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 아렌트, 난민이 되다 탐 철학 소설 43
황은덕 지음 / 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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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부터 마음에 쏙! 드는 책이었다. 청소년들을 위한 철학 책이지만 "소설"로 되어 있어 전혀 어렵지 않고 오히려 많은 생각거리를 안겨주는 책이다. 그것도 어떤 사상을 어렵게 늘어놓는 것이 아닌, 한 인물을 따라가며 그 인물에 대한 생애와 업적, 사상 등을 자연스럽게 소설 속에 녹여내어 읽는 동안 정말 재미있게, 하지만 집중해서 그 인물과 사상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


탐 철삭 소설의 43번째는 "한나 아렌트"이다. 한나아렌트는 언젠가 꼭 한 번은 읽었으면 하던 철학사상가였다. 가장 유명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 무척 강력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인간 행동 본연의 이유를 쫓아간 한나 아렌트의 사상은 가슴을 울리고 한편으론 반성하게 한다.


이런 한나 아렌트를 도대체 어떻게 소설 속에 녹여냈을까. 우선 이 소설 속의 공간적, 시대적 배경은 바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는 바로 이 땅, 우리 아이들의 이야기로 펼쳐진다. 제목에서부터 힌트가 주어지는데 한나 아렌트와 지금 우리 시대의 공통점은 바로 "난민"이다. 조금만 이 사회에 관심을 갖고 있다면 제주도로 온 예멘 난민의 이야기를 알고 있을 것이다. 물론 "나"에만 관심이 있는 청소년들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전혀 모르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미래중학교 2학년 3반에, 한 아이가 전학을 온다. 이 아이는 아주 특별했다. 바로 예멘의 내전을 피해 자신의 나라를 탈출하고 여러 경로를 거쳐 제주도로 오게 된 라이라라는 아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곳에서 아빠를 교통사고로 잃고 다시 엄마의 일을 쫓아 바로 이곳, 미래중학교에 오게 된다. 이곳에서 이슬람 사원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곳에 살고 별다른 편견이 없다는 이유로 공식 버디가 된 우정이와 2학년 3반 아이들의 도움으로 라일라는 조금씩 적응해 나간다.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행으로 옮기는 과정이 무척 감동적이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예멘의 난민과 한나 아렌트라는 인물의 공통점을 엮어서 그의 생애와 업적, 사상까지 함께 공부할 수 있도록 한 점이 무척 인상깊었다. 아이들의 노력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한나 아렌트에 대해 알게 되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인권"과 "평등"이다. 어느 누구도 핍박받을 수 없으며 그 어느 곳에서라도 교육 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 한나 아렌트의 가장 중요한 가르침인, 사유하지 않으면 누구라도 자신이 모르는 사이에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는 것. 마지막 페이지까지 집중해서 읽고 가슴 뿌듯하게 한 책이었다. 부디 많은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사유하는 인간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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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작은 헌책방 -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에 관하여
다나카 미호 지음, 김영배 옮김 / 허클베리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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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엔 온라인으로도 헌책방이 생겨서 중고도서를 앉은 자리에서 척척 주문할 수 있지만 좁은 틈 가득한 책장이 주는 묘한 분위기와 곰팡내 나는 듯한, 하지만 왠지 정감가는 종이 냄새를 맡을 수 있는 헌책방은 언제나 보물이 가득한 장소이다. 한참을 이리저리 들여다 보다가 읽고 싶었던 책이라도 발견하면, 그야말로 횡재한 듯한 기분이 드는 것이다. 요즘은 집 근처에서 그런 헌책방을 찾기는 힘들다.


<나의 작은 헌책방>은 어느 날 갑자기 자신과 맞지 않는 회사를 그만두고 문득 생각한 "헌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한 작가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을 좋아했고 사람들과 부대끼는 것보다는 혼자,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하는 저자는 회사를 그만둔 뒤, 왠지 자신과 잘 맞을 것 같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헌책방을 시작한다. 그때 나이가 스물한 살이었다고 한다. <나의 작은 헌책방>은 그렇게 갑자기 충동적으로 시작했지만 생각과 달리 "취미"로서는 불가능했기에 "일"로서 자리잡기까지의 20여년의 기록을 담담히 전하고 있다.


앞부분은 헌책방을 차리게 된 과정과 자리잡기까지의 소소한 일상이 담담하게 담겨있다. 그 글을 읽고 있자니 나도 헌책방 하나 운영하며 책 읽고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든다. 하지만 "장사"는 아무나 하는 게 아니고 저자처럼 취미가 일이 되려면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난관과 능동적이고 생산적인 일들을 해야만 하니 그 꿈은 그저 꿈으로 두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벌레문고"라는 이름에서부터 헌책방 주인이면서 이끼를 관찰하고 이끼에 관련된 책까지 출간한 저자는 확실히 독특한 개성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구축한 것 같다. 비록 뒷부분은 반복되는 이야기도 있고 좀 동떨어진 이야기에 읽는 데 슬슬 지치기는 하지만~과하지 않게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나의작은헌책방 #다나카미호 #허클베리북스 #헌책방 #벌레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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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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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의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여성작가라는 공통점으로 소설 속의 세심함, 날 선 감정이나 민낯의 내면을 아주 세세한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프랑스라는 공통된 공간이 주는 감성이 더해진다. 물론 이 소설들이 비슷하다는 뜻은 아니다. 각각의 소설은 그들의 시대에서, 그들의 경험에서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소설이지만 이렇게 시리즈를 묶어 읽는 즐거움은 어느새 공통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개의 날>은 그야말로 독톡한 소설이다. 처음 책 소개를 보았을 때에는 개 한 마리의 출현으로 일어난 사건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전혀, 너무 다른 소설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다가 중간엔 깜짝 놀랐다가 소설의 이 독특한 구성으로 인해 감탄하게 된다.


어느날, 고속도로를 개 한 마리가 달리고 있다. 이 장면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트럭 운전수이다. 그는 내려서 이 개를 구해보고자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을 수신호로 멈추거나 천천히 지나가도록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개를 보도록 한다. 하지만 곧 이 트럭 운전수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그날 만난 기자의 이야기로, 자신의 과거 이야기로, 자신이 꿈꾸던 인생 이야기로... 두서없이 흐르는 이 생각들을 읽고(혹은 듣고) 우리는 그의 인생을,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추측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른 이에게 넘어간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읽어 내려가다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장인 줄 알았던 이야기는 느닷없이 다른 서술자에 의해 다른 인생 이야기로 내달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6명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흘러나오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 고속도로에서 그 개를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단편을 이어놓은 연작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개를 보는 순간, 나는 그것을 알았다. 옛날에 누군가 나를 버렸다. 이후,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을 버린다."...79p


이 문장이 이 한 권의 소설을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들 모두 버림받았다고 생각되는 개를 구하기 위해 고속도로 위에 멈췄지만 곧 그 개를 통해 자신의 버림받음 혹은 버림으로 생각이 이어지며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장들을 쫓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머릿속 생각을 이 자리에서 쫓아가듯 쏟아지는 생각들은 이리저리 방황하기도 하고 허구이기도 진실이기도 해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그것이 진실로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그 모두가 그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개의날 #프랑스여성작가소설 #열림원 #연작소설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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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속 여행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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쥘 베른은 이미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작가이다. <80일간의 세계 일주>에서부터 <15소년 표류기>에 <해저 2만리>까지 어느 작품 하나 뒤떨어지거나 모자람이 없다. 이 세 작품은 그 방대함이나 이야기 구성, 상상력에 교훈까지 있어서 아이들에게도 편집본으로 많이 읽히고 있다.

사실 쥘 베른의 작품은 위의 3 작품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번 "열림원"의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을 만나고 나서야 쥘 베른이라는 작가가 얼마나 많은 작품을 써 냈는지를 알게 되었다. 이른바 "경이의 여행"시리즈라고 한다. 한,두 편도 아니고 80여편을 그렇게 써냈다고 생각하니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디서 그렇게 화수분같은 이야기가 쏟아지는 걸까 궁금했는데 책의 뒷부분 해설을 읽어보니 아주 오랫동안 습작을 했고 상상을 키워왔고 많은 작가들의 작품을 읽어왔다니 그제야 이해가 된다.


<지구 속 여행>은 제목 그대로 주인공 일행이 지구 안으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서술자인 "나"는 뛰어난 지질학자 리덴브로크 교수의 조카이다. 어느날 갑자기 오래된 양피지를 가져 온 리덴브로크 교수는 그 속에서 약 300년 전 학자의 숨겨진 문자를 찾고 해석을 통해 그 학자가 지구의 중심을 찾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도 그 여행을 떠나기로 한다. 물론 자신의 조수이자 조카도 함께. "나" 악셀은 그건 말도 안 되는, 무모하고 위험한 여행이라며 말려보지만 학자로서의 열정을 지닌 삼촌을 말릴 수는 없다. 그렇게 악셀과 교수는 지구의 중심으로 향하는 여행을 시작하고 거기에 안내인으로 어떤 상황에서도 꿈쩍하지 않는 한스가 합류하며 이 일행은 지구의 중심으로 향하는 여행에 들어선다. 이들은 무사히 여행을 마치고 돌아올 수 있을까?


각각의 캐릭터가 무척 다르다. 때문에 각각의 사건을 맞딱뜨렸을 때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무척 흥미로웠다. 거기에 쥘 베른이 마치 지질학자에 천문학자이면서 역사학자, 지리학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그 여행의 묘사가 세세하고 세밀해서 놀랍기만 했다. 어릴 적 여행을 위해 몰래 배에 숨어들었다가 들킨 후 절대로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로 했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는데 정말로 상상만으로 이런 것들을 알았다고 하기엔 작가의 위대한 노력이 정말 감탄스럽기만 하다. 지구 속 여행이라니, 어찌 보면 이 책은 황당무계한 판타지 같지만 이 세밀한 묘사로 인해 SF가 되고 마치 정말 그런 모습일 것 같은 상상을 따라가게 된다. 그것이 바로 쥘 베른의 능력이 아닐지.


사실 아이를 따라 쥘 베른의 작품은 편집본으로만 읽었다. <해저 2만리>를 시도하겠다고 구입해 놓고 아직 읽지 못해서 쥘 베른의 완역본은 이번이 처음인 것 같다. 400페이지가 넘는 긴 책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과학적인 전문 지식이 난무함에도 불구하고 페이지가 휙휙 넘어갈 정도로 재미있게 읽었는데 과학적 정보를 읽으면서는 중,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지식을 되살리기도 하고 지구 안의 새로운 세상을 묘사할 때는 그 무한한 상상력에 함께 상상해 보는 거다. 다소 찌질하고 너무나 현실적이었던 서술자 악셀이 점점 학문자로서 깨달아가고 열정을 쏟아부으며 성정하는 모습은 이야기를 읽는 재미의 덤이 된다.


"왜? 지각 속에 바다가 존재하면 안 될 물리적 이유라도 있나?"...267p


어쩌면 쥘 베른의 상상력은 여기서부터 시작된 것은 아닐런지. 어서 다른 완역본에도 도전해봐야겠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지구속여행 #쥘베른 #열림원 #경이의여행 #쥘베른베스트컬렉션 #도전도서 #무한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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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작하는 일리아스 - 호메로스가 들려주는 신과 인간의 전쟁이야기 지금 시작하는 신화
양승욱 지음 / 탐나는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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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는 고대 그리스의 국민적 서사시로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사시이기도 하다. 문학 작품은 그 시대를 표현하기도 하지만 거꾸로 문학, 교육, 사고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어마어마한 명성을 갖고 있다 보니 꼭 읽어봐야겠다~라는 다짐과 함께 어려워서 어떻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함께 했던 작품이다. 읽는 데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을지, 읽었지만 하나도 이해가 안 되면 어쩌나~하는 망설임도 한 몫 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완벽하게 꿰고 있는 것도 아니어서 더 망설였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에게 전해 내려오는 이런 문학 작품은 꼭 읽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신념이기에 도전해 보았다.


사실 <일리아스>가 신화인지 역사인지 많은 논란이 오갔던 "트로이 전쟁"에 대한 이야기라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름 그 어디에도 트로이 전쟁이 없는데...ㅎㅎ 도시 트로이의 별명 일리오스에서 유래하였으며 일리오스 이야기라는 뜻이라고 한다.


트로이 전쟁에 대해서는 대강의 내용만 알고 있었다. 언젠가 좋아하는 배우의 주연인 영화도 본 적 있고 아주 짧게 압축한 이야기로도 일기는 했다. 하지만 막상 <일리아스>를 읽기 시작하니 내가 아는 이야기들과 많이 다르다. 우선 <일리아스>는 트로이 전쟁의 전 기간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않는다. 앞부분 전쟁의 시작은 조금 설명하고 있지만 시간은 훌쩍 뛰어 예언으로 그리스군이 이긴다는 그 9년째 이야기로 확대된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등하던 전쟁의 양상이 아가멤논과 아킬레우스의 반목으로 아킬레우스가 그리스 군에서 빠지면서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신들이 이 전쟁에 개입하고 이 신들조차 인간들만큼이나 자신들만의 자존심이나 욕심으로 전쟁에 뛰어들어 좌지우지한다. 그런 사실적인 감정의 민낯이 가감없이 드러나는 점이 이 작품을 재미있게 만드는 점인 것 같다. 처음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에게서 돌아서는 장면은 정말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이들이 전쟁에 임하는 정신 등은 그야말로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런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들이 B.C 900년의 이야기라니 그저 놀랍기만 하다.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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