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 사람들 - 양해남 사진집
양해남 지음 / 연장통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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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기록을 담는 매개체이다. 그 속에는 다양한 표정들과 삶의 모습이 살아 움직인다. 감정으로 표현하기 힘든 순간의 기록이 삶의 한 조각으로 재탄생하는 순간이다. 소박한 표정과 어디서나 봄직한 평범한 인물을 대상으로 잡아 낸 사진은 추억에 다름 아니다. 저자 양해남이 담아 낸 <우리 동네 사람들>은 일상적인 우리네 삶을 이야기 하는 풋풋한 사진첩이다.


디지털 사진기술의 발달과 보급으로 누구나 사진으로 그들만의 세계를 만든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부자연스럽기만 하다.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표현에 열광하며 연출된 상황을 담는 것에 공을 들이는 현실이기에 정작 내면은 들여 다 보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세태와 비교해 본다면 작가의 사진은 쏟아지는 햇살만큼이나 더할 나위 없이 따스하게 느껴진다.


작가가 담은 피사체에는 인물에만 중점을 둔 사진 기법을 사용하여 대부분 아웃 포커싱 처리가 되어 있다. 두드러진 인물의 섬세한 표정을 되살리고 빛의 자연스러운 광선 처리는 풍부한 계조로 표현되었다. 따라서 작가의 의도적인 인물구도의 집중은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시각적 분산효과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어 사진 간의 연계성을 극대화 한다.


다듬어 진 것 없이 날것 그대로 형상화하고 찰나에 깃든 순수함을 담고자 하였음은 굳이 일러주지 않아도 오롯이 전해온다. 수줍은 아이들의 천진난만함, 삶의 역경과 풍파를 온몸으로 체득한 노인들의 주름 깊은 표정 뒤 감추어 둔 인자한 웃음, 옛 향수를 자극하는 놀이에 흠뻑 빠진 동네 개구쟁이들에 이르기까지 일상에 스며든 소소한 우리네 모습을 프리즘을 통해 심도 깊게 재현하였다.


작가의 사진세계를 따라가다 보면 절로 마음이 편해진다. 판박이 성형미인이 판치고 외모지상주의에 사로잡힌 우리에게 우리 동네 사람들은 진정한 아름다움의 소박한 표현이지 싶다. 아스라이 지워져 가는 기억의 그림자 뒤로 우리가 잃어 간 것에 대한 애환과 향수를 드러내니 말이다.


날로 발전하는 첨단문명만큼 매번 추억의 한 움큼씩을 세월이라는 시간으로 흘려보내고 살아간다. 문명화로 편향된 사회구조는 도시화의 미명아래 확대 재생산되었다. 떠나 버린 빈자리는 남겨 진 자의 몫으로 인식될 뿐 더 이상 모두의 아픔으로 기억되지 않는다. 이러한 지역 사회 재편은 더 이상 농촌사회의 낯선 풍경이 아니다. 작가의 안타까움이 기록된 빈 여백의 미완의 주인공에 대한 애석함은 단절된 흔적임을 사진은 말한다.


그래도 어디든 사람 모여 사는 곳에는 사람 내음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도시로 떠나보낸 이들을 뒤로하고 남겨진 그들에게는 인간미 풀풀 넘치는 자연 그대로의 멋이 담겨 있다. 때 묻지 않은 꿈을 간직한 해맑은 아이들의 표정에서 새로운 희망의 빛을 읽어 내게 한다. 고단한 일상에서도 이 땅의 토박이로 구수함과 정겨움을 고스란히 간직한 우리 동네 사람들에게서는 순정함 그 자체의 향을 진하게 퍼트린다. 


이처럼 사진은 작가가 표방한 세계와의 깊이 있는 교감의 순간이라 하겠다. 매몰된 인간성을 회복하고 삶의 본질적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금 반추하게 되는 것을 보면 그들 속에 깃든 삶의 단상이 우리네 모습의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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