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두 얼굴 - 무엇이 보통 사람을 영웅으로 만드는가?
김지승 외 지음 / 지식채널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상황의 힘에 의해, 그들은 1주일도 채 안 되는 감옥 생활 동안 자신들이 일생에 걸쳐 받은 교육을(잠정적이지만) 해체해버렸습니다. 인간적 가치는 유보되었으며 자아는 무시되었고, 인간 본성의 가장 흉악하고 비열한, 병적 측면이 표면에 드러났습니다. “




인간이 원래부터 선한지 아니면 악한지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명확한 결론을 낼 수 없는  현재진행형의 상태이다. 인간이 가진 이중성에서 비롯한 극악무도하고 흉악한 심성이 어떻게 드러나며 확대 재생산되는지 평범한 상식으로는 도저히 해석이 불가능하다. 기실 인간은 인지체계와 상황적 판단에 따라 행위의 방향을 설정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이성적인 사고를 무참하게 뒤엎는 결과가 종종 발생한다.




<인간의 두 얼굴>은 이미 EBS를 통해 다큐멘터리 기획으로 방영이 된 내용을 책으로 펴냈다. 인간이 가진 이성적 자기기제의 불안정성을 되짚어 보고 일련의 무자비한 범죄행위에 대한 심리적 특질을 살폈다. 인간이 처한 상황에 따라 윤리규범이나 이성적 틀이 보편적인 상태의 보통인 이라 할지라도 악으로 치닫는 행위를 통해 우리는 통념이나 관습을 깨트리는 새로운 기준을 보게 된다.




책은 인간이 처할 수 있는 상황적 가설을 만들고 실험을 통해 피관찰자의 행위를 심리적 기제와 연결지여 인간의 이중성을 드려다 보았다. 인간이 동일한 상황에 따라 유일한 행위목적자인지인지 아니면 행위책임을 분산할 수 있는 다수의 군중인지에 따라 상황은 달리 전개 되었다. 실제 군중심리는 인간의 이성적 판단이나 신념, 가치관을 뒤흔드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처럼 인간이 가진 이성적 판단의 불안정성은 이 책의 거대담론이다.




1964년 뉴욕 어스름한 늦은 밤 평범한 주택가 어귀에서 끔찍한 살인사건이 있었다. 살해된 사람은 제노비스로 동일범에 의해 38차례 약 30분 동안 무참하게 난도질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를 두고 미국 사회는 살인범의 비인간성에 흥분하고 한 동안 세상을 들썩이게 만든 사건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주목한 내용은 살인사건의 내용이 단순하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그녀가 살해되는 동안 무려 38명의 목격자가 있었음에도 아무런 도움의 손길을 내밀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방관자 효과는 그 비슷한 사례를 숱하게 볼 수 있다.




인간은 상황을 지배하기 보다는 지배당하는 쪽으로 기우는 경향이 있다. 인간의 역사 속에 지우고 싶은 흔적인 홀로코스트나 이라크 전쟁의 아부그라이브 수용소의 행위는 인간의 이중성을 여과 없이 보여 주는 적절한 사례다. 책이 주목한 위와 같은 행위는 인간이 상황에 따라 보이지 않는 지위나 권력, 협박에 의해 무력화 될 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실제 비슷한 유형의 보고가 잇따르는 것에도 집단 사고의 함정이 도사리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통제력의 착각이나 무의식적 동조화는 이성적 통제를 허무하게 무너트리는 결과를 도출한다.




지난 2007년 미국 버지니아공대 조승희 총기 난사 사건은 익히 매스컴을 통해 보도되어 알고 있다. 당시 그 처참한 실상은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였으며 비이상적이고 통제되지 못한 행위의 결과에 커다란 충격을 받았다. 이러한 범죄행위를 액면가 그대로 받아들이기 이전에 우리는 조승희가 처했던 당시의 심리적 상황을 이해하였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대부분의 비이성적 정신이상의 범죄행위는 인간관계 속 소통의 부재에 원인을 찾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이 악한기만 한 것일까? 아니면 약 한기만 한 것일까? 책은 가설적 상황이 동일한 패턴으로 우리에게 주어진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는가를 실험을 통해 제시하였다. 어처구니없는 범죄가 수많은 군중들 틈에서 발생하여도 모두 외면하는 방관의 선택과 인명을 구하기 위해 스스럼없이 뛰어 드는 평범한 지하철영웅처럼 왜 다른 선택을 행하는지 의문을 던졌다. 실제 이러한 상황적 선택은 행위의 주도적 의지에 따라 나뉨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인간이 지배하는 상황을 어는 측면으로 받아들이고 선택하는가는 우리의 책임이다. 이 책이 제시하고자 하는 의식의 전환 또한 상황을 지배하는 자유의지에 달려 있다. 인간이 악한지 선한지를 떠나 사회관계 속에서 서로를 돕는 기본적인 사고를 가졌다고 볼 때 비윤리적 행위나 사소한 법규위반도 사라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인간이 가진 비범한 능력과 나약한 면모를 동시에 알았다. 이러한 선한 마음이 널리 퍼진다면 나비효과처럼 온 세상을 뒤덮어 더불어 사는 세상이 정착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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