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역사 - 울고 웃고, 상상하고 공감하다
존 서덜랜드 지음, 강경이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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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에 언제부터 "이야기"가 더해졌을까, 왜 우리에겐 이야기가 중요할까, 생각하기 이전부터 우리는 이야기와 함께 살고 있다. "책"을 읽지 않는 사람도 이야기는 좋아한다. 문학은 우리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인간답게 한다고 <문학의 역사> 저자 존 서덜랜드는 말한다.


<문학의 역사>는 말로만 듣던 인류 최초의 서사시 "길가메시"에서부터 단순한 종이 텍스트를 넘어 기계와 결합되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현대 문학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400여 페이지에 이르는 비문학이지만 지루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부분 없이 술술 읽힌다. (물론 하나하나 곱씹어보며 읽느라 꼬박 일주일은 걸렸다.) 무엇보다 아는 작품들이 있는 기쁨으로, 읽고 싶은 새로운 책의 제목을 찾는 행복으로, 몰랐던 사실을 발견하는 번득임으로 읽는 내내 즐거웠다. 하나씩 정리해 본다고 이면지 세 페이지에 걸쳐 메모했더니 훨씬 똑똑해진 기분도 든다.


책은 기원전 20세기경 메소포타미아의 "길가메시"에서 시작된 문학의 역사는 서사시에 대한 정의로, 왜 현대에는 서사시가 존재하지 않는지, 그 서사시가 어떻게 희극과 소설의 형태로 바뀌어 나갔는지, 각 시대의 역사 속에서 문학이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설명한다. 개인적으로는 한때 장르와 취향에 관계 없이 다양하게 책을 읽었던 약 3년 간의 시간(1000권 정도)이 있었기에 대부분의 작가와 스타일, 장르를 스스로 구분할 수 있게 된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 때문에 대부분의 내용에 흠뻑 빠져 읽을 수 있었다.


책 속 이야기처럼 평생 열심히 책을 읽어도 계속해서 쏟아지는 많은 책들을 모두 읽을 수는 없다. 짧은 시간 안에 정말로 좋은 책(단순히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은 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책이 내겐 지루함의 끝이 될 수도 있으니)을 최대한 많이 읽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건 중요해 보인다. 무엇보다 그런 책을 고를 줄 아는 안목이 있어야 하고 그런 안목을 기르기 위해선 약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중 하나가 이렇게 문학의 역사를 알아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런지! 지금까지 해 온 독서를 갈무리하는 시간이었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문학의역사 #존서덜랜드 #소소의책 #문학 #읽자 #문학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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슌킨 이야기 쏜살 문고
다니자키 준이치로 지음, 박연정 외 옮김 / 민음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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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자키 준이치로라는 일본의 작가를 처음 접한 건, 정은문고의 "작가의 시리즈"를 통해서였다. 그러니까 처음엔 이 작가의 수필부터 접한 셈. 작가 시리즈는 일본의 여러 작가의 작품들을 하나의 주제로 엮었기 때문에 한 작가의 개성을 한번에 파악하기는 힘들다.


이후 김영하 작가 북클럽을 통해 <세설>을 읽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일본 작가의 책과는 조금 다르다는 인상을 받았다. 마냥 좋지는 않다. 뭔가 사람을 불편하게 만드는 포인트가 있다. 그런데 좀 지나면 또 읽고 싶다.


그러다 눈에 들어온 것이 바로 민음사 계열의 "쏜살문고"이다. 한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판형에 작가의 중편 등을 주로 싣는다. 만 원이 채 되지 않는 금액도 매력적! 2018년부터인가 <미친 노인의 일기>를 시작으로 10권의 다니자키 준이치로 책이 출간되었다.


내 성격상 순서대로 읽어야 한다는 이상한 편집증을 깨고 중고로 구입한 순으로...ㅋㅋ <슌킨 이야기>를 첫 책으로 정했다. 아주 얇은 책인데, 그래서 가방 속에 오래 갖고 다니며 시간 날 때마다 읽으니 무려 한 달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너무 신기하게도 그렇게 끊어 읽었는데도 내용이 엉키거나 잊히거나 하지 않았다는 점. 왜? 너무 강렬하니까!


<슌킨 이야기>는 너무나 아름답게 태어나 예술 쪽 재능을 가졌지만 9살에 맹인이 되어 칠현금과 샤미센의 명인이 되는 슌킨과 그 옆에서 살뜰히 그녀를 돌보는 제자 사스케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둘은 스승과 제자로 끝까지 남았지만 사실 부부이며 주인과 하인인 이상야릇한 관계이다.


소설은 "나"라는 서술자가 사스케가 남긴 <모즈야 슌킨전>을 읽고 이 두 사람의 묘를 방문하며 이 두 사람의 진실을 파헤치는 형식으로 시작되지만 사스케의 시선과 항간에 떠도는 두 사람의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서술을 통해 마치 이 이야기가 "사실"인 것처럼 보여진다. 그리고 이 부분이 다니자키 준이치로가 가장 의도한 스토리 구성이라고 한다.


이 작가의 책을 읽으면 불편한 점이 바로 이 포인트인 것 같다. 분명 내 가치관과 너무 다르다. 그런데 너무 재밌다는 것.ㅎㅎㅎ정말로 세상의 다양한 가치관을 알려주는 역할이랄까.


다음 구매한 중고는 <열쇠>인데....흠~ <슌킨 이야기>보다 더할 것 같아서 무서워서 잠시 보류.ㅋㅋ 이렇게 보니 장편인 <세설>이 훨씬 순한 작품이었다. 나이 50에 에로티시즘이 무섭다니..! ㅋ 덜 컸네, 덜 컸어!


#슌킨이야기 #다니자키준이치로 #쏜살문고 #에로티시즘 #페티시즘 #마조히즘 #완벽한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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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18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그나마 아름다운 부분이 있는데, 열쇠는 좀... ㅋㅋ

그래도 읽는 재미는 있습니다~!!

ilovebooks 2023-09-18 13:02   좋아요 1 | URL
아... 역시~!! 왠지 좀~ 손이 안 가더라고요 ㅋㅋ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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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같이 온라인 서점을 기웃거리면 어떤 책이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감이 온다.

물론 가끔 귀차니즘이 생겨 대강 읽거나 표지에 꽂히는 경우는 예외지만.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이라는 책이 9.11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을 어느샌가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읽고 싶었던 건 아니다. 너무나 큰 불행은, 왠지 꺼려지게 되곤 하니까. 그럼에도 동명의 영화 속 소년의 표정이 너무나 각인되는 바람에, 영화를 보기 전에 꼭! 책을 먼저 읽어야겠다, 라는 이상한 계획을 세워버렸다.

2001년 9월 11일, 나는 한 무역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출근해서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회사에 있던 TV에 전원이 켜졌다. 이사님이 "다들 이리로 와 봐"라는 말에 다가간 곳엔 세계 무역 센터가 비치고 있었고 곧이어 비행기 한 대가 그곳으로 돌진했다. 대한민국에 있는 나와 미국의 세계 무역 센터는 너무나 먼 곳이지만 그렇다고 그 거리감으로 그 일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있을 수가 없는 일이기에, 믿을 수가 없는 일이었기에 말도 안된다고, 저건 무슨 영화냐고 되물었던 기억이 있다.

같은 날, 한 소년은 학교에 등교했다가 선생님들의 조치로 바로 하교한다. 집에 돌아왔을 땐 아무도 없었고 전화의 깜빡임에 다가가 녹음된 내용을 들은 이 소년, 오스카는 그 이후 이때 잃은 아빠를 되찾기 위한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엔 분명 오스카의 시점에서 시작되었으나 할머니나 할아버지의 편지 형식 등이 더해지고 9.11 테러뿐만 아니라 드레스덴 폭격이라는 시대적 배경이 더해져 결국 이 소설은 전쟁이라는 폭력에 희생된 이들의 이야기가 된다.

우연히 아빠의 물건 속에서 열쇠 하나를 찾게 된 오스카는 아빠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이 열쇠의 자물쇠를 찾는 여정을 떠나고 그 속에서 만나게 되는 다양한 인간 군상 속에서 계속해서 성장해 나아간다.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은 오스카이기도 하고 그 시대를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이기도 하다.

"게다가 사랑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사랑한다는 말을 하겠니?

나는 몸을 모로 누이고 언니 옆에서 잠들었지.

너에게 지금까지 전하려 했던 모든 이야기의 요점은 바로 이것이란다, 오스카.

그 말은 언제나 해야 해.

사랑한다,

할머니가."...439p

작가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 아니었을지.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되고 세월은 계속해서 흘러간다.

후회가 없게, 나의 사랑을 가까운 이들에게 전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책은 지금까지 읽었던 책과는 구성 면에서 무척 특이하다. 중간 중간 이미지 사진이 들어있는가 하면, 아무것도 씌여지지 않은 페이지가 여러 장, 한 문장씩이거나 계속 겹쳐서 읽을 수 없는 장도 여러 장.... 마치 소설이 영화처럼 보이도록 시각적으로 최선을 다 한 노력이 엿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정말 영화를 보듯 오감으로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최근 몇 년 동안 읽었던 책 중 가장 BEST!!!

#엄청나게시끄럽고믿을수없게가까운 #조너선사프란포어 #민음사 #추천도서 #9.11 #폭력 #전쟁 #상처 #성장 #소통 #소장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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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거리를 건넜어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떨어지는 사람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떨어지는 사람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더 이상 네 앞에서 강한 척하고 있을 필요가 없어지자, 난 한없이약해졌어. 바닥에 쓰러졌단다. 그곳이 내게 맞는 곳이었어. 주먹으로 바닥을 내리쳤어. 손이 부서지길 바랐지만, 너무 아파서 멈추었지.  하나뿐인 자식을 위해 손 하나 부서뜨리지도 못하다니 나는 얼마나 이기적인지.
떨어지는 사람들.
호치키스와 테이프,
공허하다는 느낌도 없었어. 그런 느낌이라도 들면 좋았을 텐데 높은 창문 밖으로 셔츠를 흔드는 사람들.
뒤집힌 주전자처럼 텅 비고 싶었어. 하지만 나는 돌처럼 묵직했단다.
건물을 들이박는 비행기들 - P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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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배우는 데 한평생이 걸렸다니 한스럽구나,
오스카 다시 인생을 살 수 있다면 다르게 살 텐데,
내 삶을 바꿀 거야.
피아노 선생님에게 키스를 할 거야. 
그가 비웃어도 좋아
침대에서 메리와 함께 팔짝팔짝 뛸 거야. 
바보 같다 해도 상관없어.
못생긴 사진들을 보내버릴 거야. 
수천장이라도.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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