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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틱스 강의 하우스보트
존 켄드릭 뱅스 지음, 문지영 옮김 / 크롭써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독특한 제목과 강렬한 표지에 이끌려 책을 집어 들고 읽다 보면 생경함이 가득 묻어나는 경우가 있어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 이 책 <스틱스강의 하우스보트>는 기존의 기억들을 철저하게 무시하는 실험적인 구조를 띈다. 저자 존 캔드릭 뱅스의 시대적 상황이나 문학사조의 분위기를 감안한다하더라도 쉽게 읽어 내기가 쉽지 않은 책이다.
이 책은 시대를 아우르는 다양한 등장인물에 대한 지식과 논쟁의 대상이 되는 뜨거운 감자로 활활 타오르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기반 없이는 터무니없는 황당무계함 자체로 아무런 감흥 없이 달아나 버릴지 모르겠다. 이러한 관점의 다양성과 문학사적 배경지식을 견지하고 이 책을 바라본다면 조금은 그 무게감을 가벼이 할 것 같다.
하지만 저자가 일종의 블랙 코미디의 허무하고 조소적인 풍자와 해학적 구조를 시종일관 사용하여 이끌어 내고자 하는 것은 공허한 위트 속에 숨은 일반적 관점을 뒤트는 불합리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아닐까 한다. 따라서 내밀한 인간심리 속에 숨은 본성의 온전한 드러냄에 그 가치를 두고 충실하게 수면위로 떠오르게 하여 기존의 관습을 재조명하고 다각도로 분석하는 계기를 마련한 것이 그 주된 이유라 하겠다.
이야기는 그리스 신화의 죽음의 신 하데스가 지배하는 영혼의 강인 스틱스 위에 떠다니는 커다란 하우스보트를 무대로 전개된다. 이승과 저승의 경계에서 이미 역사 속의 뒤안길로 사라진 위대한 문학가, 지도자, 영웅, 제왕, 신화적 인물, 작품 속 인물 등 다양한 인간군상의 등장으로 현세에서 그들이 남긴 업적과 행위들을 뒤트는 작업을 시작한다.
각 각의 인물들은 서로 간에 대립과 모방을 조장하고 중개하는 역할을 통해 시각적 다양성을 부각하며 저자의 창조적인 판단을 통해 새롭게 해석하는 논쟁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이러한 복합적인 갈등구조는 하우스 보트의 비판의 대상으로 물망에 오른 희생양의 치명적인 상처를 날카롭게 헤집는다.
비꼬는 듯 내뱉어 내는 대화의 방향은 인간 본성에 호소하는 유약한 모습을 흔들어 보여 준다. 이러한 비판의 종국은 대상의 자조적인 합리화와 그들에 대한 가려진 실체적 진실을 의도적으로 노출함으로서 이 논쟁의 중재자인 하우스보트 위원회로 슬며시 넘겨 버리는 위험성을 회피하는 방향으로 전개된다.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셰익스피어에 관한 작품진위논란은 아직도 많은 의혹을 불러 일으킨다. 그러한 논란의 바탕에 저자는 작위적인 상황을 연출하여 셰익스피어와 필적하였던 영국의 유명한 철학자 베이컨과 벤 존슨의 대화를 통해 추론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가설은 19세기의 주류적 사상을 담고 있는 것으로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실제 베이컨이 쓴 것이라는 학문적 주장을 토대로 한다. 아직 구체적으로 실체가 드러난 것 없이 베일 속의 미스터리로 남아 있기는 하나 논란의 여지는 계속 남아 있는 상태라 하겠다.
저자는 위대한 문호들에 대한 학계의 치열한 논쟁거리뿐만 아니라 다윈의 진화론과 같은 획기적인 과학적 발견에 대한 일반의 냉소적 반응과 남성우월중심사회 속의 여성참여에 대한 현실적 괴리감에 대한 비중 있는 주제를 희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실체감 있게 다룸으로서 장르를 넘나드는 해박함을 과시한다.
이렇듯 저자의 다분히 컬트적인 색채에 대하여 문단에서는 ‘뱅시안 판타지’로 고유의 장르로 재해석하고 있으며 그의 심오한 작품세계에 대하여 신선한 시각을 견지하고 있는 것 같다. 한 세기가 지난 후 그의 작품을 접하는 지금으로서는 다소 아이러니컬한 문체와 선문답의 구조가 어색한 것은 사실이나 그 속에 녹아든 시대 현실적 비판의식은 즉각적인 것에 길들여진 현재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