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사 백동수 - 조선 최고의
이수광 지음 / 미루북스 / 2011년 6월
품절


최근에는 원작이 있는 작품들을 영화나 드라마로 만나게 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극장의 스크린을 통해, 방안의 브라운관을 통해, 글로만 존재했던 이야기들을 눈으로 확인하게 되는 과정은, 원작을 읽은 이들에게는 글로 표현된 작품들을 어떻게 새로이 만들어냈는가를 비교하며 즐기는 즐거움을, 원작을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스크린과 화면속의 이야기가 글로는 어떻게 표현되어 있는가를 궁금해하게 되는 호기심을 제공하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한다. 또, 작품을 다시 만들어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도 글로 이미 한번 드러난 구성과 흥미로움을 재창조한다는 의미를 부여하게 하기도 한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바로 이런 작품 중 하나이다. 원작이 있고, 원작을 바탕으로 현재 TV에서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중에 있는 작품이다. 사실, 이 책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 나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가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고, 책을 알게 되고 나서는 드라마가 시작되기 전에 원작을 먼저 읽어보는 것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물론, 그 이유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라는 드라마 속에 내가 좋아라하는 유승호가 나오기 때문이기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책을 만나게 된 것은 드라마가 시작되고 난 후였다. 몇회의 드라마가 진행된 후 드디어 만나게 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 아직 아역들의 연기가 진행중에 있는 드라마를 보고 난 후 읽게 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그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책을 펴기도 전에 이미 드라마의 주인공들을 책 속에서 상상하고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책으로 만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내가 생각하던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와는 너무도 달랐다. 어느 정도는 드라마 속에서 그리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의 모습이 보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예상과는 너무도 다르게, 책으로 그려진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드라마 백동수와는 완전히 다른 인물이라는 느낌마져 들게했달까? 아역으로 시작된 드라마와는 다르게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이미 백동수가 성인이 되고 조선 최고의 무사로서 이름을 날리는 상황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하고 있는 작품이었다. 조선 최고의 검술을 지닌 자, 그 명성이 이미 왜국에까지 널리 알려져 그와 무예를 겨루기 위해 바다를 건너 많은 검객들이 그를 찾고, 그를 둘러싼 조선의 여러 인물들이 얽힌 역사적 사건들이 한데 어우러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어린 소년이 성장하며 조선 최고의 무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리게 될 드라마와는 사뭇 달랐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안에서 백동수는 뛰어난 검술을 가진 최고의 검객이자, 남성적인 매력을 지닌 인물이다. 또, 그 뛰어난 검술과 매력으로 인해 수 없이 많은 여인과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권력을 움켜쥐고자 하는 당대의 권력가들이 만들어내는 정쟁 사이에서 수없이 많은 사건에 휘말린다. 역사적으로도 가장 많은 사연과 굴곡으로 얼룩져있는 영,정조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어쩌면 최고의 무사가 정치권의 정중앙으로 불려 들어가 역사속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그려내는 이야기는 정치적 역사적인 사건의 정중앙에서 무사 백동수가 보는 정치적 사건들을 그리고 있다기 보다는 조선 최고의 무사로서 살아가는 한명의 남자이자, 인간인 백동수의 시선으로 보는 인간과 인간의 이야기이자, 세상을 보는 사람으로서의 이야기에 가까웠다. 남자로서 한 여인을 사랑하고,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마음으로 자신이 지켜야 했던 주군을 외면하기도 하는 사랑하는 남자의 모습, 가정을 이루고 소박한 행복속에서 만족하며 세상을 등지는 그의 모습들은, 그래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아닌 인간 백동수의 모습이라고 해야할 듯 하다.


분명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드라마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전한다. 드라마가 아직은 젊고 풋풋한 청년들의 성장을 그려낼 예정이라면, 소설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는 이미 세상속에 들어가 이름을 알리고 자신을 세운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미 자신을 세운 백동수가 세상을 살아가며 겪게 되는 사건들과 그 속에서 변화하는 인간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드라마 이후의 모습을 그리는 쪽에 가까운 것 같다는 느낌도 받게 된다.

또,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가 살았던 그 때의 세상이 어떠했는지, 역사적 사실들을 논하는 것에 능한 작가의 역량이 더해져, 소설 그 자체만을 즐기기 보다는, 백동수라는 인물을 매개로 한 당시의 세상을 만나게 되는 의미가 더욱 큰 이야기이기도 하다. 살짝 아쉬운 점은, 백동수라는 인물 하나만으로 당시의 세상을 논하기에는 영,정조시대에 몰아쳤던 변화와 개혁, 정쟁의 풍파가 너무도 컸다는 점이랄까? 한 권의 소설 속에 담아내기엔 너무도 거대한 소용돌이 속에서 살았던 백동수를 만나며, 살짝 그 시대의 모습을 엿보는 것으로 <조선최고의 무사 백동수>의 의미를 정리해볼 수 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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