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거 소텔 이야기 1
데이비드 로블레스키 지음, 권상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아마존, 뉴욕타임스 종합 베스트셀러 30주 연속 1위, 영화, TV 드라마 판권 동시 계약! 화려하고 현란한 수식어는 흥행 성공가도를 보장한 보증수표나 다름없는 전력이다. 이 정도면 가히 이 소설이 주는 공감대가 얼마나 깊고 클지 미루어 짐작케 한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것이 나름의 코드와 색깔이 분명하기에 누구에게나 공명을 일으키고 공감을 주기란 퍽이나 힘들다. 이처럼 다양한 독자층을 사로잡고 두루 섭렵하며 매혹케 한다는 것은 비범한 능력을 차치하고라도 오직 작가만이 가지는 신으로부터 부여받은 특권에 다르지 않다.




이 책 <에드거 소텔 이야기>는 소년과 반려견의 애착관계를 탁월하게 소묘한 심리묘사가 백미라 할 만하다. 소텔 가에서 길러 진 견종들의 사육과정과 1950-60년대의 미국 중부지방의 농장의 세밀한 목가적인 풍광이 적절하게 버무려졌다. 한편의 아름다운 영상이 고스란히 마음속으로 전이되어 내려앉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만큼 놀라운 필력과 애정이 숨어 있다. 마치 프리즘을 통해 형성된 빛의 찬란한 이미지가 대자연의 신비와 호흡하며 퍼져 나가듯 파노라마처럼 아늑한 꿈속을 거닐게 한다.




작가 데이비드 로블레스키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10여년을 구상하고 철저한 고증과 캐릭터의 완벽한 설정에 주력하였다. 무엇보다 셰익스피어의 대서사극 “햄릿”의 갈등관계를 현대적 상황으로 재현하였으며 키플링의 “정글북”에 등장한 표범 바기라와 늑대에게 담긴 모글리와 동물간의 진정한 사랑과 소통의 표현을 반려 견으로 분해 표출하였다. 이처럼 흥미로운 주제와 치밀한 알레고리를 만들어 1,000페이지에 육박하는 방대한 분량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 페이지도 나무랄 것 없이 지루함을 마비 시켜 버렸다. 실로 작가의 역량이 부러울 따름이다. 




에드거 소텔은 심인성 선천적 장애로 인한 벙어리 소년이다. 소텔가는 가업으로 사육을 통한 개를 훈련시키고 분양하며 견종을 우수한 품종으로 개량하는 일을 하며 살아간다. 에드거의 아버지 가르는 할아버지로부터 가업을 전수받고 지고지순한 사랑의 동반자 트루디와 결혼하여 에드거를 낳는다. 하지만 에드거는 달리 말을 하지 못한다. 인간이 타인과의 소통의 직접적 접근은 언어의 사용이다. 에드거의 이유 없는 말 못함은 작가의 숨은 의도이자 내적독백을 주로 이용케 하는 시점의 의도화에 있으며 끝내 풀리지 않는 미제로 남는다.




에드거는 장애에 비해 학습, 인지, 판단능력이 뛰어나고 교감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묘사된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장애의 비범한 다른 능력인 서번트 신드롬에는 못 미치지만 에드거에게 이러한 능력을 부여한 것은 평범하지 않은 미래를 예고하는 의미심장한 속내를 발견한다. 그들에게 펼쳐 진 미래의 불안한 운명에 비범한 능력을 발휘할 것을 추측하게 하는 것은 어색함을 제거하고 사전에 계산되고 조합된 치밀한 작가의 역량이라 하겠다.




에드거가 아버지 가르를 도와 소텔 개를 훈련하고 나름의 자리를 잡기 시작할 즈음 자신만의 아이(개)들을 도맡게 되며 험난한 인생의 미로를 헤쳐 나가는 파트너로 함께 성장한다. 앨먼딘은 에드거의 유일무이한 반려 견이자 친구이다. 둘 간의 자연의 언어로 이어가는 대화는 에드거의 마음속으로 온전히 빨려 들어가 함께 호흡하게 만든다. 에드거를 통해 바라보는 세상과 영혼을 울리는 감동은 신체의 모든 감각기관을 오그라들게 할 만큼 강력하다.




이처럼 이야기는 에드거를 중심으로 갈등상황을 조장하는 삼촌 클로드의 음모로 흩어진 퍼즐을 짜 맞추듯 전개된다. 프롤로그에 등장한 한국전쟁 중 부산의 음습한 뒷골목에서부터 달려 온 모종의 거래가 주요 요인이 되는 이유도 현란하게 펼쳐진 대립각이 허물어지고 나서야 절로 인지하게 되며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오게 한다.




파국은 긴장을 해소하는 절정의 분화를 이룬다. 이해할 수 없는 상황도 심리적 불안도 허무하리만큼 찰나의 순간으로 반짝이다 사라지는 환영과도 같이 해소된다. 허구화된 사실이 더 이상 허구로 인식되지 않으며 실제 경험한 일처럼 생생하게 살아 움직인다. 에드거가 바라 본 모든 세상은 관점을 파괴하고 오로지 통합하는 감정의 일원화로 몰고 간다. 일원된 감정은 감동과 애도 외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작가가 표현한 가르의 영혼과 개들과의 내적교감은 현실을 부정하는 영혼의 대화로 이어지며 에드거에게 덮친 숨 막히게 조여 오는 상황의 부담을 함께 나누며 동조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감정이입의 비약적인 전이는 이 책을 흔드는 반향이자 핵심이다. 긴장과 이완의 완벽하게 배합된 타이밍의 조절로 에드거와 반려 견으로부터 얻은 감동을 각인시키기에 충분하다.




더불어 작가는 의도된 허점을 유발한다. 클로드의 치밀하지 못한 행위의 모호함과 트루디의 우유부단함을 통해 “햄릿”의 그것과 교차시키게 한다. 의도된 복선의 내포는 이 책을 주제로 오프라 윈프리의 북클럽에 오를 만큼 단연 화제로 부각되었다. 미완의 치유는 내적 동인과 외적 환경을 극복하고 이제 독자의 몫으로 오롯이 넘겨온다. 작가의 세계관이 담긴 운명의 우듬지로 떠다니는 불가해한 미래는 자신에 대한 선택의 자유와 책임임을 절실히 공감한다.




이렇듯 인간의 심리세계를 내밀히 파헤치고 아이의 눈높이로 이끄는 의식의 동조화는 감동과 성찰의 시간으로 이끈다. 이 책은 인간의 실존감과 동물과의 교류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 분명하게 답한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현재와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에드거의 삶을 통해 찬란하게 투영된 미학적 특별함과 순수한 열정의 세계는 동경의 대상이 될 것이다. 모험과 판타지가 어울러 진 이 책 <에드거 소텔 이야기>는 회자되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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