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평점 :
절판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떠올려 보면 어른들은 무애 그리 바쁜지 항상 쫓기듯 살아갔다. 일상에 찌들고 치열한 격정의 삶을 살아 내기 위해 그리도 바빴는지 모르겠다. 그땐 이런 모든 것이 이해하기 힘든 불만이었으며 이해할 수 없는 것임을 기억한다. 하지만 어른이 된 지금의 나의 삶은 어떤가? 복잡다단한 일상에 숨 돌릴 겨를조차 없다. 어릴 적 나의 눈을 통해 보았던 여유를 잃은 삶, 그 모습이다.

 


왜 나는 여유조차 누리지 못할 만큼 바쁜 삶을 살아갈까? 구렁텅이로 빠져 허우적댈 것을 알면서 말이다. 자분자분 생각해보면 관계와 소통의 문제가 일차적인 원인이다. 상호관계가 원활하지 못하고 편견과 오해로부터 발생한 갈등의 골이 서로를 깊게 갈랐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계의 왜곡은 사회 모든 문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안다. 기실 따지고 보면 결국 마음의 문제로 회귀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마음에게 말 걸기>는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모습을 반영한다. 인간이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불가피한 상황에 대해 적절한 방법과 해결책을 마음으로 건네어 온다. 갈등, 선택, 집착, 번민, 고통, 불안과 같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 저자는 자신이 감내한 현실과 경험을 통해 사색과 통찰로 수정처럼 반짝인다. 이미 알려져 있다시피 저자는 불의의 교통사고로 인해 전신마비상태로 30년의 세월을 감내하였으며 희망이 사자졌을 현실을 뛰어 넘은 입지전적인 인물로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방송인이다.

 


그가 이 책을 펴낸 직접적인 동기는 다름 아닌 마음으로부터의 신실한 귀기울림이다. 저자의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킨 사고로부터의 출발은 힘겨운 투쟁의 과정이기도 하다. 이러한 역경을 이겨내며 그의 가족들과 함께 보낸 세월 동안 순간순간에서 뽑아 낸 조각들을 모자이크한 사색의 도출이기도 하다. 이는 그의 인생역정을 통해 우리의 삶을 회고하며 어느새 모두를 둘러싼 우리의 이야기를 대변한다.

 


전작인 <샘에게 보내는 편지>의 호응에 힘입은 바도 있겠거니와 무엇보다 갈피를 잃고 우왕좌왕하는 현대인들의 걱정과 불안감을 함께 고민하고 인생의 길을 찾아가는 대장정에 더불어 동참하기 위해서가 우선이다. 자신에게 닥친 불우한 현실을 그 누구보다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후회 없는 삶을 살아온 그가 펼쳐 낸 인생여정의 통찰은 우리 모두를 위한 마음의 치유, 그것과 같다.

 


모든 사물의 이치는 흐트러짐에 대비해 균형을 잡기 위한 일종의 제어장치인 평형의 상태로 회귀하려는 티핑포인트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균형과 회귀본능은 인간의 마음을 지배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지나친 맹신으로부터 오는 부작용으로 숲을 보지 못하는 우를 범하기도 한다. 실제 이 책에서 드러난 에피소드의 큰 밑그림 또한 사물을 바라보는 현상의 편중과 결핍에서 온다. 이러한 삶의 균형의 난제의 해법은 저자가 파헤친 문제의 이면을 통해 가족 간의 소통과 관계의 참된 원형을 그린다 하겠다.

 


이 책은 크게 3부로 나뉘어 마음의 지도를 따랐다. 1부에서는 반목과 갈등을 통해 연결된 상호관계의 다양성을 펼쳐 놓고 문제의 핵심을 직접적인 예시로 고찰한다. 대개 심각한 신체장애를 가지게 되면 자포자기상태에 빠지거나 예민한 상태에 빠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저자는 나락의 순간으로부터 마음 다스리기를 통해 자신을 다독이고 갈등의 열쇠를 찾았다. 그가 발견한 열쇠는 우리는 살면서 항상 상처받지만 그 상처는 항상 치유된다. 이는 우리 모두가 피해갈 수 없는 삶의 과정이다(p.52)라고 일갈한다. 이처럼 고착화된 편견의 관점을 내 안에서 걷어 내어 외부로의 도출을 통한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임은 물아일체物我一體의 사상과 일맥상통한다.

 


2부에서는 삶의 지난한 고통의 순간을 통해 갈고 닦은 천착한 저자의 마음을 대변한다. 집착으로부터 키운 화를 슬기롭게 다스린다. 마치 달구어진 돌멩이를 한가득 손바닥에 올려 놓고 내려놓을 시기를 찾지 못하는 우매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렇게 불안으로부터의 동요는 마음을 흩트리고 안달 나게 한다. 저자가 짚은 평정의 비밀은 마음을 잃지 않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아름답게 나이 들어가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다(p.122)

 


끝으로 3부에서는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능력의 위대함을 설파하였다. 우리의 자의식은 자가치유능력을 통해 외부로부터의 공격과 불안으로부터 나름의 보호막을 가지고 태어난다. 하지만 살면서 파생되는 각기 다른 삶의 단상으로 밀도와 강도의 차별화는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침잠한 무의식의 본능은 욕망을 갈급하며 현실을 외면하게 된다. 트라우마를 통해 일그러진 마음은 좀처럼 회복하기 힘든 현실의 반영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소한 상실과 박탁의 순간으로부터 욕망을 다스리고 참는 법을 배운다. 욕망은 그저 약간 고통스러울 뿐(p.200)이며 외려 허상에 불과함을 내포한다.

 


흔히 우리는 사랑이란 미명아래 상대방을 구속하기도 하고 참견하며 못미더워 하는 것을 인지상정의 한 단면으로 받아들이며 우리의 모습이로 착각하고 사는지 모른다. 뿐만 아니라 과신과 집착으로부터 오는 편견의 받침대를 통해 평행의 상태를 추구하는지 모른다. 돌이켜 보면 아집, 불평, 불안이 파생한 삶의 우울한 편린에 불과함을 뒤늦게 깨닫고 어리석음의 그늘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결국 저자의 철학처럼 인생이란 어떻게 사느냐도 중요하겠으나 어떻게 받아들이냐도 그 역시 중요함을 사무치게 일깨우는 책이며 각각의 마음의 지도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최첨단 내비게이션과 같은 고마움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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