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세상을 홀로 살아가기에는 벅찬 모양이다. 오늘 새벽 회사동료가 삶을 비관하여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조직이라는 무생물의 기괴한 모습에 휘둘리고 마음마저 온전히 빼앗겨 무참히도 짓밟혀 왔던 게 사실이다. 사람 사는 곳이면 어디든 권력을 향한 욕망은 피할 수 없는 조직의 생리인 모양이다.  


하지만 그 동료가 평소 행실이 바르지 못했다거나 걱정거리가 많아 불안한 모습을 시종일관 보였다면 그 충격이 지금처럼 크지는 않았으리라. 비록 살벌한 약육강식의 노름판에 적응하려 몸부림을 쳤을지언정 그게 죽음으로 내몰 이유가 되지는 않을게다. 대체 무엇이 그를 죽음의 벼랑의 유혹에 홀리게 하여 실족하게 되었을까. 안타까움을 넘어 세상 모든 것에 비정함만 남는다.  


나는 운명론이나 숙명론은 그닥 신뢰하지 못한다. 인간의 유전자 DNA에 각인된 것처럼 운명이 예정되었다면 이런 일은 너무도 비극적이다. 아직 구체적인 이유가 밝혀 지지 않았으나 돈과 관련된 주식문제란다. 얼마의 규모로 손실을 보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적지 않은 금액임은 분명한 모양이다.  


치열하게 밟고 헐뜯고 시기하며 냉혹하기 짝이 없는 경쟁사회가 원인일까. 그의 남겨진 가족들의 비탄의 심경은 얼마나 크고 무거울까. 어떤 명분과 논리로 설명하려해도 그의 죽음을 합리화할 수 없다. 인간이란 게 무엇인가? 결국은 평화롭고 여유로운 삶이 우선이다. 물질에 사로잡히고 삶의 본질이 오도된다면 안타까운 비극은 전염병처럼 사람을 물들게 하는 것인가. 허무함만 무성하다.  


아침 내 청천 벽력같은 소식에 그의 마음이 떠올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무엇이 우선인지 돌볼 겨를이 없을 만큼 사정이 긴박했었을까. 의문투성이다. 이제 와서 무엇이 이유가 되었든 뭐가 중요하겠느냐마는 살갑게 대해주지 못했던 나 자신에게도 일말의 책임을 물어야겠다. 명예든 권력이든 인간다움을 먼저 챙기고 알뜰히 살폈다면 이런 일은 최소한 일어나지 않았어야 한다.  


수많은 사건사고로 어느 누군가가 생을 마감하는 현실이지만 근접한 거리에서 느끼는 밀도나 질감은 천양지차다. 당최 자살이라니……. 인생은 자신이 걸어 온 삶의 무게만큼 나아간다면 이제 내려놓고 극락왕생하길 바란다. 그가 누구였든 무엇이었든 시간이 걷어 가버리겠지만 잘 살다간 삶이었길 진심으로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