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사용설명서 - 단 한 번뿐인 삶을 위한 일곱 가지 물음 인생사용설명서 1
김홍신 지음 / 해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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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잘 산다는 것은 참으로 알기 힘든 물음이다. 주어진 그릇이나 무게의 값이 다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천양지차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인생의 값어치를 부의 척도와 혼동하고 사는지 모른다. 급기야는 덜 가진 것 보다 더 가지려하고 좋은 것만 추구하게 되는 물질의 욕망과 정체성을 혼동한다. 혹자는 그럴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금욕적 생활을 영위하는 종교인이나 구도자가 아닐 지라면 그 또한 사회통념상 용인되고 통용될 수 있는 미덕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이다.




물론 인생에 정답이 없으니 그르다 옳다의 견해로 단정 지어 재단할 수는 없겠다. 하지만 우리는 물질이 주는 욕심에 사로잡혀 진정한 행복을 잊고 사는지 모른다. 나만은 깨끗하고 청순하기에 세속적 잣대를 들이대지 마라는 것도 다 이러한 이유에서 파생된다. 일종의 묵시적 거부감이 강하게 생기는 이유도 마지막 남은 알량한 자존심의 표현일까. 이것은 자아 중심적 세계관이 일으킨 편협한 자기착각의 표현이다. 남이 하면 불륜이고 내가 하면 로맨스라는 생각과 뭐가 다르겠는가.




나는 평소 김홍신 교수에 대해 호불호를 달리 두지 않고 살았다. 오히려 발해에 대한 솔직하고 담대한 그의 역사론에 한때 감흥 했던 기억만이 오롯이 남는다. 그가 이 책 <인생사용설명서>를 집필한 순수한 의도만을 놓고 볼 때 쌍수를 들어 환영하는 내용이다. 아직 할 것이 많고 열정이 넘쳐흘러 나에게 인생은 벅차고 숨 가쁘다. 인생을 관조적으로 보기에는 쉼 없이 빠르게 돌아가고 복잡다단한 일생이기에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터득하고 깨우친 진리를 후학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아름다운 마음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름다운 마음으로 와 닿는다. 




어차피 인생을 논하는 책들은 철학적이거나 스스로 구린내를 맡지 않고는 향기로울 수가 없다. 나름의 생각과 가치관으로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건만 돌이켜 생각해 보면 후회라는 거추장스런 삶의 조각이 붙들어 매는 것을 볼 때 말이다. 그 속에 담긴 욕심과 자만, 반목, 질시의 껍질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런 책은 흐려진 눈을 맑게 하고 혼탁한 공기를 정화시켜 가뿐하게 해 주는 고마운 느낌마저 든다. 가르침이 되었든 충언이 되었든 가슴 속 깊이 아로새긴다. 멈춰 서 서 흐트러진 생각의 기운을 차분하게 돌게 하고 마음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에 적합한 그것이다.




책은 크게 7장으로 나누어 인생을 통찰한다. 오욕칠정의 인간 시계를 중심으로 이야기보따리를 펼쳤다. 살다보면 치이고 넘어지고 다치는 과정을 어떻게 극복하고 받아들일 것인가에 집중하여 현실 그 너머에 담긴 진정한 행복의 세계를 넌지시 일러준다. 아울러 민족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자 하는 저자의 뜻 깊은 속내도 발해에 담긴 웅혼한 역사관에 한가득 심어 놓았다. 구구절절 옳고 그른 말이기에 가볍게 생각의 문을 열수 없겠다. 조용히 사색하고 인식하는 과정에 인생의 참된 의미를 어렴풋하나마 알게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절로 생긴다.




용이하고 평이한 문체로 기술된 책이기에 부담 없이 다가선다. 저자의 경험을 반추해서 읊조려 거름망에 걸러 만든 이야기이기에 글귀 하나하나에 따사롭고 소중함이 물씬 배어 오른다. 삶이 조금 더 밟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염원을 행복의 문으로 함께 더불어 드려다 볼 기회를 가졌기에 읽는 것만으로 삶의 가치를 공유하게 되는 힘이 느껴진다.




 

인생을 산다는 것은 관계의 연속이다. 타인과의 교감과 상호관계 속에서 타협하고 이해하며 배려하는 신실한 마음에서 비롯된다. 그렇지만 그게 말처럼 뜻처럼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욕심이라는 뜨거운 돌멩이가 손위에 쥐어진 것처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매한 행동을 일삼아 불행을 자초하는 현실을 살기 때문이다. 용서가 미덕이라는 고귀한 뜻은 누구나 이해한다. 하지만 이해가 실행으로 옮겨지고 사랑으로 감싸는 조건에는 덕이라는 원대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저 잊는다고 덮어 둔다고 용서가 되는 것이 아닌 사랑으로 포용하는 너그러움이 있어야 한다.




옛말에 복을 받으려면 덕을 베풀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사랑의 온도는 섭씨 100˚C가 넘어 자칫 델 수도 있지만 덕의 온도는 36.5˚C로 사람의 온기가 같다고 생각합니다. 차갑거나 뜨겁지 않아 누구라도 끌어안을 수 있고 누구에게 주어도 불편하지 않은 것입니다.(P.106)

 

베풀면 돌아온다는 경구는 빈말이 아니다. 소탈하게 자신을 대하고 검소한 생활을 유지한다면 이로써 정신이 윤택해지고 맑아진다는 변하지 않는 진리다. 하지만 인간은 순간의 집착과 번민, 탐욕을 참지 못해서 행과 불행이 나뉘는 것을 알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모양이다. 어차피 인생을 여러 번 나누어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매순간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해답이다. 이제라도 저자가 일러주는 사용설명서에 따라 밝고 활기차게 인생을 헤쳐 나간다면 역경도 고난도 행복을 위한 디딤돌이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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