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 - 디자인, 디자이닝, 디자이너의 보이지 않는 세계
홍동원 지음 / 동녘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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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재치가 넘치고 흥미를 유발하는 재담이나 자석처럼 사람을 끌어당기는 마력을 가진 사람을 종종 보곤 한다. 어쩜 저렇게 맛깔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고 좌중을 이끌어 가는지 부러울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분명 재미없는 말도 시답잖은 화젯거리도 그를 통하면 가히 촌철살인이 된다. 이런 재능은 타고 난 선천적 기질도 한 몫 하겠거니와 길러 진 후천적 인성도 한 몫 하리라 본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 책 <날아가는 비둘기 똥구멍을 그리라굽쇼>의 저자 홍동원은 재치와 기지가 번뜩이는 재담꾼이다. 어린 시절 어른들 몰래 엿듣던 진기한 무용담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 들던 그런 재미남과 상상력이 넘쳐 난다. 게다가 디자인으로 밥 벌어 먹고 산다는 저자의 직업이 더욱 흥미를 유발하였으리라. 기실 따져보면 디자인의 세계에 아무나 접근할 수 없다는 일종의 편견과 자유분방함이 공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보이는 것만 믿고 보려는 경향이 강하다. 그런 연유로 디자인이라는 화려함이 창출하는 멋진 외투와 마음을 사로잡는 언어의 향연에 빠져 속을 드려다 본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여 적재적소에 절묘하게 어우러진 디자인의 힘에 압도되고 푹 빠져 드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느 일이 구렁이 담 넘어 가듯 쉽게 되는 것이 있을까? 뼈를 깎는 고통과 처절한 경쟁의 속성에 한시도 여유를 찾기 힘든 곳이 디자인의 세계가 아닐까.




이 책은 지극히 주관적인 경험과 사유를 통해 모은 저자의 철학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담아 낸 이야기는 읽는 이를 공감의 큰 틀로 요동치게 하는 힘이 숨어 있다. 더불어 386 기수세대로서의 역할과 소임이 무엇인지 반듯하게 드러낸 저자의 심상이 돋보이는 글이다. 민주화의 격동기를 거쳐 오면서 저자를 일으키고 세운 선연한 가치가 세대를 연결하는 소통, 그것이다. 구속이나 핍박, 편견에도 굴하지 않고 뜨거운 정열의 가슴으로 품어 잉태한 삶의 열정이 오롯이 녹아들어 있기에 젊은 세대들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야 할지의 방향을 제시하기에 더할 나위 없다.




만약 이 책이 개인적 신변잡기나 에피소드에 그쳤다면 그저 그런 가십거리에 불과했을지 모른다. 이렇듯 디자인을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생활인의 중심으로 스며들게 한 소통도 저자의 역량이다. 게다가 디자인이 우리의 일상에 밀접하게 관련이 있다는 것도 우리를 자극하기에 차고 넘치는 소재다. 보이지 않게 만들어 진 계층의 층위의 시각과 인식을 통합하고 대중들의 시선과 다를 것 없다는 인식의 확대가 이 책을 소통하게 만드는 커다란 강점이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에서야 베끼기가 난무하고 짝퉁이 판을 치는 혼탁함에 너그러웠던 것도 디자인에 눈 돌릴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오히려 사치였다. 제품의 품질만 좋고 싸기만 하다면 최고로 치던 시절이었다. 경제가 우선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자본우월주의에 경도된 세상은 우리의 관념마저 오염시켰다.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디자인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관념은 디자인 바닥에만 통용되는 가치는 아니다. 사회 전반에 퍼진 악화의 영향이다. 상업성에만 치중해 정작 중요한 정서를 놓치고 있는 이 시대가 극복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그래도 세상은 변하기 마련이다. 판에 박힌 듯 유치찬란한 디자인의 소산도 현재는 문화를 이끌고 아우르는 아이콘으로 변모하였다. 디자인은 삶을 담고 인간을 그리는 것에서 출발한다. 학벌로 줄 세우고 연줄로 이어지는 관행의 독버섯이 버젓이 자라나도 열정이 살아 숨 쉬고 정열이 담긴 디자인은 시대를 대변하는 문이다. 아톰이나 마린보이, 디즈니와 같은 제국주의에 경도되었어도 저자의 도전정신이 낳은 산물은 우리를 통합하고 모으는 힘을 촉발한다. 다양성과 개성을 존중하고 인정할 때 우리는 불신과 폐단의 악습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우리는 저자의 발상의 전환을 통해 시대를 인식하는 힘을 배우고 상상력으로부터 파생되는 무한한 부가가치에 주목하여야 한다. 지금 우리에게 절실하며 이 시대를 사는 필요조건을 채우기 위해 필요로 한 것이 바로 상상력, 그 원대한 세계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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