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백동수 - 조선 최고의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6월
품절


최근에는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 방안의 브라운관을 통해, 글로만 존재했던 이야기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과정은, 원작을 읽은 이들에게는 글로 표현된 작품들을 어떻게 새로이 만들어냈는가를 비교하며 즐기는 즐거움을, 원작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스크린과 화면속의 이야기가 글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를 궁금해하게 되는 호기심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작품을 다시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글로 이미 한번 드러난 구성과 흥미로움을 재창조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게 하기도 한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바로 이런 작품 중 하나이다. 원작이 있고, 원작을 바탕으로 현재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에 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 책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 나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가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책을 알게 되고 나서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물론, 그 이유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 속에 내가 좋아라하는 유승호가 나오기 때문이기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난 후였다. 몇회의 드라마가 진행된 후 드디어 만나게 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 아직 아역들의 연기가 진행중에 있는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읽게 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책을 펴기도 전에 이미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책 속에서 상상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책으로 만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내가 생각하던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와는 너무도 달랐다. 어느 정도는 드라마 속에서 그리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책으로 그려진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드라마 백동수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마져 들게했달까? 아역으로 시작된 드라마와는 다르게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이미 백동수가 성인이 되고 조선 최고의 무사로서 이름을 날리는 상황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조선 최고의 검술을 지닌 자, 그 명성이 이미 왜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그와 무예를 겨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 많은 검객들이 그를 찾고, 그를 둘러싼 조선의 여러 인물들이 얽힌 역사적 사건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어린 소년이 성장하며 조선 최고의 무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게 될 드라마와는 사뭇 달랐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안에서 백동수는 뛰어난 검술을 가진 최고의 검객이자, 남성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또, 그 뛰어난 검술과 매력으로 인해 수 없이 많은 여인과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권력을 움켜쥐고자 하는 당대의 권력가들이 만들어내는 정쟁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사건에 휘말린다. 역사적으로도 가장 많은 사연과 굴곡으로 얼룩져있는 영,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어쩌면 최고의 무사가 정치권의 정중앙으로 불려 들어가 역사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정치적 역사적인 사건의 정중앙에서 무사 백동수가 보는 정치적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기 보다는 조선 최고의 무사로서 살아가는 한명의 남자이자, 인간인 백동수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이자, 세상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남자로서 한 여인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마음으로 자신이 지켜야 했던 주군을 외면하기도 하는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 가정을 이루고 소박한 행복속에서 만족하며 세상을 등지는 그의 모습들은, 그래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아닌 인간 백동수의 모습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분명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한다. 드라마가 아직은 젊고 풋풋한 청년들의 성장을 그려낼 예정이라면, 소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이미 세상속에 들어가 이름을 알리고 자신을 세운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미 자신을 세운 백동수가 세상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건들과 그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드라마 이후의 모습을 그리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또,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살았던 그 때의 세상이 어떠했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논하는 것에 능한 작가의 역량이 더해져, 소설 그 자체만을 즐기기 보다는, 백동수라는 인물을 매개로 한 당시의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의미가 더욱 큰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백동수라는 인물 하나만으로 당시의 세상을 논하기에는 영,정조시대에 몰아쳤던 변화와 개혁, 정쟁의 풍파가 너무도 컸다는 점이랄까? 한 권의 소설 속에 담아내기엔 너무도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백동수를 만나며, 살짝 그 시대의 모습을 엿보는 것으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의 의미를 정리해볼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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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7월
구판절판


책을 읽기 전에 한 TV프로그램을 통해 작가의 모습을 먼저 보았다. 이미 평단에서는 인정을 받는, 그러나 그러기에는 한 없이 젊어보이는 김영하라는 이 작가는 실제로도 그의 모습만큼이나 젊은 감성이 살아 숨쉬는 이야기들로 문단의 호평은 물론 독자들의 사랑까지 받는 작가임과 동시에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 안에 갇혀있지 않고 많은 언어권의 나라에서 자신의 작품을 알린 이름만으로도 기대를 모으게 하는 젊은 작가의 새로운 글들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바로 그런 작가의 단편집이었다.

자신의 미출간 단편들을 엮어 만들었다는 한 권의 책을 들고, 책에 대한 이야기들을 짧게 나누는 그 젊은 작가는 지금, 이곳에서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를 끝없이 살피고 관찰중이라고 했다. 기억이 어렴풋한 과거나, 아직 닥치지 않는 미래, 혹은 영원히 알 수 없을 이상을 꿈꾸고 그리기 보다, 내가 지금 살고 있는 바로 지금이라는 현재, 그리고 지금이라는 순간을 끝없이 관찰하고 있는 중이라는 작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라는 뭔가 흐릿한 여운을 남기는 이름을 가진 이 책은 바로 그런 작가가 언젠가 적어내려갔던 바로 그 순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 않을까? 책장을 펴들기 전, 작가의 눈으로 본 이곳과 현재는 과연 어떤 모습일지 못 내 궁금했던 것 같다.

그리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속에는 그 제목 그대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알 지 못하는, 혹은 알려고 하지 않는 지금과 이곳의 모습들이 나의 상상과는 다르게, 혹은 비슷하게, 또는 같게 펼쳐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총 13편의 이야기들이 담겨져 있다. 누구나 한번쯤은 일상에서 겪었을 법한, 혹은 앞으로 겪을 수도 있을 것 같은 상황들 안에 이어지는 이 이야기들은, 지극히 단조롭고 평범해보이지만, 그래서 더욱 위태롭고 아슬아슬한 흔들림을 느끼게 한다. 늘 같은 일상이 이어지지만, 인생을 뒤흔들만한 거대한 사건들이 그 일상속에 은밀히 숨어있다가 아주 작은 틈을 타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내는 것처럼, 평온하기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는 우리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해야할까?

마치 어제 내가 겪었던 일처럼, 혹은 어느 휴가지에서 겪었던 일인것처럼 어렴풋한 기억과 함께 읽혀지는 이야기는 그래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낸 상상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나의 이야기. 그리고, 바로 지금, 오늘 내 옆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처럼 낯익었고, 동시에 낯설은 묘한 느낌을 선사하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에는 그래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그 내막과 진실을 알 수 없는 지극히 현실적이면서 동시에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나의 현실이 담고 있을지 모르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 모르는 나만의 진실과 의미를 곱씹게 하는 13편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했다.



결코 행복하지 못한 가족사에 묶여, 돈이라는 피할 수 없는 문제에 얽혀 하루하루를 억지로 끌려가며 살아가는 여인에게 어느날 나타난 남자. 너무도 순수한 눈으로 자신은 로봇이라며 다가오는 비현실적인 사람에게 한 순간 끌리게 되는 여인은 로봇이라 말하는 비현실에 의지해 현실 속의 자신이 가진 억압과 분노를 풀어낸다.

이미 오랜 시간 전에 끝났던 한 남자와 한 여자는, 여자가 다른 남자와의 결혼을 앞둔 어느 날, 어느 드라마나 영화, 소설 속에서 등장하는 것처럼 마지막 밀회를 하게 되지만, 환상속에서 그려왔던 아름다운 추억을 남기는 것이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비현실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그리고 그로 인해 생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사고로 끝을 맺기도 한다.

어느날 갑자기 하늘이 내린 선물처럼 자신에게 내려진 아름다운 목소리는, 그 목소리가 왔던 그 때처럼 순식간에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기도 하고,

우연한 사고로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자는 자신의 아내를 아내의 모습을 한 다른 존재로 의심하고, 아내는 친밀함을 잃어버린 남편의 친밀함을 채우기 위해 이미 오랜 시간 전에 헤어졌던 옛 연인과 일년에 한번 단지 사람과의 관계를 위해 외도를 하기도 한다.

자신이 한때 짝사랑했던 남자를 가로챘던 여인의 존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한 여성은, 자신을 위해 그 여인의 진짜를 보려 하지 않고 끝까지 외면하며 왜곡된 모습으로 그녀를 남겨두는 쪽을 선택하기도 하며,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에서 작은 행복을 느끼던 부부는, 3000원의 행복을 주었던 아이스크림에서 제품하자를 발견하지만, 3000원짜리 아이스크림이 주는 3000원 이상의 행복을 빼앗아간것에 분노하는 대신 3000원이 넘는 초콜릿으로 만족하는 지극히 단순한 계산에 익숙해진 우리의 모습을 보여준다.

타락한 경찰은 경찰으로서의 본분보다 개인적인 감정에 치우쳐 스스로 그 끝이 어딘지 빤히 보이는 끝을 향해 끝없이 걸어들어가고,

참혹한 가족의 기억을 가진 20대의 여인은 가족의 아픔 속에서 걸어나오기 위해 수 없는 오류와 실수를 범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참담한 기억의 한 덩어리로 기억되어가고, 그녀 자신도 과거와 현실 사이에 위태로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아슬아슬한 하루하루를 그저 이어가고 있다.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때로는 황당하고도 당황스러운 이야기들을, 때로는 환상적이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진짜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다양한 이야기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무도>안에서 매일매일 우리가 겪고 있거나 혹은 겪을지도 모르는 다양한 일화들에서 현실과 비현실, 과거와 현재, 일상과 특별함을 구분없이 섞어 놓은, 그래서 어쩌면 더욱 현실적이고도 더욱 환상적인 우리네 일상에 근접한 이야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평온하고 안정되어 보이지만 언제고 무너질지도 모르는 그 위태로움을, 그래서 사람들은 불안한 마음으로 지키고자 애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고 말이다. 지루하고 단조로운 이 일상조차 그렇게 혼신의 노력속에 지켜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너무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하루하루였기에 그 위태로움과 위기까지도 의식하지 못하고 지나가는 무덤덤하고 건조한 일상. 그 속에 숨어있던 팽팽한 위기의 순간들에 대해, 그리고 혼신의 힘을 기울여 지켜내었던 평온의 순간들에 대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는 때로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때로는 현실과 환상이 뒤섞이며, 때로는 환상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 의미를 곱씹을 기회를 주는 듯 했다.

젊고 도시적인 감성 시대의 보편적인 고통을 함께 하고 생각하는 젊은 작가로서의 모습으로 언제나 기억되고 있는 작가 김영하.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지만, 나에게 일어났을 때에만 비로소 그 의미를 곱씹게 되는 일상의 수 많은 일들을 담은 이 한권의 책을 통해 일상과 지금, 그리고 바로 내가 살고 있는 이곳이라는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할 수 있었다면, 그렇게 잠시 서서 곱씹어볼 여유와 의미에 대해 책속의 한 토막을 통해 생각해보았다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몰랐던 나와 누군가의 일상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 모를 수 없는 조금 더 가치 있는 순간으로 변화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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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서왕, 여기 잠들다
필립 리브 지음, 오정아 옮김 / 부키 / 2010년 8월
절판


세상에는 수 없이 많은 전설들이 존재한다. 때로는 나라를 건국한 건국신화이기도 하고, 때로는 현실과 그 이상을 관여하는 신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한 전설들. 사실인지 확인되지 않았고, 사실인지 아닌지가 그다지 중요하지도 않을만큼 오랜시간동안 흘러흘러 여러형태와 갈래로 갈라져 나날히 그 내용이 풍부해져만 가는 이 전설들은 이제 사람들에게 그 이야기의 진위여부가 아니라, 그 이야기 속에 담겨진 의미와 숨겨진 상징들로 가치를 더하며 전설 그 자체로 존재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아서왕에 대해 얽혀져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들 역시 이런 전설 속의 하나로 존재하고 있다. 칼리번이라는 칼로 그 위치를 확인받고 오랜 시간 뛰어난 용맹과 위엄으로 자신의 위치를 확고히 했다고 전해지는 아서왕 이야기.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는 바로 이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에 하나의 줄기를 더하고 있다.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는 그러나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었던 특별하고 뛰어난 그래서 영원토록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내려온 위대한 이야기에 하나를 더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이런 그에 대한 여러 전설들에서는 찾아볼 수 없었떤 아서왕의 새로운 모습들을 상상하는 것으로 시작하는 살짝은 비틀린 아서왕의 모습을 그려내는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우리가 수 없이 들어야 했던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 속에서 수 없이 만났던 위대하고 뛰어난 전형적인 영웅의 모습이 아니라, 탐욕스럽고 거칠며, 자신의 욕망을 위해 조금은 모질고 무심했던 지극히 인간적이었던 입체적인 모습의 아서는, 그래서 생소하지만 오히려 더욱 설득력을 가지는 새로운 모습으로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안에서 재탄생한다.



어느 날 우연한 기회로 아서의 군에 합류하게 된 17세의 소녀, 소녀는 군이 아닌 마르윈이라는 유랑시인과 함께 하게 되고, 마르윈의 곁에서 소녀가 아닌 소년으로 지내며 아서가 위대한 지도자가 되는 과정을 지켜보게 된다.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위대한 인물로 묘사되는 인물이 아닌, 그 부풀려진 이야기 속에 숨겨진 진실과 인간 아서의 진짜 모습까지를 처음부터 끝까지 알게 되는 거의 유일한 인물로 그들 속에 남아 거짓과 진실, 전설과 실체라는 두가지 영역 모두를 지켜보는 인물로 살아가게 되는 것. 그리고 그러는 동안 그녀는 소녀에서 소년으로, 그리고 다시 소년에서 소녀로의 변신을 거듭하며 스승인 마르윈의 세치 입안에서 진실이 어떻게 전설의 허울을 쓰는지를 자신도 모르게 익혀나가게 되기도 한다.

어린 시절에는 그토록 위대해 보였던 스승이었지만 성장한 그녀에게는 자신의 편협한 시각과 인생을 위해 모든 사람들을 속이고 그 오만을 꺾지 않은 노인의 모습으로 변한 스승을 넘어, 진실을 살피고 자신의 인생까지도 이끌 수 있는 독립된 삶을 꿈꾸는 한명의 여인이 된 그위나.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는 아서의 모든 진실을 알고 있는 단 한명의 여인이 남긴 아서의 숨겨진 모습이라는 관점에서 풀어내는 아서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서왕 이야기처럼 오랜 시간을 흘러 남겨진 이야기들은, 그 진실이 무엇인지 사실 알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사람들도 그래서 그 이야기의 진실이 무엇인지 보다는 그 이야기가 담고 있는 시대의 희망과 꿈, 그리고 이상에 의미를 두며, 이야기의 주인공을 그 어떤 시대에도 끝나지 않았던 인간의 의지와 힘을 상징하는 인물처럼 생각하는 것일테도 말이다.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는 그래서 시간을 거슬러 많은 사람들이 찬양했던 인물에 흠집을 내기 위한 이야기가 아니다. 단지 너무도 전형적이고 위대하기만 했던 한 인물의 이야기에, 진실이라는 알 수 없는 비밀을 부여하고, 우리가 알고 있지 못한 새로운 모습을 가진 아서의 모습을 하나 더 추가한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는 인물의 새로운 모습. 그것이 비록 살짝 비틀린 모습이라도, 조금 더 인간적이고 조금 더 가까워진 인물이라면, 사람들은 아서왕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할테니 말이다.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의 작가 필립리브는 이미 모털엔진이라는 견인도시 시리즈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이다. 나 역시 이 견인 도시 시리즈를 이미 접했고, 새로운 그의 상상력과 창의력에 살짝 감동을 받았던 독자 중 한명. 때문에 <아서왕, 여기에 잠들다>의 살짝 비틀린 시선은 필립리브의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던 듯 하다. 새로운 시선의 아서왕 이야기. 필립리브의 상상력이 더해진 이 이야기는 재미있을 뿐 아니라, 환상적이며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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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움직이는 기술 - 카네기 인간관계론
데일 카네기 지음, 이경남 옮김 / 문장 / 2009년 9월
구판절판


사람을 일러 "사회적 동물"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여 설명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개인으로서 사회의 구성원이 되어야 하고, 사회를 떠나서는 그 존재가치를 제대로 발휘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기술은 아마도 그 사회 안에 잘 녹아들어 사회의 구성원을 넘어 한명의 개인으로서의 존재가치까지도 빛낼 수 있는 바로 그런 기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개인과 개인들을 리드하는 좀 더 빛나는 존재로서 발전하기 위한 기술. 그것이 바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 인간관계를 이끌어내는 기술일테고 말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을 통해 진정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자신의 가치를 올리고 그 이상의 것들을 이루어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인간관계에 대한 기술들에 대해 논하는 책이다. 어찌보면 간단하고 가장 기본적인 것 같은 인간관계에 대한 기술들. 하지만 그 간단한 기술들이 상대방을 움직이고, 나아가 자신의 가치를 올리는 기술이 된다는 비밀스러운 법을 담은 책.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어렵지 않고 간단하지만 오랜 그래서 더욱 중요한 인간관계에 대한 기술들을 담은 내용으로 오랜 시간 사람들에게 인간관계에 대한 고전으로 불리우기도 한 책이다.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에 담겨 있는 책들은 정말 어렵지 않은 것들이다. 우리가 한번쯤 사람들을 대하며 경험했던 것들. 그리고 느꼈던 내용들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펴보고 인간의 본성에 비추어 자신에게 더욱 좋은 호감과 신뢰를 돌아오게 하는 방법으로 진화시켜 얻게 하는 요령을 담은 내용이랄까?

하지만 간단하면서도 우리가 실생활에 있어서 바로 적용하지 못하는 것들. 혹은 사회적인 통념이나 교과서적인 가르침에 의해 옳다고 믿고 있었던 것들이지만 실제로는 그 역할을 하지 못하는 대인관계의 방법들을 꼬집고 정말 자신에게 좋은 결과로 돌아오는 실전용 대인관계 대처법이라고 하는 것이 조금 더 잘 어울릴 듯 하다.



그래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읽는 동안 "어..이건 내가 알고 있던 것과 다르네..","아~ 이래서 그때 내가 바라던 것과 다른 반응을 경험했던 것이구나"라는 깨달음을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들을 자주 만나게 되기도 한다.

인간관계이 고전이기 때문에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은 오히려 최근의 신간 서적들을 주로 읽는 나에게는 정작 읽을 기회가 없었던 책이기도 했다. 하지만 좋은 기회를 통해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를 만난 그 순간이 바로 나에게는 개인적으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의 요령들이 반드시 필요한 순간이었기에 무척 도움이 되었던 책이었던 것도 사실. 혹시나 누군가와 살짝 어긋남이 생겼거나 인간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추천한다. 고전은 고전이 된 이유가 있게 마련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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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령 카툰 - 보이지 않는 영과 혼의 세계를 찾아가는 카툰 라이프
오차원 지음 / 펜타그램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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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다 싶을만큼 뜨거워진 날씨, 그 더위를 잊기 위해 사람들은 휴가를 떠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에어컨을 켠다. 너무 더워 일까지 하다가는 머리에 과부하 걸릴 것 같은 이 날씨들에서 잠시의 고통을 잊기 위해 나름의 방법들을 동원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그렇게 꽤 다양한 형태를 띄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아주 잠시 하지만 임팩트 있게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공포. 그래서 여름에는 공포 영화도, 공포 소설도, 공포 드라마도 더욱 인기를 끌곤 한다. 귀신이나 살인마가 등장하고, 언제 공격을 감행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관객이나 독자, 혹은 시청자도 함께 느끼며 오싹한 소름돋는 공포로 더위를 날려 버리는 것. 어쩌면 가장 경제적이고 확실한 더위탈출 방법이 되어주지 않을까?

심령카툰은 최근 카툰이라는 영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웹툰으로 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야 네이버 웹툰이나 다음 웹툰 이외의 웹툰까지는 챙겨보지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했던 작품이지만 오마이뉴스라는 또 하나의 공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다는 이 작품. 뜨거운 열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질식일보직전의 상태까지 몰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정말 기대되는 작품이 아니랄 수 없었다.

공포영화나 공포 드라마의 잔혹한 장면은 거의 눈을 감아버리고, 공포소설은 생각만큼 오싹하지 않은 개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약간의 이미지와 완급을 스스로 조절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는 귀신나오는 카툰이라니, 이처럼 나에게 딱 맞는 장르가 또 있을까? 여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나는 심령카툰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손에 받자마자 펴들었다.

하지만 첫장을 펴들면서부터 내가 생각했던 심령카툰은 이 책의 원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들을 확인하게 되기 시작했다. 웹툰이나 카툰=만화라는 등식을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약간의 글들을 실은 삽화집에 가깝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글로 인물들의 대화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웹툰과는 다르게 글이 주를 이루고 그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삽화를 동원한 쪽에 훨씬 가까운 형태의 이야기가 바로 심령카툰이었다. 게다가 내용 역시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여름에 어울리는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심령현상에 취약했던 자신의 경험들을 이야기로 풀어놓는 것으로 시작해 점점 공포스러운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처음에는 개인적인 체험이 아니라 개인적인 체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화라 생각했다.) 그로서 점점 자신이 겪고 있는 심령현상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런 의문들을 막연한 공포가 아닌 조금 더 체계적인 학문적 관심으로 이끌가는 이야기. 바로 그것이 심령카툰의 주요 내용이었다.


심령카툰은 그래서 뒤로가면 갈수록 심령현상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와 학술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귀신이나 사후세계, 가위눌림등의 미스테리한 현상들을 공포 대신 먼저 연구를 해왔던 이들의 전문적 지식들을 동원해 설명하고 이해함으로서 공포가 아닌 생각하고 이해해야할 사항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이랄까? 그래서 심령카툰은 다분히 신비주의 적이고 다소 난해하며 때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독자를 설득하는데 많은 공을 쏟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때로는 읽는 이에게 반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출판사의 이름이 펜타그램(너스를 상징하는 종교적 상징으로 기독교 이전 신앙의 징이기도 하다.)인 것도 한 몫을 한다면 아마도 그럴터. 심령카툰은 신이나 심령현상들에 대해 막연한 공포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은 매력이 될 수 있겠지만, 순수한 공포덕으로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릴 것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서운한 내용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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