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머의 루머의 루머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5
제이 아셰르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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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他者로부터 자유로울 자, 누구인가?

원하든 원하지 않던 우리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자유의지와는 별개로  어찌할 수 없는 불가항력적인 요소이며 피할 수 없는 진실이다. 그로부터 파생된 인격의 정체성은 실제 본성과는 유리된 또 다른 자아를 형성하게 된다.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 붙는 굴레처럼 엮이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자아의 외부적 환경의 영향은 쉽게 변질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흔히 말하는 소문에 의해 와전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자신을 가늠하는 평판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얼마 전 유명 여배우가 루머에 의해 스스로 목숨을 져 버림으로써 우리 곁을 떠난 참담하고 어처구니없는 비극적인 사건이 있었다. 국민배우로 추앙받으며 온 국민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그녀의 죽음은 안티마저도 비탄과 실의에 빠지게 만들만큼 믿기 힘든 사건이었다. 소중한 목숨마저 앗아갈 만큼 날선 대중들의 시선은 한 인간이 극복하기에는 깊이를 알 수 없을 만큼 깊었을 것이며 건너기 힘든 암흑의 강과 같았을 게다. 우리는 이 사건으로 인해 인간의 이중성과 배타적 동조화로 인해 정체성의 심각한 혼란을 겪었다. 그러한 여파는 지금도 매스컴의 첫머리를 장식할 만큼 동종의 모방비극이 연일 계속되는 것에서 쉽게 알 수 있다.

루머는 인간 사회를 집요하게 괴롭히는 하나의 부속물일지 모른다. 이 책 <루머의 루머>를 펴낸 제이 아셰르 또한 사소한 험담과 터무니없는 낭설에서 촉발된 지인의 자살소동을 빌미로 모티브를 건져 올렸다. 이러한 모든 사회문제로 비화되는 비극적인 사건의 단초는 티끌만큼 작은 것에 불과하다. 하지만 그 단초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주위의 동조와 분위기를 편승하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몰고 간다.

이처럼 루머가 가진 전염성과 파괴성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누구나 루머로부터 구속받지 않고 살기는 힘든 세상이다. 루머는 인간성을 교묘하게 교란하는 부정적 표현이다. 루머를 퍼트리는 행위에 모종의 쾌락을 얻는지 모른다. 실제와는 결부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진실인양 받아들이고 고착화한다. 이 책의 주인공 해나의 비극적인 자살도 같은 맥락의 출발이다. 인간이 가진 정체성의 틀은 개인의 경험과 성격, 전인격에 따라 달리 영향을 받는다.

실제 이 책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주축이 과장되고 논리추론이 애매한 것으로 판단될 여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해나의 자살과 관련된 12명의 당사자들의 행위책임을 독백의 형식으로 풀어가는 것은 상당한 몰입으로 이끈다. 여기에 완벽하게 모범적인 클레이를 엮은 것 또한 보색대비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왜 해나가 모든 소통의 창구를 굳게 닫고 생을 마감할 수밖에 없었는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방법이 아닐까.

하루 동안 일어나는 주인공의 심리변화가 이 책의 압권이자 백미다. 불안정한 심리변화를 몰입과 이완으로 적절하게 처리하는 깔끔함이 돋보인다. 거창하거나 특별한 내용적 특징이 없음에 반해 일상의 행위를 뒤돌아보게 만드는 놀라움이 숨어 있다. 저자가 해나와 클레이를 통해 유추한 세상은 인간이 오래도록 고민한 불편한 진실이다. 이렇듯 군중심리가 생산하는 부정적 메커니즘에 누구나 경악과 혐오의 감정을 가질지언정 루머의 유포와 동조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다.

이토록 인간의 정신마저 피폐하게 하고 의지와는 무관하게 철저히 유린하는 루머, 소문은 알고 보면 우리 자신의 문제다. 인간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고 무수한 결과를 만드는 것은 인간이 가진 확연한 특징이다. 부정적 영향은 인간을 사회 속의 홀로 고립된 섬으로 만들게 한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관용과 다양성을 인정하고 긍정적 인식으로 세상을 다시금 수용하는 자세로 살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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