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들의 제안
외제니 베글르리 지음, 이소영 옮김 / 책으로보는세상(책보세)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평소 철학에 대한 고차원적인 물음에 참으로 가볍게 대한 편이다. 현상세계의 가벼움과 관념세계의 무거움 사이에서 오는 부정할 수 없는 난해함에 회피로 일관했다. 오늘도 치열하게 현실의 줄타기를 거듭한다는 세속적 만족으로 애써 자위했는지 모른다. 그래서 철학은 쉽게 와 닿지 않는다. 존재에 대한 원형적 통찰에서도 이념의 깊은 심연을 감싸는 의식에서도 무엇이 관념이고 본성인지 구별하기에는 까막눈 그 자체다.

 


그렇다면 이처럼 철학이 어렵고 살갑게 와 닿지 않는 근원적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나는 언어도단에서부터 비롯된 현실감의 상실이라고 본다. 철학이 인간의 도리와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기 이전에 정념(情念)의 내밀한 본성을 현실에 맞게 쉽게 풀이해야 한다. 선문답으로 일관하는 잡힐 듯 말듯 현학적 경구는 시대의 창을 대변할 수 없다. 하지만 철학이 태동한 뿌리를 보아도 그렇고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다스리는 혜안을 보아도 그렇고 인간의 삶에서 빠트릴 수 없는 분명한 존재임은 틀림없다.

 


이 책 <더 나은 삶을 위한 철학자들의 제안>은 이러한 관점에서 출발한다. 현실과 관념의 간극에서 오는 불안감, 불확실성, 존재의 당위에 대한 물음에 철학의 시각으로 답한다. 인간의 사유와 사색을 통해 이성적 발견을 돕고 왜 살아가는 지에 대한 다양한 틀을 제시한다. 아울러 관념의 잣대를 통한 현세의 통찰을 시도하였기에 오늘날을 사는 우리의 공통된 문제를 아우른다.

 


책은 신뢰, 시간, 타인, 자유, 죽음, 사랑, 존재의 장으로 나누어 인간의 삶을 둘러 싼 객체를 대상으로 한다. 긴밀하게 연결된 상호관계를 통해 소통의 장치를 찾고 인간을 지배하는 관념의 인식과 제어를 통해 존재감을 각인시킨다. 저자는 각 장의 서두에 핵심적인 주제의 정의와 고찰을 나열하고 철학자들의 사례를 접목시켜 대비감과 집중도를 높였다. 하나하나의 의미마다 농염한 철학의 색채가 짙게 깔려 있기에 쉽게 읽히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책의 읽어 내기는 행간 사이사이에 담긴 오롯한 의미를 파악하는 것이 관건이다. 압축된 의미가 무엇인지 곱씹으며 현실과의 연락을 시도하며 읽는 것이 마땅하다. 또한 이 책은 받아들이기에 따라 삶의 분명한 행동지침으로 작용할 것이기에 한숨에 읽기보다는 느릿느릿 깊이 있게 호흡을 조절하며 진득하게 음미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살아 있고 의식하는 존재인 나에게 사유는 삶에 빛을 밝혀준다.

살아 있고 사유하는 존재인 우리에게 생존한다는 말은 삶의 방법과 이유를 창조한다는 뜻이다.

더 나은 삶을 모색한다는 말은 연대해서 함께 건설한다는 뜻이다.

정치사회의 존재 목적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기 위함이다.

사유를 통해 안락함에 대한 염려에서 더 나은 삶에 대한 열망으로 옮겨간다.

더 나은 삶에 대한 사유는 햇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고장에서 태어났다.

 


결국 철학은 시련을 통해 결핍된 이성을 단련시키고 삶의 불확실성을 통해 자신을 바로 세우는 지혜의 자양분을 공급한다. 획일적이고 단락적인 해석을 지양하고 타자로부터 연결된 자아의 신뢰를 되새기며 시간의 관념을 극복하는 자유를 획득하는 삶을 돕는다. 다시 말해 삶과 죽음의 근원적인 물음을 통해 존재의 유한성을 인식하고 불안과 근심으로부터 해방되기를 갈망한다. 이것이 인간의 삶이 지향하는 바른 삶이요, 요체에 다름 아니다.

 


이렇듯 저자가 길러 낸 철학적 사유는 오늘날을 사는 현대인에게 존재의 가벼움을 극복할 수 있는 상비약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한다. 이 책을 통해 사유의 신성함을 배우고 더불어 올바른 판단력의 주춧돌을 공고히 다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마치 뿌리와 줄기를 연결하는 나무의 수액처럼 우리 삶에 신선한 지혜의 샘물이 넘쳐 나기를 소망해 본다.

 


“철학적인 삶, 깨어 있는 정신과 유쾌한 마음으로 자양분을 얻고 기뻐하는 삶, 어찌 되었든 마지막까지 너를 자유롭고 젊은 마음으로 살게 하는 삶을 택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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