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도덕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진환.이수경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소셜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대를 인간중심의 세계라고 일컫는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인간이 이룩한 문명의 시간 중 가장 번영한 최고의 황금기를 구가하는 중이다. 전 세계를 하나로 묶고 발생 가능한 정보의 획득과정이 만천하에 오픈된 사회다. 이러한 현상은 사회문화적 변화를 추동하는 동인이 되었으며 더 나아가 정치적 지각 판까지 흔들어 바꾸기는 계기가 되었다. 바야흐로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한계를 뛰어 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셈이다. 뉴욕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지구 반대편에서 생생하게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사건에 대한 각양각색의 반응이 소셜네트워크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세상이다. 대개 팩트에 대한 평가는 가치판단의 문제다. 가치를 구성하는 요인은 목적의식을 설정하고 자아의 기준점을 관념이라는 거름망을 통해 개별화된다. 이러한 가치판단의 문제는 철학과 깊은 연관이 있다. 철학은 인간이 집단화되고 사회를 구성하며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를 시작하게 될 무렵부터 긴밀한 상관관계를 맺어 왔다. 그것은 가치관으로, 삶의 준거점으로 인간을 보다 나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시금석이 되어 왔다.

 

그렇지만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 즉 관념의 틀은 기술의 발달과는 별개로 변화의 속도에 둔감하다. 사회의 분화적 발달의 속도와는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근래에 와서야 개인의 권리와 자유, 행복, 평등에 대한 가치판단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이 또한 상대적 차별과 권리 상호간의 충돌에 대한 내재화된 문제를 잉태하고 있다. 토마스 홉스는 자연 상태를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판단하고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야지 시민사회로 이행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반면 존 로크는 인간은 모두 평등하며 자신의 행동에 대한 결정은 자유이며 이러한 상태에 대한 타자와의 충돌, 즉 불편한 상태 혹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정부에게 권리를 양도하여 국가를 창설하였다는 사회계약론으로 요약되는 그의 사상은 중세철학의 위대한 업적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가 다분화되고 가치충돌에 대한 문제가 다양화되면서 일차적인 기준점으로 모든 문제를 수용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산업혁명을 거치고 인쇄술의 발달로 교육의 평준화로 인해 지식의 보편화는 그 자신의 권리를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되었음도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 사회에서 철학적인 접근, 미시적인 윤리의 보편화에 대한 판단은 유동적인 상황을 보편타당한 가치로 바꾸는 터전이 됨은 당연한 이치겠다. 마이클 샌던이 정의를 논하고 다시 도덕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문제의 출발선이 바로 개별화된 판단의 문제를 인식가능하고 공감할 수 있는 그것으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다. 그는 이미 정의에 대해 불편한 환부를 드러내며 우리를 향해 핏대를 세웠다. 정의가 무엇인지에 대해 그는 옳은 일은 하는 것이라고 했다. 옳은 일은 좋은 일에 선행하며 무연고적 자아, 즉 자율의지의 주체만이 인간을 감각적 존재보다 더 높은 존재로 격상시켜 준다고 했다.

 

마이클 샌던의 확고한 믿음의 원천은 옳은 일에 있다. 그의 논점은 임마뉴엘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실천이성비판의 핵심가치인 인간중심적인 사고를 지향한다. 공리주의자들의 쾌락에 근거한 행복에 대한 오류를 수정하고 점검하는 방향틀로 그는 칸트를 택했다. 목적에 대한 견고한 신념, 그것은 윤리를 일으켜 세우고 이 시대의 딜레마를 무찌르는 힘이 된다. 기실 자유주의에 대한 접근은 앞서 언급한 존 로크의 사회계약론의 이념처럼 정부에 대한 역할의 중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정부는 모든 권리를 이양 받아 개개인의 권리형평에 맞게 적용하여야 한다. 하지만 마이클 샌던이 이 책 <왜 도덕인가?>의 1부에서 언급한 동성애자, 낙태에 대한 가치충돌의 문제에서 볼 수 있듯 좋고 나쁘고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옳다는 관념의 총합은 인간의 도덕적 판단의 튼실한 자원이 되며 나아가 보편타당한 정치의 틀을 이루는 요소가 된다는 믿음이다.

 

그가 자본주의에 점령당한 인간 본성의 문제를 푸는 키워드로 철학과 윤리의 카드를 꺼내든 것은 변하지 않는 진리의 창이기 때문이다. 속임수가 횡행하고 무관용이 판을 치는 이기적인 행동을 치환하는 방편이 될 것이다.  마이클 샌던이 주장하는 철학의 문제는 비단 미국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글로벌화되고 웹 2.0시대를 사는 우리 사회에 그의 명징한 통념은 화두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의 전작 <정의란 무엇인가>의 문제와 연결되는 도덕성 결여의 시대를 사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제대로 보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준다. 물론 철학은 고민과 고민의 시간이 응집된 가치의 총체다. 공감의 문제와 밀접하다. 공감은 역차별이나 상대적 반사이익을 옳은 것으로 유지하는 근거가 된다.

 

이처럼 마이클 샌던이 던지는 이 시대의 화두는 우리 모두의 문제다. 자신의 권익과 자유의 근원적인 뿌리가 되는 윤리에 대한 진중한 문제다. 우리 사회가 정의와 윤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 또한 불편한 상태가 지속되기 때문인지 모른다. 누구에게나 인식 타당한 가치의 얼개를 구축하는 사회적 합의의 출발점에 바로 정의와 윤리가 존재한다. 이것은 완전한 상태의 이상理想, 그 너머가 아닌 현실의 내재된 이슈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의 치열한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시도가 될 것이며 다원주의를 극복하는 돌파구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윤리는 존재의 판단이 아닌 현상을 이해하는 목적이 될 것이며 인간을 한 차원 높은 상태로 이끄는 정신적 진화의 도화선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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