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의 사랑 이야기 - 깨달음의 나라 인도가 전하는 또 하나의 특별한 선물
하리쉬 딜론 지음, 류시화 옮김 / 내서재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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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인간이 만약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면 이 얼마나 무미건조하고 메마른 삶일까? 사랑이라는 감정이 유발하는 아름다움은 어느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래서 사랑은 위대하고 오래 참는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인류가 걸어 온 발자취만큼 사랑의 무게나 밀도가 따라 커져 오지 않았을까 싶다. 내가 아닌 너를 위해 온몸을 다 바쳐 빠져 든다는 것은 인간을 지탱하고 스스로 나아가게 만드는 계기가 아닐까. 사랑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인류는 진화의 험준함을 넘는 동시에 멸망해 버렸을지 모른다.

 

이처럼 사랑에 관한 에피소드는 연령, 국경, 지역을 불문하고 언제 들어도 애틋하고 가슴 뭉클하게 만든다. 더 나아가 역경 속에서 피워 올린 사랑의 고결함은 순수함에 가깝다. 이 책 <인도의 사랑 이야기>는 지고지순한 인도인의 사랑이야기다. 책 속에 소개된 4편의 남녀 간의 사랑을 노래한 이야기는 오랜 세월 펀자브 지방에서 구전된 이야기다. 이후 수없이 많은 음유시인에 의해 노래되었으며 기라성 같은 배우들과 감독들에 의해 영화화되어 널리 회자된 보기드문 이야기로 그 세월의 두께가 깊고 넓다. 반드시 오래되어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 속에 담긴 사랑의 위대함과 각별한 정신은 시간의 의미를 퇴색하게 만드는 원형이다.

 

책은 각 편으로 나누어 옴니버스형태로 엮었다. 두 개의 몸, 하나의 영혼 소흐니와 마히왈, 우리는 다시 만나기 위해 태어났다는 사씨와 푼누, 사랑 안에서 성장한 두 영혼 미르자와 사히반,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는 히르와 란자. 각기 다른 인물들이 다른 모습으로 펼치는 사랑의 대 서사시는 그 위대함만큼 사랑의 모습이나 깊이가 조금도 다르지 않다. 그들에게서 발결할 수 있는 공통점은 인내하고 이해하는 이타적 행위이자 배려 넘치는 마음이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 노래가 요즘 정서로는 쉽게 이해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수세기 동안 쌓여서 굳어진 특유의 문화와 관습 등으로 인해 정서적 이질감과 간극이 발생하는 것이 되레 자연스럽다. 비록 인도 특유의 계급문화의 영향으로 카스트 제도와 같은 봉건주의 관습이 그대로 드러나기는 하지만 이것이 그들의 사랑의 신실함을 폄훼하거나 반감시키지는 못한다.  오히려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이나 목적을 가리지 않고 이기심에서 비롯된 현재의 막장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는 사랑의 행위가 더 심각한 게 아니겠는가. 그러하기에 마히왈의 신분을 초월한 사랑이야기나 란자의 목숨을 내 건 사랑의 쟁취는 흘려 보낼 이야기가 아니다. 진부하기는 해도 그 순수함만은 경종을 울릴만 하다.

 

옛말에 이르길 사랑과 가난은 감추려 해도 감출 수 없다고 했다. 사랑과 가난이 불편할지언정 온몸으로 뿜어내어 숨길 수 없는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은 아픔을 견디게 만들고 고난과 역경을 극복하며 그로 인해 완전한 하나의 형태의 완벽함을 구현하는지 모른다.

 

사랑에 대해선 세상사람 모두 틀리다.

사랑하는 두 사람만이 옳다.

(책표지 중에서)

 

사랑은 이렇듯 정답이 없다. 묻고 따지기 이전에 직감으로 깨닫는 게 사랑이다. 그래서 사랑에 눈이 멀고 가슴 시려도 그 속에서 피어난 사랑의 열매는 세상 어느 것보다 값지고 귀하다. 이처럼 인도인이 들려주는 사랑이야기의 독특한 매력에 아살해진다. 남보다 나를 더욱 추켜세우는 오늘과 같은 현실에서 좋은 귀감이 될 이야기겠다. 따스한 햇살이 내리 비취는 오후 향기로운 차와 함께 읽으면 제격이지 싶다.  살을 에는 겨울이지만 인도의 사랑이야기에 한껏 취해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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