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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성적 충동 - 인간의 비이성적 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
조지 애커로프, 로버트 J. 쉴러 지음, 김태훈 옮김, 장보형 감수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흔히 경제학을 연상해 보면 분배, 효율성, 수요와 공급의 함수를 떠올리게 된다. 경제학이 가치판단적인 정의와 명확성에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제학을 통해 실물경제를 예측하고 표본적인 준거 틀을 설정하는 접점에 닿아 있다는 것도 설득력이 있다. 하지만 최근 비이성적인 불황과 경제 후퇴의 국면에서 전통적인 거시경제학은 이렇다 할 모범적 답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 국가적인 경제모델의 기준으로 다양한 학제와 접근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지만 일련의 변수에 의한 탈 이데올로기적 접근, 자본주의 가치의 우위, 자율과 분배의 규범적 신뢰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경제학의 이념적 접근을 확장한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회적 현상과 경제학적 결합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였으며 우리의 경제현상을 위시한 세계경제의 큰 축을 하나의 통합경제로 묶는 작업이 진행되었음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처럼 거시경제학이 동서해빙기를 지나 탈동화된 사회로 이전함에 따라 자율과 낮은 통제에 입각한 모델의 주류적 필요에 따라 신고전학파(신자유주의)가 출현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는 현재 그 명맥을 다했으며, 그로기 상태에 빠진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는 상태다. 지난 4반세기 동안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였던 신자유주의의 침몰은 이념과 주의를 맹신한 지나친 과신과 남용의 경고인지 모른다. 아울러 경제학을 특정한 시각으로 치우쳐 재단하는 우편향적 사고와 행동은 위험천만한 착각이며 합리적인 판단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현재 우리는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불황의 나락으로 세계경제가 진입하고 있음을 목도하고 있다. 이 책 <야성적 충동>은 불완전한 경제현상과 비이성적인 통제시스템을 진단하고 케인스의 불황에 대처하는 탁월한 사상적 접근과 논리적 현상을 통해 현재를 바라보고 재구성하는 얼개로 짜여 져 있다. 전형적인 경제학의 계량적이고 정량적, 정성적인 접근을 배제하고 사회심리학적 관점을 접목시켜 흥미를 높였다. 폭 넓은 독자층을 고려하여 학문적 깊이를 한 꺼풀 낮추었기에 보다 밀도 있게 접근이 가능하며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또, 신자유주의에 치우친 경제학의 폐단과 불완전한 현상을 어느 책보다 쉽고 빠르게 수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설득력 있으며 대안경제학으로 손색이 없는 호소력이 짙은 책이다.
책은 경제학의 전반적인 현상을 케인스의 저서 ⟪고용, 이자 및 화폐의 일반이론⟫의 주된 논점인 야성적 충동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야성적 충동이란 비이성적이고 예측 가능할 수 없는 동물적 감각이 중요함수로 작용하는 경제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야성적 충동의 주된 동인은 자신감, 공정성, 화폐착각, 부패, 이야기가 경제학의 변수로 작용한다는 것으로 기존의 가치판단의 틀을 뒤집고 흔드는 내용으로 이루어 져 있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전통적인 경제학은 수요와 공급에 의한 가격형성, 화폐조절, 물가조절을 통제하는 시스템으로 이루어 져 있음에 반해 이 책의 거대담론은 비이성적인 요소인 야성적 충동을 부각시켰다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저자는 ⟪일반이론⟫의 논리적 이해를 위해 크게 2부로 나누어 집필하였다. 1부에서는 야성적 충동이론의 실제와 이론을 사회심리학적인 접근과 분석을 통해 설명하였으며 어떤 방식으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며 사회 전반의 가치기준으로 작용하는지를 면밀하게 보여 주고 있다. 2부에서는 1부의 개론적인 설명을 토대로 각론적 해석으로 공통적인 경제문제의 주된 의문점을 8가지 이유로 열거 압축하여 난해한 현상과 문제 및 방법을 통찰하였다.
기존의 획일적인 시각과 접근은 불황의 현상을 분석하는 틀로 작용하기에는 한계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보여 주는 함의와 진실은 더 이상 기존의 시각적 착각과 이분법적인 도해로 나누어 재단할 수 없음을 경험칙상 일깨운다. 또한 비자발적 실업이 수요 감소와 실업율의 관계를 설명하기에는 효율성임금이론이 턱없이 단순하며 자연실업률의 명제가 현재의 실업문제를 풀지 못함을 공론화하였음은 대단한 성과라 하겠다. 이는 저자들을 통해 기존의 아성을 허무는 시도로 새로운 준거 틀을 마련하는 또 다른 계기로 인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이 괄목할만한 성과를 보여 주는 단상은 인간심리의 행동적 측면을 고려하였다는 데 있다. 이는 행동경제학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한 셈이다. 사회심리적인 시각적 공유와 패러다임의 접목은 경제학의 참조 틀을 확장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부동산의 하방경직성에 집착하는 기존의 관념과 주식시장의 펜더멘탈에 근거한 민감성이 모두 야성적 충동에서 기인한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다는 획기적인 발견은 더 없이 중요한 함의다. 여태껏 소외된 분배의 불공정성, 소수인종의 차별적 태도, 비체계적인 행동방식 등은 이 책을 가로지르는 오랜 통찰의 흔적이다.
따라서 애덤 스미스의 고전적 주장인 ‘보이지 않는 손’의 자가통제체계는 현재의 불완전한 경제문제를 해결하기에는 많은 허점이 있음을 이 책은 여실히 보여 준다. 1929년도의 대공황에서도, 아시아를 요동치게 한 화폐불안에서도, 남아메리카의 극심한 불황경제에서도 기존의 통찰과 사고는 여지없이 무너졌음이 그 방증이다. ⟪나쁜 사마리아인들⟫의 저자 장하준 교수가 극찬하며 감탄한 이 책이 담은 비전이, 현재의 무너진 경제하락의 간극을 메우는 지렛대로(레버리지효과) 사용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