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코끼리의 등>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니나 슈미트 지음, 서유리 옮김 / 레드박스 / 2010년 4월
평점 :
절판


남자분들이 이 책을 읽을 리도 없지만 만약 읽는다고 해도 그녀를 이해하기란 하늘의 별따기가 아닐까...생각해봤다. 게다가 사랑스럽다니... 아무리 본능적 욕구가 강렬하다 하여도 집까지 갈 용기가 없어 청소함의 양동이에 오줌을 누고 떡실신이 될 정도까지 술을 마신 후에 바로 그 양동이에 오바이트 하는 여자라면, "뭐, 이런 여자가 다있어?"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지 않을까? 그런데 난 이런 그녀가... 왜 그렇게도 사랑스럽고 귀여운 건지~.ㅋㅋㅋ

충분히 엽기적이라고 불릴만한 그녀는 34살의 노처녀. 현재 2년째 사귄 남자친구와 동거 중이다. 처음에 불타올랐던 아름답고 현란한 사랑의 불빛은 점점 사그라들고 이제는 사랑의 메세지 대신 필요 물품 사오라는 문자로 바뀐 것에 한숨을 쉬는... 아주 평범한 우리의 모습이다.

"우리 관계는 앞으로 계속 이런 식으로 흘러갈까? 이러다 얼마 후에는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고 무시하며 사는 건 아닐까? 다른 사람을 찾기 귀찮으니 그냥 그렇게, 어쩔 수 없이 함께 살게 되는 건 아닐까? 아니면 너무 늙고 못생겨서 다른 사람을 찾을 가망이 없어 그냥 살거나?"...31p

어느정도 연애나 결혼 생활이 안정되고 나면 그 편안함이 주는 일상이 때로는 관계의 단절로 생각되기도 할 때가 있다. '이대로 괜찮을까?'라는 불안. 결혼 생활 중이라면 그 자체로서 위안을 받을 수도 있겠으나 연애 기간 중이라면 이보다 더한 불안은 없을 것이다. 게다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전 여자친구가 이웃으로 이사를 온다. 더할 수 없는 불안감. 그녀는 이 불안감에서 비롯된 그들의 관계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된다. '과연 그와 결혼까지 할 수 있을까? 우리가 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 루카스가 나를 떠나버리면 어떡하나...'

안토니아의 생각들은 적나라하다. 우리가 연애를 하며 느끼는 그 모든 생각(거의 대부분이 불안감)들을 그녀는 엄청난 실수를 해대며 직접 몸으로 부딪힌다. 내 남자친구를 지키기 위해. 아직은 너무나 사랑하는 그를 내 곁에 붙잡아두기 위해. 하지만 여자로서의 마지막 자존심까지는 버리고 싶지 않은 그녀의 솔직한 행동들이 아마도 내겐 그렇게나 귀엽게 보이는 것이리라. 

"루카스와 내가 다시 만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좋아하는 멜로드라마에서는 모두 껴안고 해피엔드인데, 현실은 그게 아닐까 봐 두렵다. 우리의 관계를 회복하려면 정말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325p

현실이란 그런 것이 아니었던가. 한 사람의 노력만으로는 관계를 이어갈 수 없는 것. 또 "사랑"이라는 이름만으로도 행복할 수만은 없는 것.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는만큼 조금씩 희생하고 배려하며 노력하는만큼 그 관계는 깊어지고 오래 지속될 것이다. 

독일 소설이 원래 이렇게 재미있는 것이었던가. 읽는 동안 군데군데 나오는 안토니아의 어이없는 행동에 피식~ 키킥..하고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으로서 느끼는 공통 감정에 공감하기 때문에 재미있었고, 다른 문화권이 주는 야릇한 "다름"으로 인해 재미는 배가되었다. 아주 오랫만에 읽는 로맨틱 코미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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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남자친구의 전 여자친구, 코끼리의 등>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코끼리의 등
아키모토 야스시 지음, 이선희 옮김 / 바움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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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몇 년 전... MBC 스페셜 <사랑>을 보면서 울고, 또 울었던 기억이 난다. 대부분이 암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몇몇은 방송 중에 세상을 떠났고, 몇몇은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그들 곁에는 그들을 사랑하는 배우자 혹은 부모님 혹은 아이들이 있었다. 떠나는 자와 떠나보내야 하는 자. 

그리고 다시 몇 년 후. 바로 2010년 5월 초에 <5년간의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그 후의 이야기가 방송되었다. 그 중... 내가 가장 안타깝게 생각했던 사연은... 홀로 남은 정창원씨의 사연이었다. 자신의 아픔을 모두 감싸주던 유일한 이의 죽음 뒤에... 그래도 그녀를 추억하며 굳건하게 살아갈 것 같았던 그는.. 몇 년만에 거의 폐인이 되어 있었다. 산 사람은 살게 마련이라고 하던데... 무엇이 그를 그렇게까지 망가지게 만들었을까. 

내가 만약 암 선고를 받고 남은 기간은 6개월 뿐...이라는 말을 들었다면,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 

선택의 길은 여러가지가 있다. 6개월이라고 했다 하더라도 삶의 끈을 놓지않고 마지막 순간까지 투병하는 것. 아니면 남은 이들과의 이별을 위해 하나씩 자신의 주변을 정리하는 것. 그것도 아니라면 죽기 전에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고 마음의 짐을 덜어내거나 남겨진 이들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거나.

<<코끼리의 등>>은 암 선고를 받고 6개월 남은 시간동안 진정한 자신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한 평범한 샐러리맨 가장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는 평범한가. 그가 마지막 6개월을 살아가는 동안 내가 느낀 것은 전혀 평범한 샐러리맨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도대체 평범한 샐러리맨이 어떻게 부인 외의 다른 애인이 있고, 25년 전의 딱 한 번의 실수로 태어난 딸이 있겠는가. 앞만 보고 일만 열심히 하며 달려온 그에게 6개월은 그동안 자신의 안에 묻어두고 살았던 과거의 감정들에 충실해지는 시간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들이 내게는 왜 이기적으로만 보이는지...

"인간은 죽기 직전에 자신의 인생을 주마등처럼 되돌아본다고 한다. 아니, 주마등이 아니라 더 느긋하게 되돌아보자. 남은 6개월을 아낌없이 투자해서 내 인생에 관련된 사람을 만나고,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이별을 고하자. 그것이 남은 6개월을 후회 없이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49p

"죽음"이라는 것이 그를 이기적으로 만들었을까. 이제 더이상의 삶은 없으니 이정도쯤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사실 나 자신이 죽음을 앞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다. 실제로 누군가 죽음을 앞두고 있으니 자신을 용서해달라고 하면... 당연히 용서해주고 싶지 않겠는가 말이다. 

"코끼리는 자신의 죽음을 알아차렸을 때, 무리를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간다고 한다. 자신의 죽는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아니면 세상의 미련을 끊고 싶기 때문일까? 하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고독의 소용돌이 속에서 혼자 모습을 감출 수는 없다. 나는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웅을 받고 싶다. 그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다고 박수를 받고 싶다...."...384p

떠나는 자와 떠나보내는 자와의 관계를 아주 잘 그려냈다고 생각한다. 어떤 이별이 가장 옳은 것인지는 모르겠다. 서로가 서로에게 미련이 남지 않아야겠지.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고 떠나는 입장에서 어떻게 미련이 남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남는 자들은 남는 자들의 몫으로 열심히~, 꿋꿋하게 살아주었으면 좋겠다. 또 내가 남는 자라면 그렇게 열심히 살아내겠다. 그것이 서로가 서로에게 주는 사랑에 대한 보답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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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교
박범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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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독 관능이나 욕망 같은 것들을 다룬 소설들이 불편하다. 대개는 옳지 않은 관계들을 그리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고리타분할 정도로 융통성 없는 나는 언제나 사람은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목사가 어린 소녀를 스토커처럼 사랑하거나(내가 읽었던 가장 끔찍한 소설이었다.) 나이 든 사람이 어린 소녀들을 유린하는, 그런 내용을 접하면 온 몸에 소름이 돋는다. 나 또한 어린 소녀 시절을 거쳐왔고 내 아이 또한 어린 소녀 시절을 거쳐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17살 소녀를 욕망하다"라는 <<은교>>의 홍보성 카피는, 그 작가가 아무리 박범신이라 하더라도 이 소설을 읽고 싶지 않게 만드는 충분한 이유가 되었다. 그래도 이 소설을 집어들었던 이유는... 친구의 말 한 마디 때문이었다. "그게 다가 아니야~!" 라는 말.

"한은교를 사랑했다는 것과 서지우를 죽였다는 이적요 시인의 고백은, 관능적이다, 라는 마지막 문장과 강력하게 맺어져 있다고 느꼈다."...19p

그랬다. 그것이 다가 아니었다. 소설은 70세의 이적요 시인이 죽고 일년 후, 그의 유언에 따라 변호사가 시인이 남긴 노트를 읽으며 시작된다. 그 노트에는 어떤 내용들이 담겨 있을까. "곧은 정신, 높은 품격, 고요한 카리스마 등으로 둘러 싸인, 대중들이 품은 시인 이적요에 대한 일반적 이미지"(...69p)를 모두 깨뜨릴 수 있는... 진짜 시인 이적요가 담겨 있다. 사실 그가 문학계를 어떻게 유린해 왔는지, 제자 서지우가 베스트셀러의 작가가 된 배경, 어린 소녀 한은교를 사랑하게 된 계기 등. 그리고 시인이 죽기 6개월 전 교통사고 사망한 서지우의 일기가 소녀 한은교를 통해 변호사에게 전해진다. 

스승과 제자가 한 소녀를 놓고 사랑 싸움을 벌이는 듯한 인상을 주던 이 소설은, 사실... 스승과 제자 사이에 놓인 애증의 관계를 표현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두 사람의 표면적 평화가(사실은 서로가 서로를 보살필만큼 절실한 애정을 바탕으로 하였으나...) 은교의 등장으로 인하여 어떻게 금이 가고 어떻게 서로를 불신할 수밖에 없었는지. 은교를 사이에 둔 이 두 사람의 내적 갈등은 그야말로 처절할 정도이다. 놀라웠다. 이토록 사람의 마음을 철저하게 파헤칠 수도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심리는 모든 것이 까발려져 함께 파멸에 이르는 순간을 원하면서도, 동시에 그것을 끔찍이 두려워했다는 점이었고, 그 이중성은 우리 사이에 치명적인 요소가 됐다. "...148p

그것이 다인가. 그렇지 않다. 이적요 시인이 은교에게 느낀 그 감정은, 바로 사랑 그대로이다. 

"나는 어느 한때 그애를 욕망으로 보았고, 또 한때 그애를 덧없이 흘러간 내 청춘의 마지막 보상으로 보았다."...235p
"그것은 고요한 욕망이었다. 한없이 빼앗아 내 것으로 소유하고 싶은 욕망이 아니라 내 것을 해체해 오로지 주고 싶은 욕망이었다. 아니 욕망이 아니라 사랑, 이라고 나는 처음으로 느꼈다. 비로소, 욕망이 사랑을 언제나 이기는 건 아니라는 확고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았다."...311p

이 세 사람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또, 어떻게 이해하지 않을 수 있을까. 누군가를 너무나 사랑해서 죽여서라도 그의 명예나 자존심을 지켜주고싶은 그 관계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그렇게 두 사람이 죽고 소녀만이 남았다. 소녀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인간의 욕망과 그 끝없는 갈증을... 끝까지 본 듯하다. 그러고나니 왠지 사람의 삶이라는 것을, 늙어감을 이해할 수 있을 것만 같다. 

한동안 내가 너무나 좋아하여 지금도 핸드폰 벨소리로 지정해놓은 노래를, 소설 속에서 마주쳤다. 아! .... 누군가에게 전화가 올 때마다 이적요 시인이 받았을 젊음에 대한 상처가 생각날 것 같다. 나 또한 매일매일 늙어가고 있음을 기억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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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1인용 식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1인용 식탁
윤고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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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혹은 자주 혼자일 때가 더욱 편하고 좋다고 느낀다. 사람들과 부대껴가며 이루어지는 관계가, 내게는 쉽지가 않다. 내가 "나"로 존재할 수가 없는 것 같아서... 자꾸만 새로운, 남들이 원하는 옷에 끼워맞춰 입으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싫어져서 차라리 혼자였으면 싶다. 적당히 어울리고, 적당히 맞춰주고, 적당히 주목받기엔 나는 너무 융통성이 없나보다. 그래서 내겐 "현실"을 잊게 해주는, 나 혼자만 몰입할 수 있는 "꺼리"들이 있다. 책이 있고, 블로그가 있다. 때로는 현실에 대한 도피가 되고 때로는 나의 독창적이며 창의성이 넘치는 상상의 세계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도 한다. 

<<1인용 식탁>>은 그렇게 묘한 구석에서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사회 부적응자처럼도 보일 수 있는 윤고은의 단편 모음집(<무중력 증후군>을 재미있게 읽었기에 단편을 싫어하는 나로서도 약간의 기대감이 있었다.)의 주인공들은 어떤 면에서든 조금씩 나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현실과 상상 사이. 그들은 왕따의 외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혼자서도 식사할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학원에 등록하기도 하고 - <1인용 식탁> -  백수에 대한 중압감이 빈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 <달콤한 휴가> - 후회되는 과거를 떠올리며 현재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 <타임캡슐 1994> 하지만 현실에서 상상으로 확장되었다 하더라도 상상이 끝나면 다시 현실이 남는 것을. 

"이제는 정말 세상으로 나가 혼자만의 식사와 마주쳐야 한다는 것. 바로 그것이 공포의 대상이었다. 그들에게, 아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수료증이 아니라 현실을 유예할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43p <1인용 식탁>
"박현몽은 꿈 대신 거짓말을 준비했다. 언제부터인가 박현몽에게 꿈은 거짓말과 같은 말이었다."...156p <박현몽 꿈 철학관>
"아이슬란드는 모든 경쟁과 소음을 초월한 곳이었지만, 그 환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쟁과 소음이 필요했다. 수면 위의 우아함은 물 아래 숨겨진 억척스러운 갈퀴질 덕분에 가능한 것이었다."...262p <아이슬란드>

작가의 상상력은 때론 비수와 같고, 때론 섬뜻하며 때론 깜찍하다. 윤고은 작가의 단편은 장편을 위한 실험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양한 주제, 다양한 시도, 다양한 결말까지. 지금 바로 이 시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어딘가에 꼭 있을 법한 주인공들과 그들의 현실을 넘어 마음껏 확장되는 이 상상의 세계들은 친숙하면서 동시에 현실적이다. 

어차피 현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우리가 조금씩 상상의 세계를 원하는 것은,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자양분을 얻기 위함일테다. 너무 멀리만 가지 않는다면.... 오늘도, 내일도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 난 오늘도 "상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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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1인용 식탁>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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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이란, 일정한 한도나 범위에 들지 않는 나머지 다른 부분이나 일을 뜻하는 밖의 의미와 같다. 우리는 "안"에 익숙하다. 안 쪽에 더욱 관심을 갖고, 우리만의 것을 "안"으로 인식한다. 그렇게 바깥에 있는 것들은 우리의 관심 밖으로 점점 밀려나기도 한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는 그 바깥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고 선호했던 것이 아닌, 무의식적으로 배타적으로 대하고 등한시했을 수도 있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 점점 1등만을 중요시하는 이 사회에서 2등도, 3등도 아닌... 저 아래의 것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신선했을까. 미처 관심가져주지 못했던 것에 미안해하며 하지만 새로운 이야기가 나를 자극했다. 많은 사람들이 "위"만을 쳐다보지만, 나 역시 "아래"에 있는 사람이기에.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의 이야기나 연극배우 택배기사 임학순씨의 이야기, 절판되는 책 등의 이야기는... 너무나 감동적이다. 

"영화와 드라마들이 즐겨 그려온바, 늙은 챔프의 혼신의 불꽃 투혼 같은 것.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 마사에서 저 마사로 옮겨질 때마다 근성을 자극하던 묘한 열패감..., 온 존재의 무게를 실어 '나 아직 안 죽었다'고 외치는 마지막 포효 같은 것이었을지 모른다."...51p

그들, 혹은 그것들은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바닥을 받쳐주던 수많은 애벌레들을 생각나게도 하지만 이 진솔한 인터뷰들을 통해서 내가 느끼는 것은, "열정"이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자신들만의 길을 꿋꿋하게 걸을 수 있는 "용기"와 "의지"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주류가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바깥"으로 분류될 수 있는 그들이지만 바로 그렇기에, 우리에게 꼭 필요한 존재들이 아닐까. 그래서 그들에게 위안을 얻는다. 아직 이런 이들이 있기에 세상은 살 만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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