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위에 선 미국 - 이슬람의 도전과 사라지는 강대국들
마크 스타인 지음, 현승희 옮김 / 인간사랑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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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난 미국을 그리 달가워하지 않는다. 미국이라는 거대욕망의 정체가 세상을 좌지우지하는 것도 그렇고 슈퍼경찰국가랍네 자유주의를 무기로 휘두르는 것을 보면 그리 호감이 가지 않는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돌아서면 뒷맛을 구리는 게 영 아니올시다. 하지만 국내 정서는 아직까지 미국에 대해 우호적인 편이다. 부시정권이 들쑤셔 놓은 각종 현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젊은 피 오바마가 이어받은 뒤론 호감도가 다시 상승한 것을 보면 말이다.

그런데 사실은 이런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할 것 같은 미국의 파워가 나날이 약해진다는 사실이다. 동서 이데올로기의 붕괴이후 통합된 이념적 실체를 드러내며 대항할 강력한 권력(국가)의 실체가 없었다는 것도 미국을 독주하게 만든 원인이다. 이후 중국의 자유화로 인한 성장잠재력이 미국에게 대항할 그나마 설득력이 있는 대안이나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렇게 막강하던 미국의 권력이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로 치닫게 된 원인이 무엇인가. 무엇이 미국과 대치되는 안티가 되고 반대세력이 되는 현실인지 곱씹어 볼 가치가 충분하다. 그래서 미국이 전통우방에게서 조차 곱상한 시선을 받지 못하는 깡패국가처럼 분류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살펴보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이 책의 저자가 밝힌 이슬람 대 미국의 관계는 불편한 진실의 한 부분인지 모른다. 미국을 비롯한 주류 선진 강대국들의 슬로건은 개방, 자유, 포용이었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관용은 인권을 무기로 한 평등사상에 도취되어 차별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렇게 역으로 수출된 이슬람주의는 미국과 서방세계의 발목을 잡는 아킬레스건이 되어 버렸다. 무차별적으로 급진적 이념으로 무장한 젊은 이슬람의 피가 흐르는 그들이 미국으로 유럽으로 돌진하는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위험스러운 현실은 이슬람주의에 경도된 자국민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제시한 모든 주제가 바로 이슬람의 번성과 궤를 같이한다. 미래를 가르는 최고의 화두가 일할 인구, 즉 대체인력의 보유다. 하나 둘 채워 나가기 시작한 유럽의 이슬람 이민은 이제 굴러 온 돌이 박힌 돌을 뺄 만큼 수가 증가하였다. 사실 우리에겐 강 건너 불구경이다. 다문화주의에 대한 배척의 골이 높은 민족이 우리 말고 또 있을까. 하지만 시나브로 스며드는 다문화주의에 대한 경고는 넘겨들을 일이 아닌 것은 확고하다. 그래서 미국이란 나라가 처한 현실을 벼랑에 섰다는 극단의 시선으로 빗댄 저자의 경고를 무시할 수 없다.

실제 2001년 9월 11일 쌍둥이 빌딩 자폭테러는 이슬람을 주적으로 모는 결과를 도출하였다. 미국이 이라크를 상대로 벌인 명분은 자국민을 보호하고 악의 축에 대한 응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부시정권의 실리를 채우는 야욕이 숨어 있다는 뻔뻔함만 제대로 보여 주었다. 이처럼 미국이 자유민주주의라는 이데올로기를 앞 세워 내지른 오만방자함은 자가당착의 덫에 빠졌는지 모른다. 따라서 노암 촘스키가 그의 저서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중동평화의 걸림돌은 바로 미국과 이스라엘이다.

유럽이 노쇠하고 사회민주주의라는 시스템의 늪에 빠졌다는 것도 저자가 짚은 현실이며 설득력이 높아 보인다. 영국으로 이민 온 사우디계 영국인의 이슬람 전통의 고수가 이곳이 기독교의 본산이 맞는지 실소를 금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금을 타내기 위해 죽은 노모를 끌어안고 산다면 이게 올바른 사회보장제도일까. 이미 붕괴된 유럽의 기존 체재전통은 더 이상 가까운 미래에는 흔적을 찾기 힘들지 모르겠다. 이 책에서 밝힌 이슬람에 대한 시각은 미국인들에 대한 준엄한 경고다. 미국이 유래가 없는 불량국가로 전락한 위험천만한 현재를 대변한다.

하지만 이 책은 읽어 내기가 수월치만은 않다. 주절주절 덧붙인 인용과 은유가 오히려 이해를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분량에 비해 쉽게 앞으로 나가질 못했다. 번역과정의 어려움보다 원서의 산만함이 오히려 이유지 싶다. 그리고 저자의 통찰이 신선해 보이는 것에 반해 극단으로 치우친 면이 되레 지나쳐 보인다. 또한 무엇보다 가장 불편하게 만든 이유는 결국 미국이라는 패권국가가 과거의 영광을 현재에도 장래에도 이어가겠다는 야망을 드러낸 속내다.

중동의 모래바람이 미국을 덮어 버리기 전에 자각하고 깨어나라는 주문이다. 중동의 그들이 선동적이고 혁명적인 이론으로 무장할 때 미국과 유럽은 늙어 간다는 현실을 직시하자는 논리다. 지극히 보수적이고 신자유주의에 푹 적셔진 사상의 추출물이다. 물론 저자의 논의가 현실적 문제를 반영하는 것임에는 틀림없다. 이슬람주의가 세상을 온통 붉게 물들기 전에 제대로 바라보고 치유하자는 격양된 논거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미국이라는 나라와 그를 둘러싼 강호들의 몰락을 넋 놓고 보고자 함은 아니다. 예의 주시해야 하는 현실은 서방세계와 긴밀하게 연결된 우리의 역학관계라는 진실이다. 미국이 좋든 싫든 북한과의 대치상황에서 현실적 타개책은 체제옹호를 위한 확고부동한 이념적 무장이다. 다소 과장된 이슬람문화에 대한 저자의 주장을 간과할 수 없는 현실도 우리에게 닥쳐오는 이슬람의 시선이다. 이슬람문화로 무장한 그들의 가미가재식 돌격대가 우리에게도 촉각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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