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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티태스킹은 없다 -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멀티태스킹
데이비드 크렌쇼 지음, 이경아 옮김 / 아롬미디어 / 2009년 5월
평점 :
절판
축구에서 현란한 동작과 몸놀림으로 종횡무진 누비는, 일정한 포지션 없이 공격과 수비를 아우르는 포지션을 리베로라고 한다. 대개 이러한 포지션을 멀티 플레이어라고 부른다. 비단 축구에서만 국한된 것이 아니기에 이러한 멀티 플레이어에 대한 열광은 다른 분야에까지 그 효과를 미치기 마련이다. 이러한 효과는 일반 사회 저변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다재다능한 재능을 가진 사람으로 존경해 마지않는다. 그런 이유로 동시에 여러 가지 업무를 척척해 내는 만능 멀티 플레이어를 대놓고 선호하는 세상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멀티태스킹이 과연 생산성 대비 효율성이 뛰어날까? 소위 일 잘하고 능력 있는 사람의 업무 스타일에서 오는 즉시성과 동시다발성에 대한 반응에서 일반적인 착오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그네들은 평범한 보통 사람들보다 빠른 업무처리와 임기응변으로 팔색조의 재능을 갖춘 것으로 넘겨짚어 인식하며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무리 없이 해 내는 것으로 보기에 무리가 없다. 하지만 그것이 착각이었다면 얼마나 우린 지독한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던 걸까?
이 책 ⟪멀티태스킹은 없다⟫는 말 그대로 업무수행의 이중성에서 오는 폐해를 신랄하게 꼬집었다. 저자가 지적한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외관상 보기에는 열심히 일하는 것 같이 보여도- 실상은 실속 없기가 이루 말 할 수 없는 속빈 강정이란다. 이유인즉슨 우리가 여태껏 알고 있던 멀티태스킹은 스위치 태스킹에 다름 아니며 마치 형광등스위치를 켜고 끄는 행위처럼 한 가지 일을 하기 위해서는 다른 일을 접어두고 처음부터 다시 집중해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두서없이 헤매는 것과 똑같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비단 이러한 멀티태스킹의 문제가 경제적이고 효율적인 문제에만 국한될까? 저자가 짚어 낸 핵심적인 문제는 다중 노출된 업무환경이 오히려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진행하는 것에 비해 두 배 이상의 업무성과가 벌어진다는 것에 주목한 것이다. 책은 이러한 핵심적인 문제를 중심으로 비즈니스 우화형식을 빌려 조근 조근 나열하였다. 직접적이고 실생활에서 언제든지 일어나는 현상을 드려다 보았기에 흔히 접하는 일상과 다르지 않다.
이러한 멀티태스킹의 폐해가 기실 엄청난 부작용이 있음에도 개선하지 않고 깨닫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일까? 조급함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이 주요 동인이다.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드러날 수 있는 업무성과에 주안점을 맞추고 그것에 목매기 때문이다. 일종의 연극과도 같은 심리적 위안감이다.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자신의 드러난 역량이 남들보다 탁월하고 괄목할만한 업무실적을 보이고 있음을 보여 주는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인지 모를 일이다.
이 책의 문제의 의뢰자로 등장한 헬렌의 이야기나 직속부하 샐리의 업무일상이 글로벌시대를 사는 우리의 모습과 다르지 않은 것은 우연이 아니다. 결국은 효율적인 성과는 시간 관리에 맞닿아 있으며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의 마련이다. 불필요한 시간을 제거하고 업무공조를 통한 시간개념의 재정립은 간과해서 안 될 강력한 무기와 같다.(비즈니스시스템과 개인시스템의 조화) 시간을 다스리는 것은 신뢰를 쌓고 여유를 되돌려 주며 숨은 역량을 발휘하게 한다.
따지고 보면 이러한 자기관리서적의 공통된 맥락은 나무를 보느라 숲을 보지 못하는 인간의 허약한 의지를 바로세우는 좋은 지침이 됨을 알 수 있다. 읽다 보면 하나같이 틀린 것이 없을 정도로 우리의 일상과 닮아 있고 금세 동화됨을 인식하는 것은 통합된 세상에 살고 있다는 좋은 반증이다. 글로벌 시대를 사는 현대인에게 있어 바른 길로 인도하고 흐트러지기 쉬운 마음가짐을 다 잡아 주는 이런 유의 책들은 언제 봐도 행간의 숨은 가치가 분명한 책이기에 명쾌함이 돋보인다. 더불어 이 책에서 제시한 방법대로 따라하다 보면 정말 홍명보 선수같이 멋진 리베로가 되어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