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휴머니스트다 - '5초남'이 부르는 인생별곡
최영록 지음 / 수북 / 2008년 12월
평점 :
절판


 

제 아무리 숨 돌릴 틈 없이 치열한 하루를 산다 할지라도 무언가 허전하고 감성에 목말라 할 때가 있다. 지금 걸어가는 길이 올바른 길인지 인간답게 살아가는 것인지 의문스러울 때가 반드시 있다. 이럴 때 누군가 넉넉한 가슴과 따스한 손길로 보듬어 준다면 더 없이 고마워 눈물이 다 날 지경일 게다.




다른 여타 이유를 차치하더라도 이 책 <나는 휴머니스트다>의 저자 최영록님의 글은 팍팍하고 메마른 삶에 가슴부터 머리끝까지 명징해지는 참으로 고마운 글이라 하겠다. 세상을 바라보는 진솔한 처세와 철학이 오롯이 녹아들어 동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교감을 주며 새로운 희망을 샘솟게 하는 힘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책은 잡문형식으로 구성되어 월간지에 게재된 글을 한데 모아 책으로 펴냈다. 전체 구성은 4장으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1장 “문화, 삶의 틈새를 엿보다”에서는 외면 받고 소외당한 문화 기피현상에 대한 저자 특유의 거친 쓴 소리를 담았다. 더불어 근현대를 관통하는 시대적 아픔과 절절한 몸부림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현대를 사는 오늘날과 함께 호흡하며 진실한 대화를 시도하였다. 작가의 신실함 마저 엿보이게 한다.




뿐만 아니라 2장 “ 일상, 삶의 그림자에 비틀거리다”에서는 작가가 온몸으로 체득한 감성적 리듬을 바탕으로 잊혀 져 가는 우리네 소중한 전통의식을 그리워하기도 하고 일상에 스며든 소소한 즐거움을 인생의 참된 맛으로 빗대어 소묘하여 살갑게 하는 사람냄새 폴폴 풍기는 멋이 깃들여 있다.




3장에서는 “아들에게 쓰는 편지”를 주제로 작가가 자식에게 보낸 글을 모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조선 조 이황, 박지원, 박제가, 유성룡 등 쟁쟁했던 유생들의 자식에 대한 사랑을 편지로 대신했던 <아버지의 편지>의 저자 정민, 박동욱이 이 글을 읽었다면 어찌 생각했을까? 아마도 작가의 자식사랑이 예전 그들과 다르지 않음에 감복하였을 성 싶다. 시대가 달라 글이 아닌 e-mail로 대신하였다지만 자식을 향한 염려와 조바심은 달리 보이지 않게 하며 그 속에 담긴 아버지의 가르침은 시대가 바뀌어도 어색하지 않으며 변함이 없다.




저자는 삶의 진정성과 치열함, 성실성이 무엇보다 우선됨을 강조하며 더불어 책읽기의 중요성을 일러주며 덜 여문 아들의 사상적 근간을 기반부터 단단히 여물어 질 것을 바라며 사랑을 듬뿍 담아 구구절절 읊조린다. 어찌 부럽지 아니할까? 아버지와 자식 간의 소통이 소원한 대개의 경우를 보더라도 작가의 자식사랑이 부러움을 넘어 경이로워 뵈기까지 한다.




끝으로 저자는 왜곡되어 삐뚤어진 우리말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실었다. 좋은 우리말이 있음에도 무턱대로 남용하는 외래어 사용, 근본도 모르는 외계의 사용, 일제 강점기 잔재가 남긴 밉상스런 일본말 등 문화 전반에 만연한 잘못된 언어사용습관을 꼬집고 바로잡기를 권한다.




읽는 내내 작가와 함께 호흡하며 연신 주억거리는 새 시나브로 끝장을 뒤적이게 하였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들어 흘려버릴 것이 없으나 ‘강아지똥‘의 삶을 살다 자연으로 돌아 간 동화작가 故권정생님의 이야기는 성마른 세태에 크나큰 가르침을 주는 것으로 내면 깊숙이 커다란 울림으로 다가선다.




이렇듯 작가를 통해 실로 살맛나는 세상의 구수한 맛과 신명나는 우리네 삶을 엿보는 지혜를 공으로 넘겨보았다. 근래처럼 신산한 이때 단비와 같은 존재라 하겠다. 이래저래 치이는 맴맛한 50대 쉰둥이라 빗대어 희화해서 말하고 있지만 저자의 생각의 지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세상을 보는 지혜의 창이 가일층 넓어진 자신을 발견하게 되리라. 어지러운 이 때 일독하기를 진심으로 권한다.




少年易老學難成 소년이로학난성

一寸光陰不可輕 일촌광음불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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