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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진타오 이야기 - 겸손의 미덕으로 미래를 바꾼 ㅣ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8
박근형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난세는 영웅을 낳고 독재는 투사를 낳는다는 격언이 있다. 영웅은 고난과 역경이라는 숱한 담금질을 통해 벼려지고 빛을 발하는 법이다. 그래서 영웅의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 현실적이고 마음의 울림이 크게 와 닿는다. 그들은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고 불평을 긍정으로 바꾸는 공통의 분모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슈퍼맨신드롬에 빠져 사는지 모른다. 현세의 리더나 영웅은 특별한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는 무모한 발상처럼. 따져 보면 심각한 판단오류를 우리는 범한다. 그들과 우리가 무엇이 다른 지를 살피기 이전에 그들에게 있는 능력을 부러워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그 모양새에 따라 쓰임이 다르다. 소위 강점이라는 요소를 하나씩은 반드시 가지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그 강점은 덮어 두고 영웅의 행위만 닮고자 답습한다. 이것은 시간낭비이자 그릇된 결과를 도출해 내는 잘못된 출발이다. 나를 알고 상대를 아는 것이 최선이라는 손자의 유명한 말처럼 우리를 알고 그들을 아는 것이 급선무다. 따라서 원칙 없는 수용은 목적 없는 삶과 같다. 건전한 사고를 통해 위대한 리더나 영웅의 이야기를 보탠다면 달리는 말에 올라타는 것처럼 금상첨화라 하겠다.
이 책은 명진 출판에서 기획된 청소년역할모델시리즈 8번째로 중국의 국가주석 후진타오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후진타오는 제4대 중국주석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알다시피 중국은 공산주의체제를 수호하는 변형된 자본주의국가다. 중국은 지난 4반세기동안 개혁과 혁신을 통해 죽의 장막을 걷어냈다. 그 속에서 실용주의 노선을 표창하며 세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뛰어든 태풍의 힘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이런 중국의 힘은 광활한 국토와 50개 소수민족이 배출해 내는 뛰어난 인재의 힘에서 비롯된다. 인재는 철저하게 가리고 쓰며 밑바닥부터 다지고 올라서야하는 검증의 과정을 반드시 거친다. 물론 태자당이라 칭하는 개국공신의 자녀에 대한 우대가 있기는 하나 극히 미약하여 대부분의 인재는 치열한 경쟁이 수반된다. 이와 같이 후진타오는 중국 공산당 역사상 유래가 드문 아래로부터의 성공과정을 밟은 인물이다. 이러한 후진타오의 배경이 현재의 중국을 이끌고 다스리는 원천이다.
책은 후진타오의 출생을 시작으로 해서 현재까지를 갈무리한다. 독자층을 감안하여 평이하게 풀어 쓰고 민감한 사안은 부드럽게 넘겼다. 주어진 조건이나 환경을 어떻게 극복하는 지에 포커스를 맞추어 놓았기에 핵심을 추출해내기가 무엇보다 쉽다. 누구나 읽어도 부담 없이 다가선다. 인물에 대한 해석이 현재의 드러난 사실만을 기점으로 기술되면 수평을 유지하기 힘든 난제를 탁월하게 서술해 냈다. 그래서 저자 박근형의 글쓰기는 후진타오를 더욱 빛나게 발하는 시너지효과를 냈다. 행적에 대한 인과관계가 분명하다는 것은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도출해 내는 동인이다. 그러므로 저자가 추출해 낸 후진타오의 강점은 겸손이다. 겸손은 참는 것이 아니라 배려를 통한 상대방을 인정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따라서 겸손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세상을 조화롭게 바라보는 최고의 미덕중에 하나다. "그 재능이 칼이라면 겸손은 칼집입니다."는 저자의 통찰처럼 거친 재능도 겸손을 통해 단련된다. 이렇듯 이 책의 테마는 겸손이다.
후진타오는 위대한 리더가 그러하듯 소신과 원칙을 분명히 세웠다. 자신에게 주어진 조건에 불평하지 않고 어떻게 하면 자신의 재능을 가치 있게 사용할 지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그런 평소의 습관은 어려웠던 매 순간마다 슬기롭게 극복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화약고나 다름없는 티베트서기로 나아갔을 때에도, 칭화대학을 졸업 후 문화대혁명의 미명아래 노동자의 신분으로 전락했을 때에도 그는 굴복하지 않고 피할 수 없는 인생의 결정을 즐겼다. 이처럼 후진타오는 주위의 에너지를 긍정에너지로 바꾸었다. 그에게는 난제를 푸는 취미라도 있는 것처럼 편한 길보다는 어려운 길일수록 더욱 강했다. 후진타오의 또 하나의 강점은 긍정이다. 무모한 긍정이 아니라 진심이 충만한 긍정이었다. 그가 믿은 긍정의 힘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그것과 같다. 하지만 한번 믿으면 변절하지 않는 지속력이 다르다. 우직하게 통 크게 믿어 주위 사람들을 자신의 사람으로 만드는 그의 인화술은 눈여겨 볼 대목이다.
또한 후진타오는 끊임없이 준비하는 생활을 거듭했다. 기술자의 신분에서 정치가로 거침없는 승리를 거듭할 때에도 그는 미래를 준비했다. 어느 순간 어느 곳에서라도 필요한 능력을 겸비하기 위해 자신을 독촉하고 강화시켰다. 이렇듯 성공한 리더의 유전자DNA는 달라도 너무 다른 모양이다. 생물학적 차이가 전혀 없음을 알면서도 그들이 뛰어난 이유를 타고난 천부적 재능으로 모는 경향이 있다. 물론 우월한 유전인자가 영향을 미쳤다할지라도 후진타오와 같은 리더의 8할은 스스로 만들어냈다. 우리가 이 책을 통해 우리와 어떻게 다른 지를 발견하고 자신에게 맞는 모델을 만들어 간다면 더 없이 값진 결과가 아닐 수 없다. 현대의 영웅은 슈퍼맨의 능력도 아닌 자신의 강점을 최대한 살리는 다양한 개성의 시대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앞 서 간 그들의 생각과 습관을 통해 자신만의 것으로 체화하고 바꾸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면에서 후진타오는 겸손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주는 좋은 스승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