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치열한 경쟁의 전장에서 숨 돌릴 틈 없이 앞만 보고 살아 온 사람이 한 순간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면 그 기분이 어떨까? 참담하기 이를 때 없음은 분명하다. 경쟁사회에서 기업의 생존을 위해 피비린내 나는 악취를 풍기는 전쟁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울 것도 없는 현실이다. 더 빠르고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나아가는 것만이 살길이자 미덕이 지배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쌓은 사회적 지위와 명성이 일말의 재고의 여지도 없이 가차 없이 제거되는 세태는 섬뜩하기만 한 불안한 현실이다.


더욱 우리를 움츠려 들고 자괴감으로 몰고 가는 현실은 안정이 없다는 미래이다. 현재를 위한 치열한 도전과 열정이 기업의 비겁한 생리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품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더욱 비참하게 한다. 게다가 이미 타성에 젖어 있는 자신을 새로운 환경으로 변화한다는 것은 더없이 힘든 일이다.


하지만 환경은 스스로 체득하는 의지와 신념에 의해서 변화될 수 있다는 진리는 변함이 없다. 이 책 <땡큐! 스타벅스>의 저자 마이클 게이츠 길은 내로라하는 광고업계의 선두지휘자로 주름잡던, 한마디로 잘나가던 사람이었다. 열정과 정열을 모두 쏟아 부을 만큼 전도유망한 사람이었지만 그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의 암울한 현실이다. 이러한 탐욕스럽고 냉혹한 기업 구조에 따라 주류사회에서 밀려나는 불운을 맞기는 하였으나 그래도 삶은 계속되고 흘러간다.


그에게 찾아 든 막막한 현실이 불운의 그림자를 깊게 드리웠지만 그는 긍정이라는 신명나는 에너지로 습관처럼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설상가상 부적절한 행위로 결혼생활마저 파국으로 치달았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인식하지 못했던 다른 세상과 만났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64세의 신체적 정신적 핸디캡을 극복하고 의연히 다시금 재기하였다.


우리가 사는 경제사회는 사회적 지위에 의해서 전인격을 부여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경제적 성취와 사회적 성공이 그 사람의 지위를 대변하는 가늠좌로 판단하는 것이 자리를 잡았다. 지식산업의 자리매김이 노동집약산업보다 우위에 서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서열을 만들고 그러한 현실을 인정하게끔 종용한다. 이러한 판단의 합리적인 기준이나 근거가 논리 명확함에도 부자연스러운 것은 다름 아닌 인간을 내면의 본질보다 드러난 외면의 형식으로만 재단하기 때문이다.


그가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동안 배운 것은 다름 아닌 다양성과 상호존중이다. 기업은 이윤을 창출하고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피할 수 없는 목표이자 방향이다. 이러한 목표의식에 배려와 존중이라는 여유가 끼어들기에는 자리가 비좁은지도 모른다. 오히려 능력이나 성과가 뒤처지는 결과에 오로지 책임만을 물을 뿐이다. 나의 성공이 곧 회사의 성공이라는 등식은 성립하기는 하나 여기서 나는 대체되는 부품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성공일변도로 기업의 문화가 바뀌는 상황에서 스타벅스를 추켜세우고자 이 글을 쓴 것은 아니다. 그의 이야기에 따르면 스타벅스가 잘나가는 기업이고 성공의 아이콘이기에 고객의 감성을 자극하고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해서 경쟁기업과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서 저자가 성공을 회고한 더 더욱 아니다. 차라리 사람 냄새가 가득 인간미 물씬 풍기는 갓 볶은 커피향 처럼 신뢰와 존중이 깔린 이면을 보여주고자 하였음이며 그러한 환경이 우리가 갈망하는 일하고 싶은 의미에 다름 아닐까 싶다. 그 속에 깃든 기업문화의 저력이 큰 동력이자 차이점이며 내심 부럽기 까지 하다.


이 책이 우리에게 던져주는 가르침은 자폭하다시피 추락당한 한 인간의 인생 역전의 재기과정을 되새기자 함에 있는 것은 당연하다. 나아가 그것에 숨은 속 깊은 행간의 의미를 깨우치는 것에도 있다 하겠다. 삶의 다양성과 성공집착에서 벗어나 상호존중을 토대로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임을 깨닫는 것이 중요함을 말이다. 또한 과거의 허상에만 사로잡혀 인생을 망치기보다는 건전한 미래를 떠올리고 삶의 방향성을 잡는 것에 있다 하겠다.


이제 사회는 승자에 관용적인 미덕이 지배하던 이념에서 포용하는 겸양과 미덕의 사회로 이행해야 한다. 능력에 따라 서열이 좌우되는 것이 반드시 옳지 만은 않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능력에 앞서 인격적 도량과 바른 기운이 충실한 건강한 구조가 바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바탕위에 선의의 경쟁을 펼치고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여 발전하는 것이 시급한 현실이 아닐까 한다. 어찌 보면 감상적인 희망에 젖어 주절거리는 것인지는 몰라도 우리가 없이는 누구도 내가 될 수 없는 사회적 동물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이 책의 저자는 인생의 파고와 역정을 모두 겪은 뒤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삶의 기회와 전환점을 찾아 슬기롭게 대처하였다. 더불어 노동의 신성함을 배우고 비뚤어진 편견의 색안경을 벗어 던지며 가슴으로 삶을 통찰하는 지혜를 얻었다. 인생은 동전의 양면과 같이 항상 앞만 보고 위에서 군림하는 정상에만 있을 수는 없다. 관성에 젖어 무한 권력을 쥐락펴락할 것 같은 사람도 허무하게 사라지는 보통의 삶으로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지당한 이치이다. 그러한 무수한 변수가 존재하는 가운데 그가 일궈낸 인생의 가치는 우리가 배워야할 바로 그것이다.


과거는 짧게, 미래는 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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