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의 날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4
카롤린 라마르슈 지음, 용경식 옮김 / 열림원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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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림원의 프랑스 여성작가 소설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고 있다. 여성작가라는 공통점으로 소설 속의 세심함, 날 선 감정이나 민낯의 내면을 아주 세세한 표현으로 나타내고 있는데 프랑스라는 공통된 공간이 주는 감성이 더해진다. 물론 이 소설들이 비슷하다는 뜻은 아니다. 각각의 소설은 그들의 시대에서, 그들의 경험에서 그들의 가치관에 따라 전혀 다른 소설이지만 이렇게 시리즈를 묶어 읽는 즐거움은 어느새 공통점을 찾게 되는 것이다.


<개의 날>은 그야말로 독톡한 소설이다. 처음 책 소개를 보았을 때에는 개 한 마리의 출현으로 일어난 사건인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전혀, 너무 다른 소설이다. 처음엔 이게 뭔가~ 싶다가 중간엔 깜짝 놀랐다가 소설의 이 독특한 구성으로 인해 감탄하게 된다.


어느날, 고속도로를 개 한 마리가 달리고 있다. 이 장면을 가장 먼저 발견한 이는 트럭 운전수이다. 그는 내려서 이 개를 구해보고자 고속도로를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차들을 수신호로 멈추거나 천천히 지나가도록 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그 개를 보도록 한다. 하지만 곧 이 트럭 운전수의 이야기는 다른 이야기로 뻗어나간다. 그날 만난 기자의 이야기로, 자신의 과거 이야기로, 자신이 꿈꾸던 인생 이야기로... 두서없이 흐르는 이 생각들을 읽고(혹은 듣고) 우리는 그의 인생을, 그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사람인지를 추측해야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다른 이에게 넘어간다.


장편소설인 줄 알고 읽어 내려가다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다른 장인 줄 알았던 이야기는 느닷없이 다른 서술자에 의해 다른 인생 이야기로 내달리기 때문이다. 그렇게 6명의 이야기가 차례대로 흘러나오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바로, 그 고속도로에서 그 개를 바라보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이 소설은 단편을 이어놓은 연작소설이라 할 수 있겠다.


"개를 보는 순간, 나는 그것을 알았다. 옛날에 누군가 나를 버렸다. 이후, 나는 세상 모든 사람을 버린다."...79p


이 문장이 이 한 권의 소설을 관통하는 문장이 아닐까 싶다. 이들 모두 버림받았다고 생각되는 개를 구하기 위해 고속도로 위에 멈췄지만 곧 그 개를 통해 자신의 버림받음 혹은 버림으로 생각이 이어지며 자신의 인생을 반추하는 것이다.


사실 이 문장들을 쫓아가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마치 누군가의 머릿속 생각을 이 자리에서 쫓아가듯 쏟아지는 생각들은 이리저리 방황하기도 하고 허구이기도 진실이기도 해서 어느 것이 진짜인지 알 수가 없었기 때문이지만 그것이 진실로 누군가의 생각이라면 그 모두가 그 자신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시간이 흐른 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 이 후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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