 손질이 필요한 식재료는 마트에 포진해 있는 손질의 달인들에게 의존하고 전문 업체들이 내놓은 다양한 시판 재료들을 선별, 활용해서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면서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가미시켜 즐겁고 폼나게 요리하는 것"을 뜻한다.

음~~~ 이 책에서의 편법 뜻을 읽으니... 조금 망설여진다. 과연 마트의 시판 재료들을 믿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다. 인스턴트와 무엇이 다르지? 과연 건강이라는 부분을 생각해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을만큼 효과적인 건가? 하는 물음들이 이 요리책을 읽는 내내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어쨌든... 이 책은 "간단하고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일상요리"와 "트랜디 다이닝 카피캣 R양 버전 초대 요리", "시판 재료 100배 활용한 스피드 요리" 그리고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키친&리빙 소품"으로 구성된다. 

각각의 요리 페이지에는 쉽고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편법 tip"이나 "재료 tip"이라는 코너를 첨부하여 미리 만들어 놓는 방법이나 시판 중인 손질 된 재료 등을 소개하고 있다.

  

사실 편법 tip보다는 지금껏 잘 접해보지 못한 재료tip들이 더 눈에 띈다. 소개 된 재료 이외에 어떤 재료들을 이용할 수 있는지나 국물 만드는 법, 재료 보관법 등 다양한 재료들에 대한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요리들을 보자면... 우리가 흔히 해 먹는 요리들이나 자주 볼 수 있는 요리들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인지 요리 자체 과정이 매우 어렵게 느껴진다. 그러니까 이 요리책은 어려운 요리를 집에서 조금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편법요리라고 해야할까? 반찬이 아닌 요리라고 하면 물론, 큰맘 먹고 한 번 해 먹어 보는 것들이지만 이 책의 요리들은 더욱 더 큰 맘 먹고 해보아야 할 것만 같아서 요리 구성이 조금 아쉬웠다. 

이 책의 장점이라면... 요리 외에 멋진 테이블 만드는 법을 소개하고 있고, 마지막엔 "누구나 만들 수 있는 키친과 리빙 소품"을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직 아동복 디자이너 출신의 푸드 스타일리스트라는 작가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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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노키오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6
카를로 콜로디 지음, 김양미 옮김, 천은실 그림 / 인디고(글담)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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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고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읽는 기쁨이 무척 크다. 우선 어려서부터 많이 읽어 왔고, 읽지 않았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는 명작을 아름다운 일러스트와 함께 완역으로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피노키오>만 해도 그렇다. 피노키오의 대강의 줄거리도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우리 아이가 읽던 피노키오만 해도 돌 무렵부터 읽던 8장짜리 진짜 짧은 피노키오부터 시작하여 조금 자라서 읽었던 이른바 유아들을 위한 명작 전집과 디즈니가 만든 애니메이션 속의 피노키오까지... 큰 줄거리에서 자잘한 에피소드를 가감하여 결국은 피노키오가 착한 사람 아이가 된다는 결말을 내며 끝을 맺는다. 

조금은 두꺼운 듯한 이 책의 첫장을 넘기며 내가 몰랐던... 원작의 내용은 과연 무얼까...를 생각했다. 그리고 설레였다. 각 챕터의 줄거리를 요약한 듯한 목차 소제목이 무척이나 시적이다. 그리고 역시나 아름다운 색감의 일러스트와 함께 <피노키오>를 시작했다.

  

  

전체 줄거리를 놓고 보자면... 그 어떤 동화책보다 디즈니의 <피노키오>가 이 완역본과 가장 닮아있어 무척이나 놀랐다. 요정만큼이나 귀뚜라미의 역할이 큰 것과 피노키오가 계속해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는 에피소드들이 그렇다. 

피노키오....를 읽다보면 실수와 잘못을 하고 반성을 하고,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고서는 또다시 같은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는 피노키오에 화까지 나려한다. 이젠 제대로 반성을 했겠지... 설마 그렇게 당하고도 또 약속을 어기거나 실수를 하겠어?...라고 생각하다보면 피노키오는 또다시 우리를 실망시킨다. 그런데도 피노키오의 옆을 지키는 요정과 귀뚜라미와 제페토 할아버지는 그러한 피노키오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 실망하기는 해도 진짜 사람 아이가 아니고 한낱 나무 인형 꼭두각시에 불과해도 반성의 기미가 보이면 용서해주고, 다독여주고, 위로해주며 올바른 길로 나아가도록 지도해준다.

짧은 그림책이나 동화책으로는 느끼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보인다. 어쩌면... 피노키오는 많은 실수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배워가는 우리 아이들의 모습을 그린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 어른들의 잔소리를 듣기 싫어하고 공부도, 열심히 일하는 것도 싫어하지만 사실, 마음 저 깊은 곳에는 친구들을 배려할 줄 알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도와줄 줄도 아는 피노키오는 천성은 착하지만 꾐에 잘 빠질 뿐이다. 

"알고 있단다. 그래서 널 용서한 거야. 진심으로 후회하는 모습을 보고 네가 마음이 착한 아이라는 걸 알았거든. 마음이 착한 아이는 말썽을 피우고 니쁜 짓을 하더라도 새 사람이 될 희망이 있는 법이란다. 내가 여기까지 널 찾아온 것도 다 그 때문이야."...192p

"장하구나, 피노키오! 네 갸륵한 마음을 생각하여 지난 잘못은 모두 용서하도록 하마. 부모를 사랑하고, 부모가 병들고 가난할 때 정성껏 돌볼 줄 아는 아이는 칭찬과 사랑을 받을 만하단다. 말 잘 듣고 착한 행동을 하는 모범적인 아이가 아니더라도 말이야. 앞으로 착하게 살렴. 그러면 행복해질 거야."...323p

피노키오 주위에 피노키오를 포기하지 않고 용서해주고 사랑해주는 이들이 있었기에 피노키오는 완전한 사람 아이가 될 수 있었다. 긴~긴 에피소드들을 읽고 난 뒤, 사람 아이가 된 피노키오를 만나니... 그 감동이 색다르다. 전에는 느껴보지 못한 감동이다. '아! 드디어 피노키오가 해냈구나!'하는 느낌.^^

아이와 함께 많은 피노키오를 읽어봤어도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이 감동은... 아마도 완역의 온전한 이야기에 있을 것이다. 그 어떤 작은 이야기도 빠지지 않은 완전한, 제대로 된 <피노키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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