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 아빠의 몰락
로버트 H. 프랭크 지음, 황해선 옮김 / 창비 / 2009년 2월
평점 :
절판


인간의 욕망 중 소유에 관한 집착만큼 포기할 수 없는 현상은 누구도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이다. 상대적 가치의 증가가 부의 지위를 매기는 소득의 불균형 현상은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아직 때가 덜 묻은 초등학생조차도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규모에 따라 친구가 갈리고 무리가 형성되는 것은 애석하게도 상대적 박탈감이 낳은 우울하기 짝이 없는 불편한 진실이라 하겠다.




만약 상대적 박탈감이 만연한 사회 구조가 지속된다면 근로기준법에서 명시하는 주40시간, 일8시간보다 더 많은 근로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우리가 성취하는 가치가 진정한 행복이라 논 할 수 있을까? 분배의 패러다임이 현재와 동일하게, 아니 보다 악화된다면 누구나 가지기를 원하는 재화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가능할까? 곱씹어 되새겨 볼 내용이다.




이 책 <부자 아빠의 몰락>의 저자 로버트 H. 프랭크는 미국의 경제학자이다. 그가 담은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담론은 단지 미국사회만을 겨냥해서 분석하고 해부했다고 보기에는 우리와 너무도 닮아 마치 거울을 보는 듯한 착각마저 든다. 이미 인식 있는 식자층에 의해 회자되고 있던 경제적 현상들을 행동경제학의 시각으로 통찰하였다.




신자유의의와 승자독식시장(winner-take-all markets)




미국사회를 지배하던 헤게모니는 냉전시대의 종결로 인하여 자유주의와 시장자본주의의 강화로 이행하였다. 이른바 신자유주의로 불리는 작은 정부, 감세정책, 공공서비스부문의 민간이양 등은 꾸준히 그 영역을 펼치며 세력을 키워 왔다. 저자가 언급하는 미국 전 대통령 부시의 정책의 이념적 핵심은 신자유주의 사상과 맞닿아 있다 하겠다. 이미 레이건 대통령 시절 기반을 놓은 레이거니즘은 클린턴정권을 지나면서 공고히 다져 져 부시정권에 와서는 한계의 분수령을 넘었다. 




이러한 현상은 케인즈식 경제이론을 허물고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고유의 시장기능에 의한 분배와 통제에 내맡기는 자유방임형 구조로 내달렸다. 그 결과는 저자가 지적하는 바와 같이 소득구조의 상대적 집중현상이 불가피하게 양산되었다. 이로써 상위계층의 소득은 급격하게 증가하고 중산층은 현상을 겨우 유지하며 하위층은 파산지경에 내몰리는 아무도 바라지 않던 경제적 불균형 현상이 가시화되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미 우리는 알고 있는지 모른다. 무한경쟁에 따른 보상과 기회의 균등분배라는 외투 속으로 가리고 있는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사례와 비교는 우리가 익숙히 알고 있는 사회경제적 담론이다. 이처럼 우리가 승자독식시장에 관용적이고 유순한 태도로 바뀌게 된 것은 사회경제적 구조와 문화적 현상이 근검하고 절약하여서는 뒤처지는 것으로 인식하고 막연한 불안감을 조장하는 탐욕의 부추김현상에서 찾을 수 있다.




성장과 불평등의 관계




성장에 의한 소득의 불평등 분배는 이 책을 관통하는 중요한 함수다. 저자가 파헤친 역학관계는 성장을 통해 최상위층의 소득이 증가하면 지위 유지를 위한(지위재) 소비로 이행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다음 단계의 계층으로 넘어 가는 소위 소비의 도미노현상이 발생하는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지출의사결정의 참조틀을 변화시키고 용인할 수 없는 불합리한 현실을 조장하고 결국에는 소득의 지속적인 유입을 위한 방편으로 인간적인 삶을 포기하는 악순환을 야기한다. 다시 말해 부의 불평등이 만든 사회적 계급의 붙들기를 위한 과소비를 부추기는 대부분이 자멸하는 결과라 하겠다.




저자가 지적하는 불평등 현상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으로 인한 감세정책은 정부의 수입을 감소시키고 줄어 든 재원만큼 보충하기 위해 사회공공서비스예산의 감축으로 이어졌다. 이는 저소득층의 국가적 보호를 줄이고 예전과 같은 삶을 누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지출을 필요로 하는 결과를 도출해 내었다. 이른바 개인무한책임으로 회귀하는 작은 정부의 본질이 은밀하게 숨어 있는 한 단면이다.




과세구조의 혁신을 통한 소비구조의 개선




인간의 본성과 경제적 이론의 함수관계를 통해 경제학을 설명하는 함의는 별반 주목을 받지 못하였으며 논의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행복만족도에 대한 개인적 가치측정의 상대성과 관념의 수단으로 치부되어 왔기에 저자의 논의의 밑바탕에 깔린 사상은 실로 대단하다. 간단명료한 설명과 적절한 비유를 통해 이끌어 내는 경제논리의 현상이해는 매끄럽게 다가온다. 우리가 진정으로 고민하여야 할 사회정치적 담론을 이끌어 내는 그의 힘은 사회 구성원 모두의 인식의 전환에 목적이 있다.




우리가 잘 살기 위해 오늘을 산다는 일반적인 관념은 실제는 불필요한 부의 과잉축적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에서 자유로운 인간 본성의 행복에 기대어 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구성원 모두의 질적 저하를 초래하는 하향평준화를 바라는 것은 분명 아니다. 이러한 희망의 단초로 저자는 소비세의 누진과세를 통한 세제개혁에서 찾는다.




지금껏 추진해 왔던 감세를 통한 경제성장정책은 미국 사회를 금융 불안에 빠트리는 실패의 초라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경제 성장을 위한 자율시장시스템의 규제완화는 더 이상 빛을 발하지 못한다. 이제 변화를 통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가 도래하였다. 미루기에는 사회적 폐해가 위험수준을 넘어 섰다. 지금껏 논의되어 왔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한 일차적인 원인에는 정치적 역량의 부족에 그 원인이 있다.




이렇듯 설익은 담론처럼 비쳐질지 모르겠으나 저자의 행동경제학에 입각한 사회경제적 통찰은 불안정한 경제구조를 뒤쫓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 하겠다. 개인의 전인격이 호사스러운 사치재로부터 등급이 매겨지는 몰인격한 기현상이 사라지고 순환적 배분을 통한 고른 분배가 선행되어야 한다. 저자의 담론이 하나의 밀알이 되어 우리 사회가 건전한 구조로 재편되는 데 일조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2009. 3.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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