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전쟁과 평화 - 김정일 이후, 북한은 어디로 가는가
장성민 지음 / 김영사 / 2009년 1월
평점 :
북한에 대한 나의 시선은 매우 무미건조함 일색이다. 한국전쟁을 즈음에서 태어난 부모세대의 영향과 치열한 경제적 현실에 처 해 유일분단국가라는 인식의 중요성은 개념 밖의 일로 매번 정리되곤 한다. 어찌 보면 오랜 휴전기간이 가져다 준 무감각함과 북한의 폐쇄성이 가져다 준 무사 안일한 안보의식의 결과인지 모르겠다.
북한과의 대치상황은 위험천만한 상황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굳이 김정일이 누구인지, 북한의 목적이 무엇인지, 한반도는 어디로 흘러가는지 애써 살펴보지 않는 현실이다. 이런 낮은 안보사상의 저변에는 다양한 요인들이 있겠으나 현실적 부정과 북한체제보다 체제 우월성에서 오는 선입견의 이념적 정서가 가장 크다 하겠다.
헌데 가장 큰 문제점은 북한이 우리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이러한 불편한 문제에 대해 저자 장성민은 현재 한반도 상황을 누구보다 정확하고 사실적으로 접근하여 문제의 심각성을 담담히 그려 놓고 있다. 막연하게 정리되지 못한 북한 내 속사정과 김정일을 둘러싼 권력다툼은 생생하다 못해 자못 흥미롭기까지 하다.
김정일에 대한 일반적인 시각은 무모한 막장식 행보와 은둔의 제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숨은 이미지로 점철된다. 이러한 보편화된 인식 탓에 북한 내 갈등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현재 김정일은 건강상의 문제로 전면에 등장하지 못하고 많은 염문과 의혹을 낳게 하고 있다.
이러한 한반도의 긴장관계가 최고조에 달한 지금, 저자 장성민의 남다른 시각은 참신하기 이를 때 없다. 그의 정치성향이 어떻든 간에 현재 우리나라가 처한 시대적 절박함을 환기시키기에 충분하며 전후세대의 현실적 무지와 경각심을 일깨우는데 크나큰 일조를 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위기적 행동조짐은 급변하는 세계정세와 그 궤를 같이한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치와 이념적 대치가 본질적 문제의 진원지이나 무엇보다 중요한 문제는 김정일이 보유한 핵에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상황이다. 저자는 왜 김정일이 이토록 핵에 대해 집착하는 배경적 근거와 북한의 목적이 무엇인지에 대해 조목조목 분석하였으며 김정일의 선군정치와 정략적 외교방법을 파헤쳐 놓았다.
나아가 북한의 핵보유가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들과의 함수관계를 역학적으로 풀어 제시하였으며 예측 가능한 변수에 대해 균형감 있게 펼쳐 놓았다. 중국과 북한의 불편하고 냉담한 관계의 원인이 무엇인지, 핵보유가 일본과 대만에 미칠 영향은 무엇인지를 통해 동북아 국가의 드러나지 않은 속내와 이면을 생경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핵협상을 둘러 싼 다자간 회의의 방향과 시급한 당면문제에 대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흐트러진 국내정세를 다잡고자 한다. 저자가 바라본 김정일은 냉철하고 위기상황에 누구보다 잘 대처할 수 있는 카리스마 넘치는 스타일로 묘사하고 있다. 실제 김정일이 보인 행보를 보더라도 어떤 식으로 대응해 올지 예측 불가능한 불가사의함 일색이다.
북한과의 물리적 충동상황이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으로 내달렸던 과거 사례를 통해 김정일이 미국과의 협상에서 한 치도 밀리지 않고 원하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을 보더라도 그 위험성은 쉽게 떨쳐 버리기 힘들게 한다. 하지만 북한을 악의 축으로 지목한 부시의 퇴장으로 미국과의 새로운 관계국면으로 접어 든 시점이기는 하나 오바마 또한 예전의 수순을 밟아 구겨진 외교횡보를 보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북한의 핵장난이 체제전복의 위험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현실적 도피수단으로 사용되는 불편한 현실에서 하루 빨리 종식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는 현실이다. 저자가 말미에서 제시한 정치적 결단을 통한 한반도 영구 평화의 조건은 이 땅에서 숨 쉬고 살아가는 모든 국민의 뜨거운 염원의 다른 표현이지 싶다. 더불어 외세의 압력과 간섭에서 자유로운 대한민국을 건설하고픈 바램이라 하겠다.
김정일의 건강이상설로 인한 북한 내 갈등구조와 세계 정치 변화에 따른 북한의 도발적 행동의 결과의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는 이때 이 책 <전쟁과 평화>는 오늘날 한반도가 걸어야 할 길과 다양한 사고와 시각적 유연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