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글리 - 못생긴 나에게 안녕을 어글리 시리즈 1
스콧 웨스터펠드 지음, 송경아 옮김 / 문학수첩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외모가 개인 간의 우열과 성패를 가름한다고 믿어 외모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외모지상주의를 일컫는 용어를 루키즘[Lookism]이라고 한다.(네이버 사전인용) 외모에 대한 집착이 만든 폐해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잘 나고 못 나고의 문제를 떠나 이젠 생존의 문제에까지 이르렀다. 바비 인형처럼 늘씬하게 생기고 귀공자처럼 간지 나게 생기길 누구인들 마다할까? 문제는 그 정도가 과해도 너무 과하다. 어딜 가나 외모로 인한 편견과 압박에 시달리는 세상이니 어찌 온전해 보이겠는가. 지나친 엄격화인지는 몰라도 우리는 성형의 시대를 산다.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사이보그에 다름 아닐지 모른다.

이 책 <어글리>의 저자 스콧 웨스터 펠드는 공상과학에나 어울릴법한 미래의 사회를 아주 상세하고 밀도감 있게 창조하였다. 현재의 인류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기상이변과 변태식물의 출현으로 멸망하자 살아남은 신생 인류에 의해 새롭게 개척된 고도문명사회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SF소설이다. 그런데 그가 창조한 미래사회가 역설적이게도 한편의 블랙 코미디를 보는 것과 같다.

24세기 미래 사회는 부의 척도, 즉 경제력의 과소에 의한 차별은 무의미하며 단지 외모의 잘남과 못남만이 모든 것을 결정짓는 매개체다. 16살이 되면 모두 못난이의 탈을 벗고 고도로 발달한 성형술에 의해 예쁜이로 태어나 즐기고 마시고 놀기를 일삼다 인생을 마감하게 된다. 그 누구도 이 과정을 피해 갈 수 없는 복종과 통제된 인위적인 삶 그 자체다. 외모에 대한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다양성을 말살하고 개성을 상실한다면 진정한 미의 기준은 무엇이 될까? 모두 예쁜이로 완벽한 체형과 이목구비를 가지고 살아간다면 미의 기준은 이미 판단기준으로서의 가치를 상실했다.

이 책의 주인공 텔리와 셰이는 못난이의 삶을 청산하고 예쁜이로 변신을 꿈꾸고 있는 최종단계에 이른 상태였다. 그러나 셰이의 일방적인 현실의 모순으로부터의 갈등과 자유로운 삶을 향한 희망은 텔리에게 미묘한 영향을 미치게 되며 그들을 미지의 세계로 이끌게 된다. 그들에게 펼쳐진 녹슬이의 세계는 잃어버린 인간본성의 심연이다. 그 속에 자유를 열망하며 모여 든 스모크인 들은 자연의 법칙을 체득한 사람들이다. 획일적이고 판박이처럼 똑같은 삶이 아닌 자연과 호흡하며 그대로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은 자유가 부여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미래사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 책의 핵심은 인간본성의 회복에 바늘을 가리키고  있다. 정보매체를 통해 날마다 확대 재생산되는 미인들의 세상은 사회의 가치기준을 오도하고 공공의 선을 외면하게 한다. 또한 패배감과 상실감으로 물젖게 만든다. 과유불급의 경고다. 실제 우리 사회가 과도한 외모집착의 문제에 대해 냉철하고 자성적인 반성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저자의 허상이 한낱 공상으로만 그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먼 미래가 아닐지라도 가까운 장래에 실현가능한 현실이 될 것 같은 착각마저 드니 말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흥미와 생각거리를 동시에 잡았다. 많은 볼거리를 제공한 상상력으로 뭉친 이야기다. 영상화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 내지는 않았겠으나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괜찮다. 공중보드를 타고 넘나드는 스릴감과 예쁜이들로 넘쳐나는 세상의 풍경은 어디서도 보기 힘든 진귀한 세상일게다. 전지적 작가시점에 의한 인물의 상세묘사는 시선처리의 혼동을 막아준다. 시리즈물의 첫 편인 <어글리>의 탄탄한 얼개와 구조를 가늠해 볼 때 후속 또한 놀라운 반전과 재미가 가득할 것 같다.

조물주가 인간을 모두 다르게 창조하였을 때는 그 쓰임새와 용도가 필요에 의해 다르게 사용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내면보다 외부로 드러난 것에 집착하다가는 동굴의 우상에 빠져 허우적댈지 모른다. 성형으로 인한 부작용이 겉으로 드러난 상처가 문제가 아니라 마음으로부터 생채기 난 상처가 더 깊고 아픔을 깨우쳐야 할 때임은 분명하다. 아울러 개성과 인성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소중하게 가꾸고 생각한다면 미모의 허상에서 조금은 가벼이 벗어나지 않을까? 그래도 미모는 나의 힘이라 역설한다면 뭐라 반박할 말이 없는 세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