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발견 - 사라져가는 모든 사물에 대한 미소
장현웅.장희엽 글.사진 / 나무수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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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기억하는 동시에 망각하는 능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망각은 기억의 저편으로 건너고 추억은 그 속에서 피어난 불꽃처럼 사위어 사람의 마음을 위무하는 존재쯤 되겠다. 그래서 추억을 먹고 산다는 자조 섞인 푸념도 한편으로 공감이 되는 것을 보면 절로 이해가 된다. 그 때 그 시절에는 존재했던 기억의 습작이 지금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현실은 어쩌면 가혹한 형벌이다. 하지만 조각조각 흩어진 편린들을 끼워 맞추고 흐려진 시야를 밝게 해 주는 것이 바로 추억이다. 그러하기에 추억은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지닌다. 가웃거리는 기억 사이로 흐뭇한 미소 한소끔을 안겨 주기도 하고 손발이 오그라들 만큼 아련한 흔적의 상흔이 애잔함을 상기시켜 주니 말이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 시간의 속도에 정비례해서 간직하고픈 소중한 기억들이 망각의 암연 속으로 빠져 나가는 것은 아닐까하고. 조금 더 붙잡고 싶었던 그 순간도 세월의 더께에는 더 없이 초라하기만 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조금이라도 더 오래 추억을 저장하기 위해 무체물, 즉 사물에 투영시키는지 모르겠다. 이 책의 저자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사소함이 주는 커다란 발견이다. 발견에 빗대기는 했으나 실제로는 그들 속에 담긴 추억의 흔적을 찾아 오롯이 떠나는 과거로의 시간여행이다.  사진을 생업으로 하는 두 형제의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긴 인상적인 사진첩 같기도 한 이 책을 읽고 있노라면 누구든 잊힌 기억과의 대화를 나누고 있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의미와 무의미의 사이의 간극을 조정하는 것은 고착된 개념의 정의를 유연하게 하는 생각이 전제되어야 한다. 클립은 종이를 끼우기 위한 용도로만 사용되기를 바란다는 암묵적 합의는 누구도 강요한 적이 없는 개념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클립으로 종이를 끼우기도 하지만 때로는 전혀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변신을 감행한다. 변신은 눈에 띄는 특성이 있지만 그것도 익숙해지면 스포트라이트와는 결별해야 한다.  사소하다는 것이 이유다. 그 사소함의 변신을 담담히 기록하고 고찰한 이 책은 어릴 적 뛰어 놀았던 골목길을 닮았다.  생활에 쫓기고 경제논리에 멍들던 전후세대의 다음 X세대인 저자가 들려주는 생각거리는 참신하기도 하고 시대적 트렌드와 제법 잘 어울린다.

 

       굳이 세대를 나누고 재단할 이유는 없겠으나 시대적 환경이나 문화가 미치는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X세대는 기성세대의 눈에는 자유분방하고 인간관계를 더욱 중시하며 새로운 사고로 무장한 특성을 가졌다. 지금이야 Y세대를 넘어 Z세대까지 등장했으니 이제 기성세대로 편입 처리되겠지만 당시로서는 그랬다. 천편일률적인 교육과정과 대량생산화된 경제상황에서 자란 X세대는 고정된 관념을 거부했다. 인간을 보다 더 편리하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의 홍수 속에서 나름의 감성작업을 통해 생명을 불어 넣는 교감의 시도는 반드시 필요한 과정의 일환으로 보았다. 이러한 사물 되짚어보기는 세대의 특성을 담고 그들만의 코드를 생산해 내기 때문이다. 나 또한 X세대의 편에 선 이로써 공감이 컸던 것도 주효한 이유다. 엉뚱하기도 하고 기발하기도 한 사물에 담긴 단상이 신선하다는 것도 그렇고 담백한 느낌이 개운함마저 든다.

 

       소소한 일상을 속살 없이 들려주는 이야기에 빠져 잠시 여러 가지 추억의 꼬리를 잡아끄는 시간을 보내는 것도 좋겠다. 휴식처럼 저자들이 솎은 60가지 사물의 존재의미를 통해 차원이 다른 단상을 떠올려 본다는 색다른 경험은 꽤나 의미 있지 싶다. 지금은 거의 없어졌지만 1990년대 당시로는 필수품이었던 삐삐처럼 사물이란 것도 시간과 공간이 결합될 때 의미를 가진다. 명멸하고 탄생하는 운명처럼 사물의 생태계도 인간을 닮는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 물질에만 초점을 맞추는 동안 잊어 버렸던 향수를 되살리고 나아가 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반추하는 계기가 될 것 같다.  삶에서 길을 잃어버릴 때 잊어 버렸던 기억의 저편을 찾아 떠나 보는 것도 새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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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9 00:3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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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9 10: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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