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단상을 끼적거린 지 이제 10개월 정도 되어간다. 처음 시작된 의도와는 달리 지금은 주객이 전도되어 버린 양상이다. 무엇을 위해, 어떤 목적으로, 왜 읽어 내는지를 간혹 잊어버릴 때가 있다. 책을 통해 길러 낸 지식이든, 감정이든, 정서의 산물이든 어떤 식으로든 부족함을 채워 준 그것이 사그라져 버릴 때는 안타깝다 못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안에 가시가 돋친다고 했건만 (나의 독서편력은) 부끄럽기 짝이 없다. 내용도 없고 허술하여 부실하기 이를 때 없는 것으로 사상누각에 다름 아니다. 책을 읽어 낸다는 것은 작가의 사유와 철학을 하나의 틀로 묶어 오로지 나의 것으로 바꾸어 나가는 작업을 일컬음이다. 이로써 지식과 정서의 샘물을 마르지 않게 유지하며 인생을 통찰하는 지침대로 사용하기에 이른다. 과연 그렇게 하고 있는가?

물론 다독하는 것이 정석이기는 하나 정독 또한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물정의 순간과 변화의 다양성은 부족한 나를 일으켜 세우는 주춧돌이 되기에 충분하며 세상과 소통하는 혼선 없는 주파수다. 하지만 목적 없는 책읽기는 바람에 흔들리는 가지와 같다. 팔랑거리는 귀는 개념을 상실하고 혼탁한 눈은 사실과 의견을 혼동한다. 이렇게 혼동된 조합의 화합물은 올바른 판단을 차단하고 껍데기에 집착하는 동굴의 우상에 갇힐지 모른다.

한 번 즈음 되새기고 넘어갈 문제임은 자명하다. 하여 맹목적인 글 읽기를 배척하고 사유의 확장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며 이에 단상을 기록하여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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