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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공보경 옮김, 케빈 코넬 그림, 눈지오 드필리피스.크리스티나 / 노블마인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남들과 다른 70살의 노인으로 태어 나 점점 젊어진다면 즐겁기만 할까? 한편으론 인생의 최고 순간을 거꾸로 맞본다는 즐거움이 있겠으나 왠지 허무할 만큼 텅 빈 공허감이 감돈다. 엉뚱하고 기발한 상상이 현실로 다가온다면 분명 또 다른 매력이 존재할 것 같으나 실상은 모든 것에 우울해 질 것 같다.
인간이 태어 나 성장하고 부딪히는 인생의 매 순간을 예정된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적응해 나가고 관습과 환경 속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지극히 보편적인 진리이다. 움직일 수 없는 이와 같은 섭리가 뒤집힌다는 것은 관계의 부조화의 한 단면이라 하겠다.
아마도 저자는 인간이 가진 운명론적 현상에 초점을 맞추어 마크 트웨인의 "우리네 인생에서 최고의 순간이 맨 처음에 오고 최악의 순간이 마지막에 온다는 것은 참으로 슬픈 일"이라는 것에 자신만의 특유의 상상력으로 생명을 불어 넣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쉽게 읽히고 긴 여운을 남기지 않는 간결함이 매력이다. 게다가 친절하게도 케빈 코넬이 원본 전체를 삽화로 처리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상상의 수고스러움을 미연에 덜어 준다. 비록 무한상상의 나래를 일방통행으로 바꾸어 놓기는 하였으나 읽는 재미 외에 보는 재미가 쏠쏠하기에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음 직하다.
이야기는 벤자민의 괴이한 출생이 사회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구조적 모순의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 것에서 시작하여 나이를 먹어 가는 동안 남들과 다른 차별의 긴 그늘이 그의 뒤를 쉴 사이 없이 괴롭히고 뒤쫓는 인생의 전 과정을 그려 놓고 있다. 이러한 움직일 수 없는 모순적 갈등은 가족과 사회로부터의 외면과 철저하게 고독한 소외상황으로 몰고 가게 하고 그를 끝없이 벼랑으로 내 몰게 하는 상황을 연출한다.
남들과 다른 삶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우월한 순간을 접할 기회가 있다는 것은 흥분되고 신나는 일이지만 반대로 자신은 더욱 젊어지는 것에 반해 사랑하는 사람들의 피할 수 없이 예정된 늙고 시들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고통스럽기만 한 일로 여겨진다. 하지만 벤자민은 남들과 다른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수용하여 긍정적인 삶을 통해 인생의 멋진 순간을 최선을 다해 즐기고 자연 그대로 왔던 곳으로 돌아간다.
인생에서 썰물과 밀물의 순간은 시기상의 문제이지 필연적인 숙명이라 어찌할 도리가 없는 것으로 거꾸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아픔을 예정한 고독한 삶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말하고자 함은 각자의 몫이겠으나 기이한 소재를 통해 인간이 가진 감정의 이면을 굴곡 있게 잡아내어 다양한 인물들과의 관계를 생동감 있게 엮어 놓고 있다.
이렇듯 벤자민을 제외한 이야기 속 인물들은 지극히 독선적이고 이기적인 모습을 보인다. 비현실적인 구조가 가족마저 외면하게 만들게 한다는 설정이 그리 달가워 보이진 않는다. 아버지에게서 다시 아들에게서 마치 지킬박사의 숨겨진 하이드와 같은 괴물을 대하듯 하는 현실에 가슴 저리게 하는 것은 비열하고 잔인함에서 오는 익숙한 분개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거꾸로 된 삶을 살아간다면 벤자민의 긍정에너지를 닮고 싶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숨겨져 있는 재미가 느껴지는 이야기라 하겠다.
2009. 2. 2