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의 숲에서 리더의 길을 찾다
조셉 L. 바다라코 주니어 지음, 고희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우리는 리더의 역할과 소임에 대해 많은 것을 기대한다. 굳건한 의지와 강인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대중을 이끌어 나가며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기를 바라 마지않는다. 하지만 이상과는 달리 현실은 그렇지 못하기 일쑤다. 오만과 편견에 빠져 자가당착의 패착을 두는 가하면 유연하지 못한 원칙론만을 고수하며 조직을 침몰시키는 결과를 좌초하기도 한다. 이러한 본질적 갈등의 중심은 리더의 포용력 있는 너른 통찰, 반듯한 윤리의식, 신념, 원칙과 현실의 조화의 문제로 귀결된다.


실제 리더가 갖추어야 할 덕목과 처세의 미덕은 고래로 끊임없이 회자되곤 한다. 리더는 오랜 단련과 무두질을 통해 끈기와 인내를 배워야 하며 그를 통해 윤리적 틀을 장착하고 치우침 없는 판단의 도구로 삼기를 역사는 일관되게 가르친다. 한 인간으로서의 선택과 행위를 떠나 리더로서의 소임과 사명은 엄청난 영향과 반향을 끼친다는 경험에서 오는 방증이다. 리더는 전염성이 강한 뿌리에 다르지 않다.


이 책에서 제시한 문학 속 주인공의 삶은 리더라면 반드시 겪을 현실의 도전과 과제를 공통의 헤게모니로 복기한다. 허상의 세계에 투영된 작가의 경험과 상상이 빚은 캐릭터를 통해 리더의 본분과 가치를 발견하고 지향의 구심점을 찾고자 함이다. 이렇게 저자가 추출해 낸 문학이야기는 공통된 틀과 방향성으로 결박되어 포위당했다. 한 발자국 떨어 져 지긋이 관조하듯 바라보는 상황의 해석은 인식의 객관성을 담보하기에 의심의 여지가 없다.


분명 이 책은 여태껏 보아 온 리더의 자세와 소신을 논하는 책과는 사뭇 차별성이 눈에 띤다. 자칫 범하기 쉬운 주의의 열거도 흔히 사용되는 원칙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단지 전 방위적 접근을 통해 추출한 담론만이 오롯이 남는다. 마치 실험대에 오른 개구리처럼 날카로운 메스만이 번뜩인다. 이처럼 저자가 제시한 통찰은 깊고 분명하다. 얼기설기 얽힌 복잡하고 난해한 과정의 불순물을 제거하고 걸러 낸 결과물의 결정체인 엑기스를 최종 수혜자로 달콤한 특권만을 누리기를 바랄 뿐이다.


하지만 비틀어서 곱씹어보면 누구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받아들여야 피할 수 없는 도전과 현실 문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원칙을 위해 현실을 회피하고 아집과 편견의 악재에 갇히면 돌이킬 수 없는 파국으로 내달리기 때문이다. 예는 어디서나 볼 수 있다. 상황을 판단하는 범주의 잣대를 잃은 리더는 명분의 덫에 걸려 경청의 지혜를 잃게 마련이다. 이처럼 리더는 명확한 신념과 반듯한 고결함을 자양분으로 흐트러진 자신을 곧추세우는 초석으로 작용한다.


책은 9개의 장으로 나누어 8편의 문학을 기반으로 리더를 고찰하였다. 크게 3가지의 틀로 나누어 리더가 부딪히는 공통된 현실 문제를 통해서 윤리의식ㆍ비전ㆍ역할모델의 요구, 리더로서의 자질과 책임감, 원칙과 현실의 조화를 아우르고자 하였다. 여기에 소개된 캐릭터들은 분명한 색깔과 나름의 특성을 갖춘 인물로 허상의 굴레를 통한 현실의 투영이다. 그들을 통해 시각적 차원의 평행선을 넘나들며 본질에 접근할 수 있음을 인식하게 된다.


윌리의 집착과 오콩코의 아집은 유연하지 못한 비뚤어진 자질을 여실히 드러낸다. 그들의 방황은 현실과 이상의 경계에서 맴돈다. 이들이 겪은 트라우마는 리더가 갖추어야 할 윤리관의 속성인 명확성과 동기, 우세성의 영향력을 시의 적절하게 보여준다. 겸손과 개방성을 통해 발견된 리더의 길은 어떤 방해물도 성공의 흐름을 거스를 수 없음을 이내 깨닫게 만든다. 뿐만 아니라 제리의 회고를 통해 리더를 전환시켜주는 역할모델의 중요성을 발견하고 신중함을 배우게 된다. 신중함은 현실의 압력과 갈등을 푸는 열쇠다. 리더를 채찍질하고 변화시키는 에너지와 같다.


훌륭한 리더에게는 건강한 꿈과 건전한 윤리관, 자기를 자극하는 역할 모델, 일에 대한 강한 헌신이 필요하다. 이러한 내적 자원은 리더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영감과 실용적 안내와 돌파할 의지를 제공한다.(p-147)


이렇게 원칙과 소신의 토양을 배양시킨 리더는 자질을 검증 받는 시험대를 거치게 된다. 모두를 배려하고 아우르는 기준을 갖추었는가의 문제와 직결된다. 희생과 헌신을 통해 성공을 쟁취한 먼로에게서, 낯선 사람을 태운 젊은 선장에게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토니에게서, 리더에게 필요한 덕목을 발견한다. 그것은 인내심과 용기, 의지에 달렸다. 무모함과 책임감의 스펙트럼의 양 끝단에서 오는 통합의 요체를 통해 현실을 타개하는 의지를 의미하기도 한다.


자신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아차리고 재능과 추진력으로 사회적 위치에 올랐을 때, 우리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원칙과 현실 사이의 충돌이 그것이다. 이 도전은 강한 개인적 원칙과 진지한 현실적 책임의 직접적이고 피할 수 없는 결과이고 리더의 캐릭터를 시험하는 가장 어려운 테스트 중 하나이다.(p-201)


원칙과 현실을 조합하는 문제는 진정한 리더가 되는 최종 관문이다. 왜곡된 선택은 상황을 혼란에 빠트리고 물과 기름처럼 유리된 현실을 조장한다. 로버트 볼트 <사계절의 사나이>의 캐릭터인 토마스 모어를 통해 발현된 모습은 리더의 본보기에 다르지 않다. 원칙과 현실 사이에 침잠한 채 감추어 둔 리더로서의 의식세계를 분연히 드러낸 본보기로 바로 소신이 잉태한 결과물이다. 반면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 속 캐릭터인 크레온과 안티고네의 그릇된 원칙의 강변(强辯)은 경솔함이 유발한 위험성을 의미한다.


분명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진지한 성찰과 신념을 길러야 한다. 이 책의 전반을 통해 제시된 키워드 또한 겸손과 인내의 제고다. <자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의 저자 니체의 의미심장한 글로 문을 닫는 이 책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리더를 생산해 내는 좋은 예시가 될 것이다. 이는 “우리의 삶의 이야기는 바로 삶이 된다.”는 독일 시인 라이젤 뮬러의 말처럼 문학의 숲은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내재된 본성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내게 ‘길’을 묻는 사람에게 ‘이것이 나의 길이오, 당신의 길은 무엇입니까? “라고 대답한다. 길이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p.275, 니체의 어록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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