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령 카툰 - 보이지 않는 영과 혼의 세계를 찾아가는 카툰 라이프
오차원 지음 / 펜타그램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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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다 싶을만큼 뜨거워진 날씨, 그 더위를 잊기 위해 사람들은 휴가를 떠나고, 사람들을 만나고, 에어컨을 켠다. 너무 더워 일까지 하다가는 머리에 과부하 걸릴 것 같은 이 날씨들에서 잠시의 고통을 잊기 위해 나름의 방법들을 동원하는 사람들의 노력은 그렇게 꽤 다양한 형태를 띄게 되는데, 그 중에서도 아주 잠시 하지만 임팩트 있게 더위를 날려버릴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공포. 그래서 여름에는 공포 영화도, 공포 소설도, 공포 드라마도 더욱 인기를 끌곤 한다. 귀신이나 살인마가 등장하고, 언제 공격을 감행할지 모르는 두려움을 관객이나 독자, 혹은 시청자도 함께 느끼며 오싹한 소름돋는 공포로 더위를 날려 버리는 것. 어쩌면 가장 경제적이고 확실한 더위탈출 방법이 되어주지 않을까?

심령카툰은 최근 카툰이라는 영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웹툰으로 시작한 작품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야 네이버 웹툰이나 다음 웹툰 이외의 웹툰까지는 챙겨보지 못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했던 작품이지만 오마이뉴스라는 또 하나의 공간에서 인기리에 연재되었다는 이 작품. 뜨거운 열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질식일보직전의 상태까지 몰아가고 있는 이 시점에 정말 기대되는 작품이 아니랄 수 없었다.

공포영화나 공포 드라마의 잔혹한 장면은 거의 눈을 감아버리고, 공포소설은 생각만큼 오싹하지 않은 개인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으니 약간의 이미지와 완급을 스스로 조절하며 읽어내려갈 수 있는 귀신나오는 카툰이라니, 이처럼 나에게 딱 맞는 장르가 또 있을까? 여튼 이러저러한 이유들로 나는 심령카툰이라는 제목의 이 작품을 손에 받자마자 펴들었다.

하지만 첫장을 펴들면서부터 내가 생각했던 심령카툰은 이 책의 원래 모습과는 상당히 다르다는 것들을 확인하게 되기 시작했다. 웹툰이나 카툰=만화라는 등식을 무의식중에 가지고 있던 나에게 이 책은 약간의 글들을 실은 삽화집에 가깝다는 생각을 가지게 했던 것. 그림으로 이야기를 끌어가며 글로 인물들의 대화를 구성하는 일반적인 형태의 웹툰과는 다르게 글이 주를 이루고 그 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삽화를 동원한 쪽에 훨씬 가까운 형태의 이야기가 바로 심령카툰이었다. 게다가 내용 역시 사람들의 공포를 자극하는 여름에 어울리는 공포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유난히 심령현상에 취약했던 자신의 경험들을 이야기로 풀어놓는 것으로 시작해 점점 공포스러운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처음에는 개인적인 체험이 아니라 개인적인 체험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만화라 생각했다.) 그로서 점점 자신이 겪고 있는 심령현상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고 이런 의문들을 막연한 공포가 아닌 조금 더 체계적인 학문적 관심으로 이끌가는 이야기. 바로 그것이 심령카툰의 주요 내용이었다.


심령카툰은 그래서 뒤로가면 갈수록 심령현상에 대한 전문적인 견해와 학술적인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귀신이나 사후세계, 가위눌림등의 미스테리한 현상들을 공포 대신 먼저 연구를 해왔던 이들의 전문적 지식들을 동원해 설명하고 이해함으로서 공포가 아닌 생각하고 이해해야할 사항으로 변화시키는 내용이랄까? 그래서 심령카툰은 다분히 신비주의 적이고 다소 난해하며 때로는 당황스러울 정도로 독자를 설득하는데 많은 공을 쏟는 느낌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이런 느낌은 때로는 읽는 이에게 반감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출판사의 이름이 펜타그램(너스를 상징하는 종교적 상징으로 기독교 이전 신앙의 징이기도 하다.)인 것도 한 몫을 한다면 아마도 그럴터. 심령카툰은 신이나 심령현상들에 대해 막연한 공포가 아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했다는 점은 매력이 될 수 있겠지만, 순수한 공포덕으로 여름의 더위를 날려버릴 것을 기대한 독자들에게는 다소 서운한 내용이 될 수 있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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