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 - 영악한 자본주의 뒤집기
전병길.고영 지음 / 꿈꾸는터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공정무역은 이제 단순한 사회적 부조의 또 다른 의미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열악한 생산자의 생산 가치를 보장하고 자본주의의 탐욕으로부터 그들을 지켜주는 튼튼한 교량역할 외에도 인류의 미래를 담고 있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더불어 소비자는 믿을 수 있는 제품의 직접거래로 착한 윤리적 소비의 주체로 새로운 경제의 선순환 고리를 확립하는 일에 동참하는 의미를 내포하기도 한다. 하지만 공정무역의 차지하는 상징성에 비해 지지기반이 매우 옅은 현실임을 감안할 때 그 자생력과 토양이 척박하다.

그런 환경의 결정적인 원인은 신자유주의에 있다. 신자유주의의 이념은 이제 전 세계 공통 헤게모니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레이거니즘으로 대변되는 레이건정부의 이념정책으로 촉발된 신자유주의의는 전 세계 이념 갈등을 극복하는 동인으로 작용하였으며 각 나라의 보수와 진보의 경계를 흐릿하게 하는 주류적 가치로 인식되었다. 하지만 금세기 들어 미국 발 금융 위기는 비판 없는 이념의 위험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이미 그 이념적 허구가 밑바닥부터 균열되기 시작하여 드러나기 시작하였음에도 아직 그 허상에 사로잡혀 우상처럼 숭배하고 있는지 모른다.

신자유주의자들은 공정을 즐겨 말한다. 감세를 통한 정부기구의 축소와 무역장벽의 철폐, 다국적 기업의 출현은 경제주체의 경쟁의 장을 무장해제 시켜 버렸다. 사다리 걷어차기로 유명한 캠브리지 대학 경제학 교수 장하준 교수 또한 기울어진 경기장에 신랄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처럼 공정하지 못한 경제 환경은 침잠한 제국주의의 비릿한 열망에 다름 아니다. 공공의 선을 ‘자율’로 가린 그들의 공정은 오만함과 영악함 그 자체이다.

실제 세계경제를 좌지우지하는 IMF, IBRD, WHO와 같은 다자간 협력기구들은 상당부분 왜곡된 이념적 구조를 보여준다.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성향 또한 잘 사는 나라에 유리한 기득권보호와 자국이익에 치중되어 있는 것이 태반이다. 이러한 굴절되고 왜곡된 시장 환경을 개선하고 미래의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대안정책의 바람이 어느 때 보다 뜨거운 현실이라 하겠다.  


<새로운 자본주의에 도전하라>는 통합된 사회를 지향하고 함께 공생하는 사회적 기업의 출현의 필연성을 역설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 책이다. 익숙하지 않은 사회적 기업의 알레고리를 그 이념적 태동과 연결 지어 설명하고 제3세 국가를 위시한 사회적 기업의 면모를 소개하였다. 이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새로운 대안경제로서의 가능성을 엿보고 풀뿌리 경제주체의 사회 참여로 함께 사는 세상의 진정한 의미를 구축하는 데에 더욱 공고히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책의 기저를 흐르는 기본적인 사상은 새로운 자본주의(WEconomy)로 지칭되는 우리에 의한, 우리를 위한 이념적 흐름으로 대변된다. 방글라데시의 그라민 은행과 호주의 데이비드 부소의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연대부조의 또 다른 발견이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꿈을 실현한 아이스크림 벤엔제리의 베풂은 기업의 존재의의를 새롭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이렇듯 저자는 사회적 기업이 위기에 빠진 자본주의를 구할 대안으로 지속가능경영의 구심점을 찾는 통합체로 보았다. 사회적 기업이 기존의 약탈경제를 무너뜨리고 인류의 미래를 열어 갈 청사진이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돌파구다. 이 시대를 변화시킬 혁신적인 이념으로 열악한 사회구조를 재편하는 커다란 틀로써 중요성을 일갈한다. 이로써 제2, 제3의 아름다운 가게와 사회연대은행의 출현을 열망하고 한국식 사회적 기업의 토착화를 기대한다.

또한 책은 사회적 기업의 대상과 범위를 구체적으로 열거 제시하였다. 사회적 기업이 일차적 접점에서 도우미로서의 역할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전문화된 재능을 기부하는 프로보노 푸블리코의 영역까지 확대되었다. 제 아무리 적용가능성이 충분한 사안이라도 유기적으로 조합할 수 있고 실행할 역량이 없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지나지 않는다. 프로보노의 길을 통해 용기 있는 실천을 주도하고 나눔의 참의미를 발견할 수 있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처럼 새로운 자본주의는 도전과 희망을 동시에 잉태한다. 비록 정부의 국가적 기능의 회복방안이 언급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지만 사회적 기업의 대승적 의미를 쉽게 풀어 설명하였기에 보다 많은 대중들의 인식의 물꼬를 틔운 의미 있는 책이라 하겠다. 내가 소비한 선한 행위가 헐벗고 인권이 유린된 제3세 국가의 민중들을 구하는 지름길이 된다는 것의 진실에 색안경을 벗어 던져야 할 때임을 잊지 말아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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