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오의 기술 - 심리학자 가브리엘 뤼뱅의 미움과 용서의 올바른 사용법
가브리엘 뤼뱅 지음, 권지현 옮김 / 알마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증오든 분노든 나와 무관한 사람과 연관을 맺기는 참으로 힘들다. 증오의 대상이 한정적이고 지엽적인 것은 관계의 한정에서 오는 것일 게다. 그러니 증오가 애증이 얽힌 형태이다 보니 드러나는 것 외에도 내상을 입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지만 가슴 깊이 침전되어 가라 앉아 있기 때문에 잊고 지내며 용서했다고 생각하는 착각으로 산다.




이 책 <증오의 기술>은 프랑스의 심리학자 가브리엘 뤼벵이 임상실험을 통해 상담한 사례들을 모아 증오의 개념을 고찰하였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던 증오의 막연함을 대상의 구체화를 통해 증오의 상대와의 관계로부터 피해자가 달라 질수 있음을 역설하였다.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외면 받거나 크게 실망한 경우, 용서의 과정을 거치기 전 우리는 증오나 분노의 감정을 거치게 된다. 감정조절과 자기 통제가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결국 증오의 피해자는 나 자신이 되었던 기억을 안다. 이렇게 증오의 상대방이 인지를 하던 하지 않던 관계에서 발생한 증오의 침전물은 우리를 병들게 하는 무서운 외상을 남긴다.




저자는 증오의 피해자를 감정의 상호작용의 관점에서 분류하였다. 첫 번째 유형은 정상적인 상황에서라면 사랑을 주었을 사람이 고통을 준 경우는 가해자의 책임이 백퍼센트이다. 두 번째 유형은 가해자가 고의가 아니거나 무의식적으로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경우로 책임이 일정부분 전가된 경우다. 마지막 유형은 무고한 가해자로 대상의 부재이다. 특수한 경우이기는 하나 증오의 책임은 오롯이 피해자가 전적으로 넘겨받는다.




이처럼 증오는 피해자로 하여금 심각한 정신적 외상을 남기고 무의식의 영역에 흔적을 남기고 성장하게 한다. 어린 시절 겪은 상처 ,즉 트라우마는 정상의 심리상태를 보이지 않으며 관계 부적응자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피해자는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에서 균형을 잡지 못하며 심리적 이완이 충돌하는 긴장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실제 우리가 정신분열이라는 대상은 정신적 충격에서 비롯됨을 알 수 있다.




우리는 대개 증오를 유발하게 하여 분노를 표출하는 대상이 나와는 무관한 상대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증오의 대상이 일종의 믿음과 신뢰에서 발현된다는 저자의 시각이 정확하다는 것은 우리 또한 심리적 상흔을 안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것이 이 책의 사례에 등장하는 피해자와 동일한 연장선상에서 바라 볼 수는 없으나 우리의 현실세계에서 파생된 모순적 현실의 분출에 다르지 않다. 결국 증오는 상대방을 지목한 자신의 학대, 마조히즘이라 할 것이다.




믿음과 환상이나 망상에는 아주 근소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세 가지 모두 외부 현실을 고려하지 않는다. 그것은 욕망의 지배를 받기 때문이다. (p-224)




증오가 좋지 못한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진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언급한 바와 같이 적절한 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증오의 기술이 절실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하겠다. 사랑을 바닥에 깔고 있는 애증의 형태 또한 증오이다. 이처럼 증오가 막연히 상대방의 정신을 피폐하게 하고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라면 경계해야 됨은 물론이다.




이 책에서 보여 준 정신적 외상을 입은 피해자들의 모습을 정신이상자로 몰고 가기에는 감추고 덮어 버린 불편한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 소아 성애자와 같은 가족을 둔 경우나 부모의 부정으로 영향을 받은 경우가 흔치 않은 사례이다. 분명 희박한 사례로 정상의 심리상태를 가진 사람에게 별반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나 알고 보면 조금씩은 그 경계의 둘레를 밟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이렇듯 저자가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의 이론을 실제의 사례를 통해 담은 이야기는 사뭇 흥미롭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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