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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기술 - 심리학자의 용서 프로젝트
딕 티비츠 지음, 한미영 옮김 / 알마 / 2008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이 일평생 살아가면서 화를 내지 않고 타인에게 -고의였든 아니었든지 간에- 실수 내지는 잘못을 범하지 않고 살아가기는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격이라 할 만큼 어려운 일이다. 순간적인 감정이 극도의 평행선을 긋고 충돌이 대치되는 상황에서는 이성을 가지고 평정심을 찾는다는 것은 어지간해서는 하기 힘들다.
흥분상태는 격렬한 분노의 감정을 표출하게 되고 관계의 단절 내지는 소통부재의 상황을 끌어 오게 된다. 그런 후 긴장관계가 일시에 해소되고 나면 쓰디쓴 후회와 동시에 사악한 감정이 지배하기 시작하며 상대방을 비난하고 불행의 단초가 상대방에게 있음을 합리화시키며 그에 따른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기 마련이다. 이로부터 파생된 비난의 행위는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자신이 만든 과거의 행위의 망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암울한 결과를 초래한다.
이 책 <용서의 기술>은 인간의 본성에 따른 지극히 보편적인 심리세계를 중심으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는 방법과 보다 나은 삶을 살기 위한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 딕 티비츠는 오랜 임상실험을 통해 용서의 개념과 본질을 분석하고 용서가 가진 치유력의 놀라움에 주목하고 있다.
“용서란 현재의 평온을 회복하고 미래의 희망과 삶의 목적을 되살리기 위해 과거에 받은 분노와 상처에 새로운 틀을 씌우는 작업이다.“(p-21)
인간이 타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부정적인 상황을 극복하고 해결하는 것의 최선의 방법은 용서에 있다고 일갈한다. 용서를 특정 갈등이나 위기에 대처하는 수단으로 파악하지 않고 관습으로 받아들이고 일상화되고 더불어 사회 상념으로 자리 잡을 때 적극적 강화(positive reinforcement)로 더욱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올바른 용서의 과정은 과거의 상황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상황을 공감하며 재해석하고 새로운 틀을 씌우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한다. 아울러 용서의 시기적 접근과 수단으로서의 사용을 경계하고 회피, 복수, 희생은 상황을 더욱 왜곡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주기에 잘못된 방향임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는 용서를 하기 위한 환경적 조건으로 심리이완상태의 극대화를 부각시키기 위해 다양한 기술적 방법을 권하고 있다. 칼라테라피를 통한 긴장관계 해소, 기氣 수련을 통한 명정상태유지, 마인드서핑 등 용서를 돕는 부수적 방법을 소개하여 실생활에 즉시 접목시킬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은 분명 용서의 본질을 개념적으로 이해하고 삶에 투영해서 보다 나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에 역점을 두었다 하겠다.
우리는 용서에 너그럽지 못하다. 대개는 용서의 과정을 생략하고 두루 뭉실 남은 앙금을 제거하지 않은 채 좋은 게 좋은 거라는 논리로 넘기기를 강요당한다. 아니면 상대방의 압력이나 힘에 굴복당하거나 포기해 버리는 나약함을 선택한다. 상황적 비열함을 외부로부터 합리화한다. 여기에 지독한 비난과 분노를 퍼붓고 긴장된 상황이 종료되었음을 자기최면을 건다. 부정적 암시에 의한 최면은 상대에 대한 외면의 결과를 낳는다.
이렇듯 용서의 행위가 쉬운 일은 아니다. 잊고 지낸 것 같은 과거의 아픈 기억이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면 또다시 분노의 감정을 슬그머니 비집고 나와 고삐를 그러 매곤 하는 현실을 보면 아직도 한참을 멀었지 싶다. 용서의 과정이 삶의 목표를 세우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사는 개인으로서 중요한 미덕임은 두말할 나위 없기에 일독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