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특권

왕자의 특권
아멜리 노통브 지음, 허지은 옮김 / 문학세계사 / 2009년 9월

매년 가을마다 한 편씩의 소설을 발표한다는 아멜리 노통브는 정말 굉장한 작가인 것 같다. 그녀의 외모와는 전혀 다른, 섬뜩할 정도로 기이한... 내용을 담은 소설류와 자전적 내용을 담은 소설들이 교차하며 그녀의 매력을 한껏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난 사실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소설들을 더 선호하는 편이지만, 그 소설들과는 너무나 다르게 느껴지는... 독특한 또다른 소설들도 놓치기가 싫다. 

소설은 매우 간결하고, 담백하다. 평소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을만한 내용으로 시작하여 그녀만의 상상 무한으로 치닫는다. 그냥 그렇게 남들처럼 어쩔 수 없는 매일 매일을 살아온 밥티스트 보르다브는 어느 날, 우연한 죽음을 맞딱뜨리게 된다. 자신의 집에 전화를 빌리러 왔다가 느닺없는 죽음을 맞이한 올라프를 보고 그는 아무도 상상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게 되는 것이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내몰았을까...

"난생 처음으로 뭔가를 발견했는데, 진짜로 혼자 발견했는데, 그게 이 남자의 죽음이었다. 이 사람에 관해 내가 알고 있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금 자기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더 이상 알 수 없다는 전제하에선, 그 자신조차도 모르는 것이다."...20p

보통의 상황이라면 구급차를 부르고 경찰에 신고하는 것이 맞는 행동이겠지만, 여러가지 상황들과... 인생의 새로운 전환기를 맞이했을지도 모른다는 놀라운 발견, 다람쥐 쳇바퀴 돌듯 하던 삶을 내려놓고 싶은 욕망... 기존의 자신에서 탈피하여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희망... 이런 것들이 모여 밥티스트는 올라프가 되기로 한다. 

하지만 사실 올라프의 죽음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많다. 어떤 일이 닥치면 인간의 뇌는 끊임없이 안 좋은 쪽으로 의심하고 가설을 쏟아내는가 보다. 그것을 하나하나 생각하다보면... 밥티스트는 올라프가 될 수 없다. 그래서 새로운 올라프는 그저 자신의 본능에 따라 행동한다.

"그러나 자유로워지려면 의심에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되는 법. 자유롭기로 결심한 사람은 쩨쩨하고 좀스런 생각을 가져선 안 된다. 이것저것 따져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가 그런 말을 왜 했을까, 왜 이렇게 말하지 않았을까 등등. 나도 한 번 통 크게 살아보고 싶었다. 살아 있다는 짜릿함을 느끼고 싶었다. 낯선 이의 신원을 훔치는 것이야말로 이 넓은 세상의 황홀한 맛을 경험해 볼 수 있는 방법 중의 방법이 아닌가."...35p

새로운 올라프는 엄청난 저택에서 아름다운 올라프의 부인과 그야말로 진정한 "휴식"의 며칠을 보낸다. 마치 귀족과 같은 삶. 예전의 밥티스트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인생이다. 

"샴페인을 마시다 보면 그런 순간이 있다. 열다섯 번째 모금과 열여섯 번째 모금 사이, 모든 인간이 귀족이 되는 순간 말이다. 아주 사소한 이유로 인해 인간은 이 순간을 포착하지 못하고 지나간다. 뭐가 그리 급한지, 취기의 절정에 도달하려고 마시고 또 마시다가 고결하기 그지없는 이 순간을 그만 술에 빠뜨려버리고 마는 것이다. "...146p

왕자의 특권... 그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본능에 따라 진정한 휴식의 나날을 보내는 것일까.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고 마시고 먹고 원하는 것은 무엇이라도 할 수 있는 것. 진짜 올라프는 왜 죽은 것일까...나 새로운 올라프와 지그리드는 어떤 결말을 맺었을까...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사실 많이 궁금하기는 하지만..ㅋ) 우리에게도 때로는 그러한 왕자의 특권 같은 삶의 휴식이 필요하다는 것!  .... 지그리드의 창고에 쌓여 있다던 그 시원한 샴페인을 한 잔 마시고 싶다.

우리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배용준 지음 / 시드페이퍼 / 2009년 9월

작년서부터 많은 연예인들이 책을 출간하고 있다. 그들이 다방면에 끼가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누군가 혹은 어느 곳으로부터 협찬을 받아 아주 쉽게 책을 써내는 것을 보면서는 조금 인상이 찌푸려졌던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였을까.... 배용준씨가 낸 또 하나의 연예인 책 출간 소식에 "또?"라는 첫인상을 가진 것은, 어쩌면 당연했던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지막장까지 읽고난 지금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우선... "주제"가 좋았다. 그저 어딘가 휘리릭 떠나 그 나라의 이곳저곳을 설명하거나  사진을 보여주는... 다시는 읽고 싶지 않은 그러한 책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것"을 확실하게 하나하나 짚어가는 그 노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주 쉽게 우리가 접하고 있었으면서도 의식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재조명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해 준다. 그것이 나 스스로가 아닌, 이 책을 통해서... 배용준씨의 경험을 통해서 깨닫는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놀라웠다. 사람이 달라보인다고 할까... 지금까지 내가 갖고 있던 배용준씨의 이미지는 특별히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었지만 이 책을 통해서 나는 배용준이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아주 조금은 알 수 있게 된 것 같다. 

탤런트라는 이름에서 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이 바뀔 정도로 요즘의 연예인들은 참으로 많은 재능과 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이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을 읽고 있으면 그야말로 전천후 엔터테인먼트인 배용준씨의 재능과 열정, 노력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그 호기심의 영역이 어찌나 넓고 깊은지... 저절로 감탄하게 되는 것이다. 

먹는 것... 가정식에서부터 김치 담그기, 한복과 살림살이, 옻칠, 한지에서 자기 만들기까지... 그는 직접 발로 뛰어 배우고 연습하고 그 결과물을 내어놓는다. 

"부끄러운 수준의 습작이지만 첫 번째 것을 끝냈을 때보단 마음이 개운하다. 나는 아무래도 '나만의 것'에 애착이 강한 듯하다. 하루 빨리 나만의 선을 만들고 싶다는 욕심이 솟는다. 번지는 것보다는 딱딱 끊어지되 여운이 남는 그런 것 말이다. 스스로 만족할 만한, 나의 진짜 첫 작품은 아직 멀리 있다. 그 탄생의 순간을 앞당기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연습, 또 연습뿐이다."...107p

책을 읽다보면 그가 평소 얼마나 많은 책을 읽고, 한 주제에 깊이 몰두하여 공부하고 생각하는지 자연스레 알 수가 있다. 그런 것들을 모아 이 책이라는 결과물이 나온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의 것", "우리 문화"에 대해 얼마나 깊이 생각하고 있는지,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장본인으로서, 공인으로서 그가 맡은 책임을 다 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 

처음엔 그를 좋아하는 외국인들을 겨냥한 책이겠구나... 생각했지만 읽다보니 나도 모르던 새로운 우리의 것을 알 수 있어 얼마나 많은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정말 우리나라는 이렇게 아름답구나...하고 생각하게 된다. 우리나라에 대해서, 배용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많이 알 수 있게 된 기회였다.

호진이의 불량한 자전거 여행

불량한 자전거 여행 ㅣ 창비아동문고 250
김남중 지음, 허태준 그림 / 창비 / 2009년 7월

얼마 전, 도서관에서 참여한 "집단 상담"에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부부싸움은 남, 녀의 관계인데 본질은 저리 제쳐두고 자꾸 아이들을 들먹여 가족의 문제로 만들기 때문에 끝이 나지 않는 것이라고. 왜 엄마 아빠라는 사람들은 아이들을 그렇게 끔찍이 사랑하면서도 정작 아이들에게 많은 상처를 주게 되는지 모르겠다. 엉켜버린 실타래를 하나하나 풀기엔 이미 너무 힘들고 지쳐버려서일지도 모른다. 조금만 힘을 내면 할 수 있는 일들을 우리는 그냥 제자리에 멈춰 서서 굳어버린 것은 아닌지...

<<불량한 자전거 여행>>은 그러한 가족의 문제를 조금 풀어내려 한 것 같다. 아빠는 사회 생활이 힘들어 매일 늦게 들어오고, 엄마 또한 돈이 없다고 일자리를 찾아 매일 늦게 들어오는 호진이네. 호진이는 공부가 적성이 아닌 것 같은데도 엄마는 밤 늦게까지 학원에 다니라고 하신다. 집에 오면 아무도 없는 생활. 그렇게 가족은 뿔뿔이 흩어져 버린다. 

다른 사람들의 잣대로 볼 때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노는 것 같아 보이는 삼촌에게로 도망친 호진이는, 삼촌이 주최하는 자전거  타고 떠나는 자전거 순례에 우연히 참가하게 된다. 14일동안 계속되는 국토 대장정이다. 처음엔 삼촌의 조수로서 참가자들의 시중을 들던 호진이는 삼촌의 배려로 중반부터는 자전거 순례에 참여하게 되고 힘들게 땀을 흘리는 것이 무엇인지, 자신과 맞서는 것이 무엇인지를 차츰 깨닫게 된다.

"다들 싸우고 있었다. 나도 싸우는 중이다. 처음에는 싸움 상대가 가지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높이 오를수록 알 수 있었다. 산은 그냥 가만히 있을 뿐이다.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내 속에 있는 나, 포기하고 싶은 나와 싸우는 거다. 몸이 편하려면 집에 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집을 떠났고, 온 힘을 다해 산을 오르고 있다. 이 산을 넘으면 대구가 나온다. 어떤 곳인지,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르지만 산을 넘으면 알 수 있다. "...130p

자전거를 타고 산을 넘고 고개를 넘고 강을 건너다보니 어느새 엄마, 아빠에 대한 화는 누그러들고 자신의 앞길을 생각하게 된 호진이는 뿔뿔이 흩어졌던 가족을 한데 모으고 싶어한다. 그렇게 계획된 또다른 "불량 가족 여행". 함께 땀 흘리는 시간과 함께 몸을 부대끼는 시간이 적었던 것을 깨달은 호진이가 직접 나선 것이다. 

부모는 아이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치지만 실제로 부모 또한 아이들을 키우며 배우는 것도 많다. 서로 시간을 함께 나누고 함께 힘들고, 함께 웃었던 그 많은 시간과 추억들이 쌓여 가족은 더욱 단단하게 여물어갈 것이다. 호진이의 가출로 시작된 불량한 자전거 여행이 가족 모두가 모여 어떤 추억을 만들어낼지, 사뭇 궁금해진다.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ㅣ 동화는 내 친구 52
플로렌스 패리 하이드 지음, 에드워드 고리 그림, 이주희 옮김 / 논장 / 2007년 10월

아이 책을 읽을 때마다 종종 느끼는 건데, 확실히 아이가 좋아하는 책과 엄마가 좋아하는 책은 다르다는 것이다.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을 읽으면서도 그랬다. 
주인공이 줄어든다는, 어찌 보면 판타지한 내용일 것 같은 이 그림책은... 무언가 위화감을 느끼게 한다.
트리혼은 자꾸만 줄어드는데, 부모님은 아이의 이야기에 관심도 없고, 알아채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트리혼이 아주 많이 줄어들고 나서야 사실을 알게 된 트리혼의 부모는 아이가 줄어들어 걱정하기 보다는, 남들이  자신네들 가족을 어떻게 생각할까...가 더욱 걱정이다. 
도대체 이러한 부모들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건지...
게다가 트리혼의 이러한 변화는 부모뿐만 아니라 친구, 선생님 등 주위 모든 사람들이 알아채지 못하는 것으로 나온다.

나는 이 그림책을 읽으며 왜 이렇게 불편한 것일까.
어쩌면 이 그림책이 아이들한테 중요한 것들에는 너무나 무심한 부모들의 모습을 굉장히 적나라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또, 조그만 관심을 보여주면 되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을, 어른들은 다른 점에 초점을 맞춰두고 있지는 않은건지...
그러니까... 나는 이 그림책을 읽으며 찔린 거다.
혹시나 나도 아이에게 이런 상처를 주고 있지는 않은가... 싶어서 말이다. 

" '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아야지. 내가 아무 말 안 하면 아무도 모를 거야.' "...<줄어드는 아이 트리혼> 본문 중...

자신이 직접 입 밖으로 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세상 속에서 트리혼은 스스로 방법을 찾아내고, 원래 크기로 돌아온다. 
하지만 왠지 외롭고 서글프게 느껴지는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그림책을 읽는 아이는 그렇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트리혼이 무척이나 신나는 모험을 한 것처럼 재미있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아이를 보며... 어쩌면 이 그림책은 어른들에게 일침을 놓는 그림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코쿠의 순례길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 - 서른 살 오핸로 혼자 걷는 1,400km
김지영 지음 / 책세상 / 2009년 9월

요즘엔 걷기 여행이 대세다. TV에서부터 신문, 책, 주변 사람들까지.... 모두가 걷기 여행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러니 나도 왠지 한 번쯤은 걷기 여행을 떠나줘야 할 것같은 부담감이 생긴다. 워낙에 저질 체력이라 하루에 얼마나 걷겠냐... 싶기도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을 감상하고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그래봤자 남편과 아이겠지만...) 담소를 나누고 차를 타며 하는 여행에서는 맛볼 수 없는 "무언가 다른 것"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에 생각만으로도 무척이나 설레인다. 

내 주변엔 걷기 여행을 특히나 좋아하는 친구들이 있다. 그들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이나 제주의 올레길, 지리산의 둘레길에 관심도 많고, 이야기도 자주 해 주어서 나도 얼마간은 잘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일본에도 그런 길이 있다니... 정말 걷기 여행이 대세이긴 한가보다. 

<<남자한테 차여서 시코쿠라니>>는 그 일본의 순례길, "시코쿠의 순례길"을 걸으며 쓴 여행기이다. 사실 책을 읽어가며 어디선가 읽은 적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바로 소설 <<8일째 매미>>에서였다. 소설에서는 섬에 나타난 하얀 옷을 입은 "진짜" 순례자들에 대한 묘사가 나오고 그 아래 덧붙임에 "일본 시코쿠 지방에 '시코쿠의 88개소 영장'이라 하여 홍법대사의 유적지인 여든 여덟 곳에 시로쇼조쿠(전신을 흰색으로 감싼 복장) 차림으로 참배를 다니는 유명한 순례코스가 있다 ” 라고 적혀 있었다.

그렇게 복장을 갖추고 순례를 다니는 사람을 ‘오핸로상’ 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이 책을 보고서야 알았다. 순례자임을 나타내는 복장으로 삿갓을 쓰고, 지팡이를 짚고 흰색옷을 입는 조금은 특이해 보이는 그들의 복장을 보며 웃음이 나기도 했지만, 그들이 걸어가는 기나긴 수행의 길을 함께 하면서는 곧 웃음이 사라지고 만다. 함께 숙연해지고 감동스럽기까지 하다.

서른에 가까운 나이가 되면 무언가 인생을 한번쯤 돌아보고픈 그런 생각이 드나보다. 이미 안정되었을 줄 알았던 그 나이에 무엇하나 이루어 놓은 것 없다는 불안감! 저자 역시,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일본으로 떠나는 시기가 딱 그 때였다. 저자는 특이하게도 영화과 출신도 아니면서 영화와 관련을 맺고 있단다.(뭐... 사실 전공대로 인생을 살고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하며 별 특이하게 생각되지는 않지만..) 이 책도 다큐멘터리 작업과 같이 병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혹시나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니 책과 함께 “ 영화” 란에도 같은 제목의 영화 소개가 있었다.(아직 개봉을 하지는 않은 듯, 자세하지는 않다) 문득 영화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렇게 일본으로 떠나고 사람을 만나고 그들을 기록하며 그녀가 걸어낸 길 이야기는 따뜻하고 읽는 이에게 그 따뜻함을 전염시킨다. 문득... 세상에 온기가 불어넣어지는 느낌을 받는다. 

무작정 순례길을 걷는다고 자신의 고민이, 혼란스런 마음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시코쿠의 순례길을 걷는, 저자가 만난 많은 젊은이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길을 걷고 나서는 새로운 시각이 생기고, 새로운 힘을 얻어 다시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의지는 다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걷기 여행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어디를 걷는가는 그렇게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다. 물론 걷기에 좋은 길이 있음에는 분명하지만, 그 장소보다는 만나는 사람들, 그곳에서 겪은 경험, 그곳의 풍경을 바라보며 하게 된 생각... 등이 모여 자신만의 순례길을 만들어가리라고 생각한다. 올 가을 그렇게도 남편과 함께 걷는 여행을 하고 싶었지만, 벌써 날씨가 너무 추워져서 아쉽다. 내년 봄이 되면.... 아이와 남편과 나, 셋이서 손 꼭 붙잡고 걷기 여행을 떠나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